
지난 8일 MBC 소비자 생활감시 프로그램 불만제로가 약국의 무면허자 판매·조제 실태를 고발해 소비자들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겨줬다.
하지만 업계 내의 분위기는 "내 그럴 줄 알았다" "언제든 이런 사람들 된통 걸릴 줄 알았다"는 냉소적인 기류가 흐르는 듯 하다.
약국가의 뒷사정에 정통한 분으로부터 "저 약국, 조제는 아르바이트생이 하고 예전에 임원했던 이 약사는 약국을 몇 개씩 운영하고 있어"라는 말을 듣고도 극히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일이겠거니 생각하고 지나쳤던 기자도 스스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었나 한참을 고민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물론 불만제로가 조사한 20개 약국 중 무면허 판매자가 있는 약국이 16곳이었다는 결과는 그런 특성을 갖는 특수한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샘플링이 이유였을 것이고 이후의 무면허조제 사례들도 제보에 의해 해당 약국들만을 집중적으로 파헤쳐 보여주었기 때문에 실상을 보다 과장시키는 측면이 있을 것이라 미루어 짐작한다.
또 막상 이런 사례들을 정확히 적발해 내기가 쉽지 않고, 알면서도 인간적인 정이나 내가 입을지도 모를 피해·불편함 때문에 냉정하게 단죄하기 힘들다는 점은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결국 이런 생각들이 사회를 점차 위기로 몰아넣는다는 사실 또한 우리는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배워왔다. 삼풍이, 성수대교가, IMF가, 삼성이 그랬다.
작은 상처나 문제점들을 방관하다가 점점 커지고 다른 부분으로 전이되면서 심각한 질병이나 사고로 확대되면 우리는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감내하며 큰 수술을 하거나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번 사건은 약사 사회가 그 동안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묵은 질병에 대해 외부에서 경종을 울려준 좋은 기회다.
마침 최근 들어 정부의 약사·약국에 대한 관리·감독에 자율을 부여하는 분위기도 조성돼 왔다. 이 참에 한사람 한사람이 스스로 변화하거나 약사 스스로 정화의 칼날을 날카롭게 세워야 한다.
이런 기회마저 무시하고 스스로 정화하지 못한다면 약사·약국은 이미 모든 경제활동의 핵심 주체로 성장한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으며 시장에서 몰락해 가거나 강력한 법의 관리 하에 큰 홍역 겪을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