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링거 여성용 '비아그라'에 기대감 "불끈"
플리반세린, 2009년 FDA 허가신청 예정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7-01-03 17:32   

  화이자社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는 지난 1990년대 중반에 협심증·흉통 치료제를 개발하던 중 우연한 부작용 발견의 산물로 발매되어 나와 선풍을 일으킨 약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베링거 인겔하임社도 화이자社와 궤를 같이하는 시행착오(?) 끝에 여성용 '비아그라'에 해당할 약물의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기대감이 불끈 치솟게 하고 있다.

  그러고 보면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가 금연보조제 '자이반'(부프로피온)을 '웰부트린'이라는 이름의 항우울제로도 판매하고 있는가 하면 머크&컴퍼니社의 양성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프로스카'(피나스테라이드)가 '프로페시아'라는 이름의 탈모 개선제로 인기를 끌고 있고,  일라이 릴리社의 항우울제 '푸로작'(플루옥세틴)이 겉포장과 색깔만 달리한 채 '사라펨'이라는 이름의 월경 前 불쾌감 증후군 치료제로 발매 중이다.

  실패(?)를 통해 성공을 일궈낸 신약개발 사례들이자 '비아그라'와 유사한 경우로 꼽아볼 수 있는 약물들인 셈.

  베링거측도 원래는 지난 1990년대 말에 약효가 눈에 띄게 나타나기까지 수 주의 시간이 소요되는 기존의 항우울제들과 달리 수 일만에 효과의 발현을 기대할 수 있는 속효성 항우울제 신약후보물질 플리반세린(flibanserin)의 개발을 진행했었다.

  베링거 인겔하임社의 루츠 힐브리히 박사는 "실험용 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동물실험에서 플리반세린이 스트레스를 경감시키는 효과를 나타냈으나, 임상시험에서는 당초 기대했던 성과가 눈에 띄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임상시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항우울제들에 흔히 수반되는 리비도 감퇴 부작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놀랍게도 플리반세린은 상당수 여성 피험자들의 성욕을 오히려 증가시켰음이 관찰됐다고 힐브리히 박사는 설명했다.

  이에 베링거측은 연구방향을 전환해 오는 2009년 FDA에 플리반세린의 허가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플랜에 따라 총 5,000여명의 여성들을 피험자로 충원한 가운데 4건의 임상시험에 착수한 상태이다.

  지난 1998년 '비아그라'가 발매된 이래 많은 제약기업들이 이른바 여성용 '비아그라'의 개발을 시도해 왔음을 상기할 때 매우 주목되는 대목.

  일각에서는 플리반세린에 대해 미래가 불투명하다며 이론을 제기하는 견해도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무엇보다 여성에게도 남성의 발기부전에 해당하는 성욕감퇴가 존재하는지부터가 논란의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여성들의 성욕감퇴는 설령 존재하더라도 체내 性 관련반응 시스템의 결함에 기인하는 질병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지난해 10월 미국 내분비계학회에 보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학회는 또 현재 발매 중인 여성용 '비아그라'에 해당하는 약물인 테스토스테론 패치제에 대해 사용을 권고하지 않기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동안 여성용 '비아그라'로 통하면서 뜨거운 관심이 쏠렸던 프록터&갬블社(P&G)의 여성 성욕감퇴장애 치료제 '인트린사'(Intrinsa; 테스토스테론 패치)의 경우 지난 2004년 말 FDA 자문위원회가 허가권고 결정 유보로 가까운 시일 내에 허가를 취득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라는 지적이다.

  또 지난 2000년에는 '비아그라'가 예비적 단계의 임상에서 불감증 등 性的 문제를 안고 있는 여성들에게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연구결과가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大 연구팀에 의해 발표되기도 했었다.

  베링거 인겔하임社의 마르크 R. 빈센트 대변인도 "플리반세린이 사람의 감정에 관여하는 뇌 내부의 일부 회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이 약물이 성욕조절과 관련이 있는 회로에 작용했을 때 즉각적인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며 약효에 대해서도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다시 말해 당초 기대와 달리 성욕을 증가시키기까지 6~8주의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다.

  이밖에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들의 경우 FDA가 심사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현실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후문이다. 중추신경계 약물들이 특정 질병을 겨냥한 치료제라기보다 라이프스타일 드럭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

  그럼에도 불구, 베링거측은 "수많은 여성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임상시험 피험자를 충원하는 과정이 예상 밖으로 수월했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과연 플리반세린이 베링거측의 기대대로 여성들의 기를 살려줄 약물로 발매되어 나와 각광받을 수 있게 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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