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유망신약 외부수혈 'NIH전략'
2004년 불거진 R&D 슬럼프 극복 의지 표명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6-03-09 18:38   수정 2006.03.09 19:38
▲ 데이비드 R. 브레넌 회장
NIH!

새삼스럽겠지만, 미국 국립보건연구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의 이니셜(acronym)로 국내에도 익히 알려져 있는 영문약자이다.

그러나 이 말은 제약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내부적으로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 일종의 은어(隱語) 또는 우스갯소리로도 애용되고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하지 않은 신약을 의미하는 "Not Invented Here"가 바로 그것.

특히 기존 핵심제품들의 특허만료가 줄을 잇고 있는 반면 후속신약 개발은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외부로부터 유망신약을 수혈받는 'NIH 전략'은 어느덧 메이저 제약기업들도 예외없이 채택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社의 데이비드 R. 브레넌 신임회장이 이달들어 본사가 소재한 영국 런던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자체신약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에 더욱 매진하겠지만, 이에 못지 않게 외부로부터 유망신약을 수혈받는 데도 각고의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밝혀 발언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실제로 브레넌 회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150억 달러의 조건을 제시했던 스위스 바이오테크놀로지 메이커 세로노社와 관련해서도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다만 실제로 인수戰에 적극 뛰어들 것인지 유무에 대해선 구체적인 언급을 유보했다.

그럼에도 불구, 브레넌 회장은 "지난 2004년 항응고제 '엑산타'(자이멜라가트란)와 항암제 '이레사'(제피티닙)의 연구·발매 계획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도드라지기 시작한 'R&D 슬럼프' 현상을 극복하는데 NIH 전략이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브레넌 회장은 올해 1월 1일부로 전임 톰 맥킬롭 회장의 뒤를 이어 아스트라제네카의 수장자리에 오른 경영자. 맥킬롭 회장의 경우 지난 1999년 스웨덴 아스트라社와 영국 제네카社의 통합과정을 성공적으로 총괄했던 데다 8년여의 재임기간 중 유망 항암제들을 다수 발매하는 등 뚜렷한 족적을 남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T. 로우 프라이스 증권社의 존 셔먼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상황에서 브레넌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성장을 가능케 할 토대를 확고히 구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존의 간판급 품목들이 이미 특허가 만료되었거나, 데드라인을 향해 초읽기에 들어가 있는 것이 아스트라제네카가 처해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라는 것.

가령 위산 관련질환 치료제 '넥시움'(에스오메프라졸)과 항고혈압제 '토프롤' XL'(메토프롤올) 등이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직면을 앞두고 있지만, 현재 아스트라제네카는 그 충격을 완화시키는 쿠션역할을 해 줄 후속신약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 셔먼 애널리스트의 설명이다.

한편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 등과 M&A說이 불거졌던 최근의 분위기와 관련, 브레넌 회장은 "다른 회사를 인수할 의향도, 통합을 추진할 의향도 없다"고 잘라말했다. 다만 R&D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최고의 우선순위를 둘 것이며, 이를 위해 과거 어느 때보다 열린 자세로 외부에서 유망신약을 확보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고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12월 한달 동안에만 4건의 제휴계약을 체결했었다.

알쯔하이머 치료용 신약후보물질 'TC-1734'를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미국 노스 캐롤라이나州에 소재한 BT 메이커 타가셉트社(Targacept)와 총 3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 독점 라이센싱·개발제휴 및 코마케팅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했던 것은 한 예.

아울러 영국 프로테릭스社(Protherics)에 최대 1억9,000만 유로에 육박하는 비용지불을 약속한 뒤 패혈증 치료용 신약후보물질을 확보했고, 미국 애테로제닉스社(AtheroGenics)에 1억 달러를 지불키로 하고 죽상경화증 치료용 신약후보물질의 발매권을 인계받았었다. 또 항암제 확보를 겨냥해 영국 쿠도스 파마슈티컬스社(KuDOS)를 2억1,000만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브레넌 회장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막바지 임상단계까지 진전된 신약후보물질 숫자를 지난해의 2개에서 올해에는 6개로 늘릴 것"이라는 말로 인터뷰의 결론을 갈음했다. 앞으로 항응고제 '플라빅스'(클로피도그렐)의 아성에 도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AZD6140'과 같은 유망 신약후보물질들을 다수 확보해 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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