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글리벡' 새 타깃 폐동맥 고혈압
'동정적 사용'으로 예상밖 성과, 대규모 임상 추진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9-29 18:48   수정 2005.09.29 20:47
'기적의 항암제'로 이목을 집중시켰던 '글리벡'(이마티닙)이 치명적인 폐동맥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도 상당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는 치험례가 발표되어 다시 한번 '글리벡' 열풍을 기대케 하고 있다.

독일 기센大 부속병원의 호사인 A. 고프라니 박사팀은 29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치험례 보고서에서 "진행성 폐동맥 고혈압으로 고통을 호소해 왔던 61세의 한 남성이 다른 약물에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던 반면 '글리벡'을 복용한 뒤에는 증상이 유의할만한 수준으로 개선됐다"고 밝혔다.

치료과정에 동참했던 같은 대학의 프리드리히 그리밍거 박사도 "지금까지 20여명의 환자들에게 '글리벡'을 복용토록 하는 치료법으로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존의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들에 별무반응을 보였던 데다 장기이식 수술 대기기간의 지체로 인해 시간적 여유가 없는 환자들이었다고 그리밍거 박사는 덧붙였다.

고프라니 박사는 "대규모의 임상시험에 착수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미국 심장협회(AHA)의 리차드 스타인 대변인은 비상한 관심을 표시하며 시험이 성공을 거둘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는 뉴욕 소재 앨버트 아인슈타인의대에 교수로 재직 중인 심장병 전문의이다.

폐동맥 고혈압은 동맥 내부의 고혈압 상태가 지속됨에 따라 환자들에게 극도의 피로감과 숨참, 현훈, 심부전 등을 유발하고, 결국 사망에 이르게 하는 중증질환. 증상이 매우 심할 경우 환자의 생존기간이 1년을 넘기기 어려울 정도다.

심장이나 폐로 연결되는 동맥 부위의 혈압이 상승하면서 평균 폐동맥압 25㎜Hg 이상·운동시 30㎜Hg 이상에 도달할 경우 발병하게 된다.

신속하게 혈압을 끌어내리지 못할 경우 심장이 파괴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30~40대 여성들에게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 폐동맥 고혈압은 또 혈액이 폐로 공급되도록 펌프작용을 하는 심장 우심실의 기능부전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폐동맥 고혈압에 사용되는 치료제는 프로스타글란딘과 유사한 약물인 프로스타사이클린, 그리고 기관지 확장효과를 겸비한 것에 착안해 최근 각광받고 있는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실데나필)가 전부. 이들은 협소해진 동맥 내부를 확장하고 이완시키는 기전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프로스타사이클린과 '비아그라'는 증상 자체를 치유하거나, 환자들에게 정상적인 삶을 되찾아 주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편 고프라니 박사팀의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환자는 프라스타사이클린과 '비아그라'가 무용지물이었던 데다 증상의 악화가 '현재진행형'을 보였다고 한다. 별달리 희망이 없어보이는 상황에서 선택된 방법이 1일 200㎎의 '글리벡'을 복용토록 하는 '동정적 사용' 치료법이었다.

고프라니 박사는 "이 환자에게서 눈에 띈 증상의 개선도는 드라마틱한 수준의 것이었다"고 밝혔다. 3개월이 경과한 뒤 환자의 근력과 운동능력이 크게 개선되었고, 이 상태가 6개월이 지나도록 지속되었다는 것.

그리밍거 박사는 "다른 약물과 달리 '글리벡'이 혈관을 확장시키지는 않았지만, 항암작용과 상당정도 공통분모에 해당하는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암환자들은 종양조직의 증식이 걷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는 양상을 보이는데,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에는 혈관내벽이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두터워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

'글리벡'은 티로신 키나제의 작용을 차단해 체내조직의 빠른 증식을 저해하는 메커니즘의 약물인데, 폐동맥 고혈압 환자들의 경우에도 동일한 작용기전이 효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사료된다고 그리밍거 박사는 피력했다.

고프라니 박사는 "앞으로 '글리벡'이 3번째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자리매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결론지었다.
약업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블로그 유튜브 텔레그램 링크드인 페이스북 카카오톡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