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초기임상 결과 대부분 '오프 더 레코드'
1상 시험 전모 의학저널 공개 12% 불과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5-08-23 18:53   
오프 더 레코드(Off the Record)!

현재 개발이 진행 중에 있는 항암제의 임상 1상 연구결과가 대부분 의학저널을 통해 신속하게 공개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대다수는 연구가 종료된 후 너무 오랜 시일이 경과한 뒤에야 비로소 저널에 발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의사들이 절박한 환자의 삶을 구할 수도 있었을 최신 연구결과들을 적기에 인지할 수 없었고, 결국 치료과정에서 별달리 손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리라는 것.

미국 텍사스大 부속 M.D. 앤더슨 암센터의 루이스 H. 카마초 교수팀은 '캔서'誌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22일 올린 연구논문에서 이 같이 지적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따라서 초기단계의 임상시험에서부터 결과공개를 의무화시켜 관련 연구사례들과 환자치료 과정에 적극 참조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논문은 '캔서'誌 10월호에 공식발표될 예정이다.

그의 주장은 올들어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3월호에 실렸던 한 연구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상당히 주목되는 내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1상에 참여했던 암환자들의 경우 시험대상 약물에 대해 유의할만한 수준의 반응을 보이는 이들이 당초 예상했던 수준을 2배 가량 상회했다는 것이 당시 발표내용의 요지.

카마초 교수는 "초기임상의 결과를 공개하지 않는 관행으로 인해 권위있는 의학저널들조차 최신 연구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환자치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비록 임상 초기단계의 연구결과라 하더라도 환자치료에 곧바로 적용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을 연구자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카마초 교수는 강조했다. 아울러 연구결과가 신속히 공개되지 못할 경우 전반적인 R&D 과정도 지연되는 결과로 귀결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임상 1상은 신약후보물질 또는 신규 조합약물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소규모 시험을 말하는 개념이다. 용량에 따른 안전성과 약물의 독성을 평가하는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을 뿐, 실제로 충분한 효능을 발휘하는지 유무를 관찰하지는 않는 것이 통례이다.

카마초 교수의 언급은 최근 미국에서 항암제 후보신약의 임상 1상이 진행되는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의 연구팀은 지난 1997년 미국 임상종양학회(ASCO)의 연례 학술대회 석상에서 발표되었던 임상시험 연구사례들을 대상으로 7년 6개월이 경과한 현재까지 각종 의학저널을 통해 전모가 공개된 케이스를 추적조사했다.

그 결과 3건당 2건 꼴에 해당하는 67%의 연구사례들이 각종 의학저널을 통해 공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학술대회 발표 후 1년이 경과했을 당시에는 이 수치가 12%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는 별도로 카마초 교수팀은 설문조사를 통해 연구자들이 임상 1상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사유를 분석했다. 여기서 도출된 두가지 미공개 핵심사유는 '시간부족'과 '연구자의 이직'인 것으로 드러났다.

카마초 교수는 "학자들이 학술회의에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것만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며, 초기단계부터 저널을 통해 반드시 결과를 알려야 한다"며 "이번 조사작업을 통해 도출된 수치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의 것"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임상 1상 단계에서부터 약물의 효능을 적극 테스트하는 노력이 기울여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임상 1상에서 효능이 거의 입증되지 못한다면 임상 2상으로 진전될 확률도 상당정도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카마초 교수는 "이제 임상 1상도 전례없는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을 뿐 아니라 피험자들이 유의할만한 반응을 보이는 비율도 최대 15%대에 이르고 있다"며 "이 정도라면 매우 희망적인 수치라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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