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당뇨협회에 따르면 오늘날 미국의 당뇨병 환자수는 줄잡아 1,800만명을 넘어서는 데다 매년 130만명 안팎의 새로운 환자들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 붐 세대의 노령화와 좌식(坐式) 생활의 보편화에 따른 비만인구의 확대추세 탓에 당뇨병 환자수는 앞으로도 더욱 증가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 당뇨협회는 또 지난 2002년의 경우 당뇨병으로 인해 직접적으로 지출된 의료비 규모만도 총 920억 달러대에 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병 치료제 분야가 앞으로도 빠르게 볼륨을 확대해 나갈 것임을 쉽사리 짐작케 하는 통계치들인 셈이다. 게다가 당뇨병이 심장병, 시력상실, 신장병, 수족절단 등의 심각한 합병증과 후유증을 동반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이 현실이고 보면 더욱 고개가 끄덕여지는 수치이기도 하다.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도 앞다퉈 새로운 당뇨병 치료제의 개발에 총력을 경주하고 있다.
WR 햄브렉트 증권社의 앤드류 포먼 애널리스트는 지난주 내놓은 투자보고서에서 "당뇨병 환자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치료제 개발도 잇따르고 있는 만큼 당뇨병 치료제 분야가 앞으로도 제약기업들의 핵심타깃 중 하나로 지위를 확고히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지난 수 십년 동안 당뇨병 치료제의 대명사로 인식되어 왔던 치료제는 인슐린제제였다. 그러나 최근들어서는 체내에서 생성된 인슐린에 민감하게 반응토록 유도하는 감작약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글리타존 계열에 속하는 인슐린 감작약들은 지난 1990년대 중반에 속속 선을 보였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아반디아'(로지글리타존)와 다께다社의 '액토스'(피오글리타존) 등이 바로 여기에 속하는 항당뇨제들이다.
이달들어서는 일라이 릴리社와 애밀린 파마슈티컬스社(Amylin)가 주사제 타입의 새로운 2형 당뇨병 치료제 '바이에타'(Byetta; 엑세나타이드)를 미국 전역의 약국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바이에타'는 기존의 다빈도 경구용 항당뇨제인 메트포르민이나 설포닐유레아를 복용한 뒤에도 혈당 수치를 충분히 조절하는데 실패했던 2형 당뇨병 환자들을 위한 보조요법제로 허가를 취득했었다. 특히 '바이에타'는 당뇨병 환자들의 혈당조절을 도우면서 체중감소 효과까지 나타낼 것으로 알려지면서 많은 기대감이 모아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머크&컴퍼니社도 '바이에타'와 유사한 작용기전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경구용 항당뇨제 'MK-0431'의 초기단계 임상시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글리타자 계열에 속하는 새로운 항당뇨제들에 촉각이 쏠리고 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와 머크&컴퍼니社가 공동개발을 진행 중인 '파글루바'(Pargluva; 뮤라글리타자)가 글리타자 계열에 속하는 최초의 항당뇨제 자리를 예약해 두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
양사는 지난 12일 캘리포니아州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미국 당뇨협회 제 65차 연례 사이언티픽 세션에서 뮤라글리타자가 혈당 수치를 1.14% 낮춰 '액토스'의 0.85%를 앞섰다는 요지의 연구논문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뮤라글리타자는 또 중성지방 수치를 28% 낮추고,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19% 끌어올린 것으로 나타나 '액토스' 복용群에서 눈에 띈 중성지방 수치 14% 감소·콜레스테롤 수치 14% 상승효과를 상회했다고 양사는 덧붙였다.
이번 학술미팅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社도 '갈리다'(Galida; 테사글리타자)라고 하는 또 다른 글리타자系 후보신약의 초기단계 연구결과를 공개해 다시 한번 듣던 이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공복시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고, 중성지방 수치를 33% 낮춰주었을 뿐 아니라 "좋은" 콜레스테롤 수치는 15% 증가시켰다는 것이 발표내용의 골자.
메타볼렉스社(Metabolex)의 경우 인슐린 반응 개선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을 조절하는 기전을 지닌 메타글리다센(metaglidasen)이라는 약물의 중간단계 임상시험 결과를 이번에 선보였다.
메타글리다센은 체중증가와 부종 부작용을 수반하지 않는 항당뇨제로 벌써부터 많은 기대가 쏠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혈당 수치를 유의할만한 수준으로 낮춰줬으면서도 체중은 0.6㎏이 증가하는데 그쳐 1.3㎏이 증가한 플라시보 복용群에도 미치지 못했을 정도라는 것.
현재 메타볼렉스측은 메타글리다센의 막바지 R&D 절차와 마케팅을 제휴할 파트너를 찾기 위해 메이저 제약사들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화이자社 등은 비강흡입형의 안전한 호르몬제 개발을 진행 중이어서 기대감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