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세계 제약업계에 M&A 붐이 재현될 조짐이 역력히 눈에 띄고 있다.
각국 제약기업들이 저마다 약가통제와 후속신약 개발의 부진이라는 두통거리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상당수 제약기업들이 올해 M&A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나설 것이라는 예측이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업계에 투자정보를 제공하는 업체인 딜로직社(Dealogic)는 22일 공개한 데이터에서 "올들어 지금까지만 제약업계 내부에서 총 176억 달러 규모의 크고 작은 M&A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특히 176억 달러라는 M&A 규모는 2004년 동기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높은 액수에 해당하는 것이어서 매우 주목되는 수치라고 딜로직측은 덧붙였다.
제약업계 관계자들도 최근 다시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M&A 붐이 지속되기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최고 재무책임자(CFO) 존 쿰 이사는 "척박해진 환경 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많은 제약기업들이 생존을 위한 연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쿰 이사는 독일의 한 경제주간지 23일자 발행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선진국 제약기업들이라면 거의 예외없이 그들이 보유한 혁신적 신약들에 합당한 약가를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하며 정부와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약가통제에 따라 수익성이 떨어진 많은 제약기업들이 조직통합과 비용절감 등을 추구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M&A 붐의 재연 가능성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쿰 이사는 "현재 글락소는 자체적으로 유망한 후보신약을 개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잠재된 역량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언제든 실용주의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해야 할 것이라 덧붙여 한가닥 여운을 남겼다.
쿰 이사의 언급은 노바티스社의 다니엘 바셀라 회장이 최근 보이고 있는 행보와도 코드가 일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바티스社는 지난해 아벤티스社를 가운데 두고 사노피-신데라보社와 줄다리기를 거듭했었다.
사노피측에 고배를 마신 노바티스는 올들어 지금까지 M&A에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노바티스는 최근 독일의 비상장 제네릭 메이커 헥살社(Hexal)와 미국의 헥살 제휴업체 이온 랩社(Eon Labs)를 총 84억 달러에 인수했었다.
게다가 바셀라 회장은 값싼 제네릭 제형에 대한 수요가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제네릭 메이커들에 대한 사냥을 멈추지 않겠다는 의향을 공공연히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재까지 두 번째로 덩치가 컸던 제약 M&A는 일본 산쿄社가 다이이찌社를 75억 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던 케이스.
애널리스트들은 일본의 제약업계가 기존 간판급 보유품목들의 특허가 속속 도전받고 있는 데다 구미(歐美) 제약기업들의 공세에 직면해 있는 만큼 앞으로 M&A 분위기가 고조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유럽쪽 제약기업들도 상황은 일본기업들과 오십보백보라는 지적도 고개를 들고 있다. 코마케팅과 공동개발 등을 통해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는 모습을 현재의 상황을 짐작케 해 주는 대목이기 때문이라는 것.
한 예로 머크&컴퍼니社와 쉐링푸라우社는 M&A 파트너라는 루머가 끈질기게 제기되고 있다는 것이다. 양사는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마이브)과 '제티아'(에제티마이브)를 코마케팅하고 있는 파트너 관계.
아스트라제네카社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의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노바티스社가 스위스의 라이벌 메이커 로슈社에 오랫동안 애정어린 눈길을 쏟아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한편 미국쪽 제약기업들의 경우 최근 단행된 대폭적인 세금감면 조치가 취해질 예정이어서 주머니 사정이 부쩍 호전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결 여유로워진 자금사정을 무기로 M&A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대목인 셈.
실제로 화이자社의 경우 최대 380억 달러를 환급받을(repatriate) 수 있으리라 기대되고 있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