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약산업, 새로운 성장엔진은 어디에...
'2004년은 재난의 해' 인식팽배, 여파지속 우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4-12-22 17:19   수정 2004.12.24 10:39
"안보여요!"

미국의 제약업계에 '2004년은 재난의 해'였다는 인식이 팽배한 가운데 자칫 내년에도 그 여파가 지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시계제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다.

한마디로 짙은 안개 속에 빠져 앞이 안보이는 현실에 당장은 뚜렷한 개선의 기미가 눈에 띄지 않고 있다는 것.

이와 관련, 최근 FDA는 후보신약의 승인 유무를 검토할 때 안전성 문제에 대해 한층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도 그 수위를 더욱 높여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형편이다.

이는 머크&컴퍼니社의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로페콕시브)가 회수조치된 이후로 완연히 나타나고 있는 경향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울러 '바이옥스'와 동일한 COX-2 저해제 계열에 속하는 화이자社의 '쎄레브렉스'(셀레콕시브)마저 고용량 사용시 심장마비·뇌졸중 발병률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요지의 발표가 나온 것은 차후 FDA의 성향을 불보듯 짐작케 하는 대목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머크측이 '바이옥스'를 계속 발매할 수 있기 위해 의도적으로 문제를 덮어 왔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어쨌든 '바이옥스'와 '쎄레브렉스'의 문제점 돌출은 현재 미국에서 발매되고 있는 의약품 전반의 안전성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크게 높이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중론.

또 BT 메이커 카이론社(Chiron)의 영국 리버풀 소재 백신제조공장이 세균오염 문제로 폐쇄되면서 인플루엔자 백신 공급에 차질이 빚어졌는가 하면 소아환자들이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문제가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한 임상시험 결과를 일부 메이커들이 은폐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제약업계를 한층 깊은 수렁 속에 빠뜨렸다.

특히 이 같은 문제점들은 가뜩이나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社(BMS), 쉐링푸라우社, 화이자社 등 미국의 주요 제약기업들이 제네릭 메이커들의 거센 도전과 기존의 블록버스터 드럭을 대체할 후속신약의 개발부진이 겹쳐 속앓이를 하고 있는 상황 속에 불거진 것이어서 더욱 큰 파장을 미쳤다.

화이자만 하더라도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따른 시장잠식으로 앞으로 3년 동안에만 매출손실액이 140억 달러대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을 정도다.

약가문제에 대한 알러지 반응이 확산되면서 유럽과 캐나다로부터 값싼 의약품들의 수입을 허용하라는 요구가 톤을 높여가고 있다거나, FDA가 안전성 문제를 감안해 5개 약물들의 판매를 중단하든지,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현실은 또 다른 악재.

이들 5개 약물은 여드름 치료제 '아큐탄'(이소트레티노인), 체중감소제 '메리디아'(시부트라민),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로수바스타틴), 관절염 치료제 '벡스트라'(발데콕시브), 천식 치료제 '세레벤트'(살메테롤) 등이다.

이 때문에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당분간 제약업계 내부에 합종연횡이 활발히 전개될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현실에서 M&A를 통한 비용절감이 이익증대를 위한 최선의 길이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논리.

'미국 의사회誌'(JAMA)의 편집장을 맡고 있는 캐서린 D. 드앤젤리스 박사는 "제약기업들의 신뢰성에 흠집이 생긴 올해는 확실히 재난의 해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현재 스탠다드&푸어스社(S&P)의 'S&P 500 제약지수'는 올들어 지금까지 10.7%가 하락해 전체 업종 평균성장률인 7.4%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러나 이처럼 전도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도 올해 FDA는 지난 9월말까지만 21개의 신약을 허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제넨테크社의 항암제 '아바스틴'(베바시주맙), BMS/임클론 시스템스社의 항암제 '에르비툭스'(세툭시맙), 머크&컴퍼니/쉐링푸라우社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토린'(심바스타틴+에제티마이브) 등이 포함되어 있다.

문제는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들이 올해 허가된 신약들의 면면에 대해 학술적 진보성이나, 시장성 측면에서 대체로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는 점.

반면 FDA가 신약의 발매를 허가할 때 한결 엄격해진 기준을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머크가 '바이옥스'의 후속약물로 개발해 왔던 '아콕시아'(에토리콕시브'에 대해 지난 10월 추가적인 자료제출을 요구하며 승인을 보류한 것이나, 이달 초 프록터&갬블(P&G)의 여성 성욕감퇴장애 치료제 '인트린사'에 대해 허가권고를 유보했던 것은 단적인 사례들.

물론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 뉴스도 없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지난 여름 11개 국제적 저널의 편집책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별도의 등록절차를 거치지 않은 논문에 대해 게재를 거부할 것을 결의해 눈길을 끌었던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

UBS AG 증권社의 칼 사이든 애널리스트는 "방대한 안전성 자료가 확보되지 못했을 경우 앞으로도 FDA는 동일한 계열에 속하는 제 3, 제 4의 신약에 대한 허가 유무를 검토할 때 더욱 신중한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도이체 방크의 바바라 라이안 이사는 "제약업계 내부의 거품을 빼내기 위해서라도 일련의 M&A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편 톰슨 퍼스트 콜 증권社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미국의 제약산업은 8.37%의 매출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의 4.75%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성장률은 2005~2006년도에 7%대로 다시 하락할 것으로 이 증권사는 관측했다.

사이든 애널리스트는 "제약업계가 지난 1992~1993년도에 연이어 한자리 성장률에 머문 뒤 1994~1995년에 걸쳐 6건의 빅딜이 성사되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미국 제약협회(PhRMA)의 제프 트레휘트 대변인은 "제약업계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일부 문제가 발생했음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반적인 시스템은 원활히 돌아가고 있으며, 올해 불거졌던 문제점들이 차후 제약업계에 부담거리로 작용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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