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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녹내장 치료제 개발이 기존 점안제의 복합·제형개량과 새로운 작용기전을 활용한 혁신신약 개발로 나뉘고 있다. 인제니아테라퓨틱스와 피노바이오는 방수 유출 경로의 기능 회복과 시신경 보호를 겨냥하고 있으며, 국제약품과 휴온스는 임상 3상을 통해 상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녹내장은 시신경 손상으로 시야가 점차 좁아지는 진행성 안질환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진료환자는 2020년 96만5000명에서 2024년 122만3000명으로 26.7% 증가했다.
현재 녹내장 치료의 핵심은 안압을 낮춰 시신경 손상 진행을 늦추는 것이다. 프로스타글란딘 유사체, 베타차단제, 탄산탈수효소 억제제 등 다양한 점안제가 사용되지만, 이미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키거나 소실된 시야를 되돌리는 치료제는 없다. 정상 범위의 안압에서도 시신경 손상이 진행될 수 있어 기존 안압 조절 치료를 보완할 새로운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도 이러한 미충족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주요 혁신신약은 대부분 전임상 또는 초기 임상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후기 임상에서는 기존 치료 성분을 활용한 개량신약 개발이 앞서 있다.
인제니아·피노바이오, 방수 유출 경로 회복과 시신경 보호 도전
가장 주목되는 기업 중 하나는 인제니아테라퓨틱스다. 한국 원천기술을 기반으로 미국에서 설립된 인제니아는 혈관 안정화 수용체인 TIE2를 직접 활성화하는 기술을 활용해 녹내장 혁신신약 'IGT-302'를 개발하고 있다.
IGT-302는 눈 속 방수가 빠져나가는 통로인 슐렘관(Schlemm's canal)의 내피세포 등에 발현하는 TIE2 수용체를 표적으로 한다. 슐렘관은 안압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발생하면 방수 유출 저항이 증가할 수 있다.
IGT-302는 TIE2 활성화를 통해 손상된 슐렘관의 구조와 기능을 회복시켜 방수 유출을 개선하도록 설계된 항체 신약후보물질이다. 기존 점안제가 주로 방수 생성을 억제하거나 유출을 촉진하는 데 집중한다면, IGT-302는 방수 유출 조직 자체의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인제니아는 MSD 자회사 아이바이오(EyeBio)와 IGT-302의 전임상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2026년 10월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전임상 효능·독성시험을 마쳤으며, 올해 임상시험계획(IND) 신청과 2027년 임상 1상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MSD의 관련 옵션은 행사되지 않았으며, 양사는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인제니아의 또 다른 안과 신약 'IGT-427(MK-8748)'은 MSD가 신생혈관성 연령관련황반변성과 당뇨황반부종을 대상으로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녹내장 후보물질 IGT-302와는 적응증과 개발 단계가 다르다. IGT-427의 개발 성과는 TIE2 플랫폼의 기술적 근거를 뒷받침할 수 있다. 녹내장 치료 효능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인제니아가 방수 유출 경로의 기능 회복에 집중한다면, 피노바이오는 안압 저하와 시신경 보호를 동시에 겨냥하고 있다. 개발 중인 점안제는 'NTX-101'이다.
NTX-101은 코르티솔 대사에 관여하는 11β-HSD1(11β-hydroxysteroid dehydrogenase type 1) 효소 억제제다. 피노바이오는 해당 효소의 활성을 억제해 안압을 낮추고 시신경을 보호하는 최초 계열(First-in-class) 치료제를 목표로 한다.
회사 공식 파이프라인에 따르면 NTX-101은 국내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후 임상 2상 진입이나 임상적 시신경 보호 효과를 입증한 연구 결과는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현재 피노바이오는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과 항암제 개발에 사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NTX-101의 후속 임상 추진 여부와 개발 우선순위가 향후 사업화 가능성을 판단할 핵심 변수다.
퓨쳐메디신, 경구용 녹내장 신약 개발…임상 지속 여부는 변수
퓨쳐메디신도 신규 작용기전 기반 녹내장 치료제 개발에 도전한 기업이다.
회사의 합성신약 'FM101'은 A3 아데노신 수용체(A3AR) 길항제로, 안압 저하와 시신경 보호를 목표로 개발됐다. 점안제가 아닌 경구용 치료제로 개발해 투약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FM101은 2021년 호주에서 녹내장 임상 2a상 시험계획을 승인받았다. 2022년에는 국가신약개발사업의 임상개발 지원과제로 선정되며 후속 연구를 추진했다.
회사는 2023년 7월 내부 자금 문제에 따른 환자 모집의 어려움을 이유로 해당 국책과제의 중단을 공시했다. 확보한 자원을 대사이상지방간염(MASH)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2026년 사업보고서에는 녹내장 적응증이 임상 2상 진행 단계로 기재돼 있다. 2023년 국책과제 중단 이후 실제 환자 모집과 임상 수행 현황, 후속 개발 성과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임상시험계획 승인 이력과 현재 임상 수행 여부를 구분해야 하는 사례다.
국제약품·휴온스, 임상 3상으로 상업화 경쟁
혁신신약이 새로운 작용기전의 임상적 유효성을 검증해야 하는 단계라면, 기존 치료 성분을 활용한 개량신약은 상업화에 가까워지고 있다.
국제약품은 녹내장 개량신약 'TFC-003'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TFC-003은 브리모니딘, 도르졸라미드, 티몰롤 등 세 가지 성분을 결합한 고정용량 복합 점안제다.
브리모니딘은 알파2 아드레날린 수용체 작용제, 도르졸라미드는 탄산탈수효소 억제제, 티몰롤은 베타차단제다. 서로 다른 작용기전을 결합해 안압을 조절하고 여러 점안제를 사용하는 환자의 투약 부담을 줄이는 것이 개발 목적이다.
국제약품은 2025년 12월부터 전국 20여 개 병원에서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임상 3상에서는 기존 점안제 요법과 비교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한다. 회사는 2027년 임상시험 결과보고서(CSR) 확보와 품목허가 신청을 거쳐 2028년 발매를 목표로 한다.
휴온스도 녹내장 개량신약 'HUC3-637'의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HUC3-637은 탄산탈수효소 억제제인 도르졸라미드와 베타차단제인 티몰롤을 조합한 점안제로, 기존 치료제의 제형을 개선해 점안감을 높이는 전략이다. 휴온스는 기존 제품 대비 점안감 개선을 주요 차별화 요소로 제시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4월 22일 HUC3-637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원발개방각녹내장 또는 고안압증 환자 206명을 대상으로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다기관, 무작위배정, 단일눈가림, 활성대조 시험이다.
두 기업은 새로운 약리기전보다 기존 치료제의 복합화와 제형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투약 편의성과 내약성을 높이고 치료 지속성을 개선해 시장 진입을 추진하는 전략이다.
녹내장 신약, 안압 저하 넘어 임상적 시신경 보호 입증이 관건
국내 녹내장 치료제 개발은 후기 임상에 진입한 개량신약과 새로운 치료 기전을 검증하는 혁신신약으로 구분된다. 개발 단계에서는 국제약품과 휴온스가 앞서 있으며, 기술적 차별성에서는 인제니아와 피노바이오가 주목된다.
혁신신약 개발의 핵심은 새로운 작용기전이 실제 임상적 유익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안압 저하는 중요한 유효성 지표다. 시신경 보호 효과는 시야 손상 진행이나 망막신경섬유층 변화 등 추가적인 근거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국내 녹내장 신약개발의 과제는 명확하다. 개량신약은 기존 치료제 대비 투약 편의성과 내약성 개선을, 혁신신약은 새로운 작용기전의 임상적 가치를 입증해야 한다. 특히 시신경 보호와 방수 유출 경로의 기능 회복이 실제 질병 진행 억제로 이어지는지가 핵심 변수다.
유진 드 후안 주니어 미국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UCSF) 석좌교수는 “안압 조절은 중요하나 그것이 녹내장 치료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대부분의 규제기관은 해부학적 개선뿐 아니라 치료제가 실제 시기능에 도움이 된다는 근거를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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