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약 도입 시계는 도는데…처방 의사도, 법적 보호도 아직 '미정'
정부, 2027년 1분기 도입 목표…초기 2년간 의사 직접 처방·조제
산부인과 의료계, 형사책임 불확실성 해소 및 관련 법률 개정 촉구
처방 자격부터 응급진료체계까지 의료현장 적용 기준 추가 협의
최윤수 기자 jjysc022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9-17 06:00   수정 2026.09.17 06:01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정식 도입을 공식화하고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허가·심사와 의료현장 도입 절차를 추진한다. 사진은 AI를 활용해 만든 이미지.

정부가 임신중지 약물의 국내 정식 도입을 공식화하고 2027년 1분기를 목표로 허가·심사와 의료현장 도입 절차를 추진한다. 도입 초기 2년간은 의료기관 내에서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이후 부작용과 안전성 검토 및 관련 법률 개정 상황 등을 고려해 사용 범위 확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약물을 사용하기 위한 세부 기준은 상당 부분 확정되지 않았다. 임신중지약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자격과 투약 이후 환자 관리 방법, 건강보험 적용 여부 등이 추가 논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특히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이 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물 도입이 추진되면서 의료진의 법적 책임과 보호조치를 둘러싼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정부의 단계적 도입 및 안전관리 강화 방향에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실제 사용에 앞서 의료진의 형사책임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응급진료체계와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 역시 관련 법률 개정과 의료계 협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법적 보호조치와 현장 적용 기준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성평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4회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인공임신중지 약물 도입 방안을 보고했다.

이번 방안은 2019년 4월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지속된 제도적 공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정식 허가받지 않은 임신중지 약물이 음성적으로 유통되면서 여성의 건강과 안전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임신중지 시기 지연에 따른 비용 증가 등 사회경제적 부담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임신중지 약물을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면 불법 유통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약물 사용 현황과 이상사례를 파악해 사후관리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가운데 음성적인 약물 유통으로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이 저해되고 있다며 임신중지 약물의 조속한 도입 필요성을 설명했다.

원 장관은 정부가 정식 도입 방안을 발표한 만큼 국가 의료체계 안에서 보다 안전하게 임신중지가 이뤄지고, 사회경제적 상황에 따른 여성들의 부담도 경감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미프지미소 내년 1분기 도입 목표…의사 직접 조제 2년간 적용
현재 국내에서 품목허가가 추진되는 제품은 현대약품의 미페프리스톤·미소프로스톨 복합제 '미프지미소'다. 미프지미소는 미페프리스톤 200mg 1정과 미소프로스톨 200㎍ 4정으로 구성된 콤비팩 제품이다.

미페프리스톤은 임신 유지에 필요한 프로게스테론의 작용을 차단하며, 미소프로스톨은 자궁수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두 성분을 순차적으로 사용해 임신을 중지하는 방식이다.

제출된 허가 신청자료에 따르면 미페프리스톤을 먼저 복용하고 24~48시간 뒤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한다. 이후 7~14일 이내 의료기관을 방문해 임신중지 결과와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도록 돼 있다. 투약 전에는 임신 주수와 자궁외임신 여부 등을 확인해야 한다.

현재 허가 신청 범위는 임신 63일, 즉 9주 이내다.

신준수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브리핑에서 해당 제품이 임신 9주 이내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시험 자료를 근거로 허가 신청됐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임신 12주 미만 약물적 임신중지에 관한 권고를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제출된 제품별 임상시험 자료를 바탕으로 허가·심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식약처는 현재 제출된 임상시험 자료 등을 토대로 의약품의 안전성과 유효성, 품질을 심사하고 있다. 허가 신청자료에 포함된 위해성관리계획(RMP)에 대한 검토도 진행 중이다.

위해성관리계획에는 시판 이후 이상사례 수집·평가, 안전성 정보 조사, 환자와 의료전문가 대상 설명·교육자료 등이 포함된다. 식약처는 이러한 자료를 검토해 허가 이후 적용할 안전관리 방안도 함께 마련할 예정이다.

도입 목표 시점은 2027년 1분기다. 다만 실제 허가와 공급 일정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제품은 2024년 12월 품목허가가 신청됐으며, 현재 심사가 상당 부분 진행된 가운데 위해성관리계획 등에 대한 자료 보완이 필요한 상태다.

허가 이후에도 표시사항 준비와 수입 품질검사, 물량 확보 등의 절차가 남아 있다. 신 국장은 제약사가 필요한 보완과 수입 절차 등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 아래 내년 1분기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제품이 국내에 도입되면 초기 2년간 의료기관 내 의사의 직접 처방·조제를 원칙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이는 약물 사용에 따른 안전성과 부작용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인 동시에 현행 법률에 따른 약사 조제의 법적 문제를 고려한 결정이다.

곽순헌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의사와 임신한 여성에 대한 관련 처벌 조항의 효력이 상실됐지만, 약사에 대해서는 형법상 처벌 가능성이 있다는 법무부의 유권해석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의사가 의료기관에서 직접 조제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초기 2년 동안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2년이 지나면 자동으로 약국 조제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 법률이 개정되지 않거나 약물 사용 과정에서 추가적인 안전관리 필요성이 확인될 경우 의료기관 내 의사 직접 조제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정부는 의약품 유통 역시 의료기관 중심으로 관리할 예정이다.

제약사와 의약품유통업계에는 의료기관 공급 원칙을 안내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 유통정보 보고체계를 활용해 공급 현황을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의사회와 약사회에도 의사 직접 조제 원칙 및 관련 법무부 유권해석을 안내할 방침이다.

의료계 "법 개정 없이 의료진에 책임 떠넘겨선 안 돼"
정부의 도입 방안 발표에 대해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환자 안전과 의료진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는 16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가 제시한 임신중지 약물의 단계적 도입과 안전관리 강화 방향에 공감하며, 안전한 도입과 사용 관리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임신중지 관련 입법 공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의료진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하고, 약물 처방과 투약에 필요한 보호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의료계가 제기한 핵심 문제는 현행 형법과 모자보건법 사이에 남아 있는 법적 불확실성이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4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해당 조항은 입법 시한까지 개정되지 않아 2021년 1월부터 효력을 상실했지만, 이후 임신중지와 관련한 후속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약물을 처방하고 투약하는 과정에 참여할 경우 형사책임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별도 입장문에서 사회·경제적 사유에 따른 임신중지약 처방 과정에서 의료진이 형사처벌 우려에 직면할 수 있다며 관련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의사회는 행정지침만으로 의료인의 법적 보호를 담보할 수 없으며, 임신중지 의약품의 허가부터 처방·조제·투약·부작용 보고까지 제도적 근거를 명확하게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료계가 제기하는 의사의 형사책임 문제는 정부가 설명한 약사의 조제 관련 처벌 가능성과는 구분된다. 정부는 약사 조제에 관한 법무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초기 원내 조제 방침을 설명했으며, 의료계는 의사의 처방과 투약 과정에 대해서도 명확한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의료진의 진료선택권이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개인의 신념에 따라 임신중지약 처방에 참여하지 않으려는 의사의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해당 의료진이 처방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환자가 필요한 진료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다른 의료기관으로 연계하는 절차를 법률에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부도 진료선택권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구체적인 적용 기준이나 법적 보호절차는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현행 모자보건법상 배우자 동의 요건도 의료계가 정비를 요구한 사항이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와 여성의 자기결정권, 약물을 통한 초기 임신중지라는 새로운 진료 형태를 고려할 때 관련 조항을 현실에 맞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 개정이 약물 도입을 지연시키기 위한 조건이 아니라 제도가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게 작동하기 위한 전제라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관련 입법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방침이다. 브리핑에서는 모자보건법과 형법의 소관 부처가 각각 복지부와 법무부라는 점을 설명하고, 국회에 발의된 관련 법안과 의료계·시민단체 등의 의견을 토대로 개정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법 개정의 구체적인 완료 시점은 제시하지 않았다.

환자 안전을 위한 후속진료체계도 의료계가 강조한 사항이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임신중지약 사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유산이나 과다출혈 등에 대응하기 위해 후속 수술과 응급이송이 가능한 의료기관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표준진료지침과 처방 의료진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적응증 확인부터 자궁외임신 배제, 병용금기 판단, 투약과 추적관찰, 합병증 대응까지 포함하는 진료지침을 개발하기로 했다.

야간이나 휴일에 출혈·통증 등이 발생했을 때 상담 후 필요한 진료로 연결할 수 있도록 24시간 비대면 상담체계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후속 수술 및 응급진료에 필요한 수가 보상 방안 역시 논의 대상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식약처의 허가사항과 위해성관리계획이 확정되면 이를 바탕으로 의료계와 표준진료지침을 마련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의료계의 지침 개발과 교육에 필요한 비용 등을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누가 처방하고 어떻게 복용하나…보험·미성년자 기준도 미정
임신중지약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처방 의사의 자격과 약물 사용 방법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정부는 초기 2년간 의사가 직접 처방·조제한다는 원칙을 제시했지만, 모든 의사가 처방할 수 있는지 또는 산부인과 전문의로 제한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복지부는 특정 전문의 자격보다는 약물 사용에 필요한 진료 역량을 중심으로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임신 여부와 주수를 정확히 확인하고 자궁외임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의 건강 상태와 병용약물 등을 고려해 약물 사용이 적절한지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곽순헌 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산부인과 전문의 수준의 역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면서도 특정 전문과목으로 처방 자격을 일률적으로 제한하지는 않고 관련 학회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원내 조제와 실제 투약 장소에 관한 기준도 구체화가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기관 내 의사 직접 처방·조제 원칙을 밝혔지만, 환자가 약물을 반드시 병원에서 복용해야 하는지, 복용 이후 어느 정도의 관찰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았다.

허가 신청자료에는 두 약물을 일정한 간격으로 투여하고 이후 의료기관을 방문해 결과를 확인하는 절차가 포함돼 있다. 다만 이러한 허가 신청내용이 실제 의료기관에서의 모든 투약·관찰 방식까지 확정한 것은 아니다.

복지부는 최종 허가사항과 위해성관리계획을 바탕으로 의료계와 협의해 구체적인 사용지침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약물 사용 대상에 대한 연령 기준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신준수 국장은 현재 허가 신청사항에 투약 대상의 별도 연령 기준은 포함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성년자가 보호자 동의 없이 약물을 처방받을 수 있는지, 보호자 동의가 필요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확인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

원민경 장관은 미성년자의 보호자 동의 여부에 대해 청소년 보호체계 전반을 고려해야 하는 사안이라며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성평등가족부는 청소년의 약물 사용 과정에서 필요한 상담과 심리·정서적 지원 방안도 향후 가이드라인에 반영할 계획이다.

건강보험 적용 여부와 환자 부담 역시 결정되지 않았다.

복지부는 의약품의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위해서는 제약사의 급여 신청이 선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약사가 급여를 신청하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을 통한 급여 적정성과 가격 검토 절차가 진행된다.

현재로서는 비급여로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제약사의 신청 여부와 가격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약물 사용 전에 필요한 초음파 검사 등 진료·검사 행위의 건강보험 적용 여부는 약제 급여와 별도로 검토할 예정이다.

비급여로 도입되면 의료기관은 환자에게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고지·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심평원의 비급여 보고체계를 활용해 의료기관별 가격을 비교·공개하는 방안도 준비할 계획이다.

의료기관 중심의 공급체계가 지역별 의료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가 초기 2년간 의사 직접 조제 방식을 적용하기로 한 만큼 실제 처방에 참여하는 의료기관의 수와 지역별 분포가 환자의 약물 접근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산부인과 의료기관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이나 저소득층, 청소년 등은 의료기관 이용 과정에서 추가적인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약물 도입 이후 이용 현황을 대상별·지역별로 파악하고, 취약계층 여성들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되지 않도록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의료기관 확보 및 지원 방안은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정부는 앞으로 식약처의 품목허가 심사와 위해성관리계획 검토를 진행하는 동시에 의료계와 표준진료지침 및 처방 기준 마련을 협의할 예정이다.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 문제도 관계 부처와 국회 논의를 통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산부인과 관련 단체들은 이러한 과정에 학술적 근거와 진료현장의 경험을 제공하며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의료진의 법적 보호와 응급진료체계, 처방·투약·사후관리에 관한 구체적인 기준이 실제 사용 전에 마련돼야 한다는 요구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2027년 1분기 도입 목표까지는 식약처 허가심사와 제약사의 수입·공급 준비, 의료계의 진료지침 마련 등 후속 절차가 남아 있다. 초기 2년간의 의사 직접 조제 원칙 이후 약국 조제 등으로 사용 범위를 확대할지는 관련 법률 개정과 국내 사용 과정에서 축적되는 안전성 자료 등을 토대로 검토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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