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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 바이오기업에 대한 견제를 넘어 자국 글로벌 제약기업의 중국 사업 전반을 국가안보 차원에서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에서 수행한 임상시험은 물론 중국 바이오텍과 체결한 기술도입 계약과 합작투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글로벌 신약개발 전략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최근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BMS), 화이자, 애브비, MSD, 일라이 릴리 등 미국 주요 제약사 5곳을 대상으로 중국 내 임상시험과 중국 기업과의 협력 현황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는 중국 임상시험 과정에서 생성되는 데이터와 기술 협력이 미국의 국가안보 및 바이오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단순한 실태조사를 넘어 미국의 바이오 전략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미국이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생물보안법(Biosecure Act)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미국은 바이오기술을 반도체와 인공지능(AI)과 함께 국가 전략기술로 규정하고 있으며,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정부 사업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바이오 공급망과 임상 데이터의 안전성을 국가안보 문제로 다루고 있다. 반면 중국은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바이오산업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제시하고 생물학적 데이터 관리 강화와 AI 기반 바이오 연구 확대를 추진하면서 글로벌 바이오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 의회는 중국이 글로벌 임상시험 허브로 성장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은 규제 절차 간소화와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초기 임상시험, 특히 최초 인체 투여(FIH) 시험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으며, 환자 모집 속도도 미국보다 수배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비용과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중국에서 다수의 임상시험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미국 의회는 이러한 경쟁력이 윤리적 검증과 데이터 신뢰성, 국가안보 측면에서 새로운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임상시험 참여자의 자발적 동의 여부와 국제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 대상 기업들의 중국 내 임상 규모도 상당한 수준이다. BMS는 2004년 이후 약 180건의 임상시험을 중국에서 수행했으며, 이 가운데 일부는 신장 지역 병원과 군 병원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화이자는 300건 이상, 일라이 릴리는 220건 이상, MSD는 224건, 애브비는 100건 이상의 중국 임상시험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의회가 주목하는 것은 임상시험뿐만이 아니다. 최근 미국 대형 제약사들은 중국 바이오텍으로부터 대규모 기술도입을 적극 추진해 왔다. BMS는 헝루이제약과 최대 152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화이자는 이노벤트와 최대 105억 달러, 3SBio와 최대 6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일라이 릴리 역시 이노벤트로부터 항암제 후보물질을 최대 89억 달러 규모로 도입했으며, MSD와 애브비도 중국 기업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중국 바이오텍이 글로벌 신약개발의 주요 파트너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의회는 중국과의 기술 협력 역시 국가안보 관점에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중국특별위원회는 각 기업 최고경영자에게 중국 및 신장 지역에서 수행한 임상시험 현황, 군 병원과의 협력 여부, 계약한 CRO 및 CDMO 정보, 민감한 임상 데이터 보호 체계, 지식재산권 관리 방안, 2020년 이후 체결한 라이선스 및 합작투자 계약 등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최근에는 조사가 단순한 정보 수집을 넘어 향후 정책 수립의 근거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 하원 중국특별위원회는 관련 기업들에 공식 서한을 보내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며, 중국에서 생성된 임상 데이터와 중국 바이오기업과의 협력 구조가 미국의 바이오 경쟁력과 국가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중국 임상 데이터 활용과 기술 이전 구조를 포함한 전반적인 공급망 의존도를 점검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동시에 자국 내 신약개발 역량 강화도 병행하고 있다. FDA는 미국 내 임상 1상 수행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초기 임상 승인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의회에서는 향후 FDA가 중국 임상시험기관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심사 과정에서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가 미국의 바이오 공급망 정책이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보고 있다. 기존에는 중국 바이오기업의 미국 시장 접근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미국 제약사들의 중국 임상 수행과 기술도입, 생산 및 연구 협력까지 관리 대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에서 확보한 임상 데이터와 중국 기업과의 라이선스 계약 이력이 향후 미국 시장 진출과 규제 심사 과정에서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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