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CS, 산화방지제 'BHA' 사용 농도 0.07% 제한 권고
내분비계 교란 및 발암성 논란 검토 결과 피부 적용 제품 '위해성 낮음' 판단
김민혜 기자 minyang@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04-27 05:00   수정 2026.04.27 05:23
▲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는 최근 화장품 내 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이 농도 0.07% 이하일 경우 인체에 안전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SCCS

유럽연합은 부틸하이드록시아니솔(BHA)의 화장품 내 사용 농도가 0.07% 이하일 경우 인체에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유럽연합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는 최근 본회의를 통해 BHA에 대한 최종 과학적 조언을 채택하고, 이 같이 결정했다. 

위원회는 BHA가 함유된 씻어내는 제품과 씻어내지 않는 제품 모두에서 0.07% 농도까지는 안전하다고 봤다. 안전역(MoS)은 0.07% 농도 기준으로 씻어내지 않는 제품에서 632, 씻어내는 제품에서 1만7251이다. 통상적인 안전 기준치인 100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단, 피부에 바르는 제품에 한해 적용되고 구강 관리 제품 및 흡입형 제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간 화장품, 제약, 식품 산업 등에서 지방과 오일의 산화를 방지해 제품의 유통기한을 연장하는 용도로 사용돼온 BHA는 '2-tert-butyl-4-methoxyphenol'이라는 화학명을 가진 단일가 페놀계 산화방지제다. 현재 유럽 화장품 규정(EC) No 1223/2009의 규제 물질 목록에 포함돼 있지 않아 지금까지는 별도의 사용 제한이 없던 성분이다. 그러나 2018년 유럽 집행위원회가 내분비계 교란 특성을 가진 물질에 대한 검토를 시작하면서 BHA는 우선 순위 목록에 포함돼 정밀 안전성 평가를 받게 됐다.

이번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 중 하나는 반복 투여 독성 연구를 통해 도출된 무독성량(NOAEL)이었다. 위원회는 쥐, 개, 원숭이 등 다양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반복적인 경구 투여 시 간 중량 증가와 설치류의 전위(forestomach) 과다형성 등이 주요 독성 영향으로 관찰됨에 따라 간 영향을 기준으로 50 ㎎/㎏ bw/d를 위해성 평가의 기준점(PoD)으로 설정했다. 

피부 흡수율의 경우, 인체 피부를 이용한 생체 외 실험에서 0.07% 농도의 BHA가 최대 5.34%까지 침투한다는 결과가 있었다. 그러나 위원회는 연구의 불확실성과 높은 변동성을 고려해 보수적인 수치인 50%를 기본값으로 적용해 안전역(MoS)을 계산했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됐던 내분비계 교란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 SCCS는 광범위한 실험 데이터를 분석했다. 컴퓨터 모델링을 이용한 시뮬레이션인 인실리코(in silico) 분석에선 대부분 음성 결과가 도출됐으나, 세포를 이용한 체외(in vitro) 실험에선 약한 에스트로겐 활성과 안드로겐 생성 억제 가능성이 보고됐다. 특히 미성숙한 쥐를 이용한 자궁 비대 실험(Uterotrophic assay)에서 고용량의 BHA 투여 시 자궁 무게가 감소하는 등 항에스트로겐성 활성이 관찰되기도 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이런 증거들이 BHA의 내분비계 교란 작용 방식을 명확히 제안할 만큼 견고하지는 않으며, 관련 연구들의 신뢰도가 낮아 위해성 평가의 직접적인 기준점으로 삼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발암성 문제도 심도 있게 논의됐다. 국제암연구소(IARC)는 과거 쥐와 햄스터 등 설치류의 전위에서 유발된 종양을 근거로 BHA를 '인체 발암 가능 물질(그룹 2B)'로 분류한 바 있다. 하지만 SCCS는 "이 종양은 고용량 투여로 인해 쥐의 전위 조직이 손상되고 세포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해서 생긴 결과일 뿐"이라며, "애초에 전위가 없는 사람에게 이 쥐 실험 결과를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화장품에 사용되는 낮은 농도의 BHA는 소비자에게 발암 우려를 주지 않는다는 것이 위원회의 최종 입장이다. 실제 네덜란드 코호트 연구 등 인간 대상 역학 조사에서도 낮은 수준의 BHA 섭취와 위암 발생 사이의 유의미한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유전자나 염색체 손상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 독성' 평가 결과는 음성으로, 기본적으로 안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체내 분해 환경을 모방한 일부 세포 실험과 고용량 투여 실험에선 DNA가 손상되는 양성 반응이 관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CCS는 BHA 성분 자체가 유전자를 직접 공격한 것이 아니라, 대사 과정에서 발생한 '활성산소(ROS)'가 준 간접적인 타격이라고 분석했다. 즉, 우리 몸의 방어 체계(항산화 능력)가 감당할 수 있는 특정 한계선(임계값) 아래의 낮은 농도에선 유전 독성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안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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