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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건강보험 재정 압박 해소를 명분으로 제네릭 의약품의 약가를 대폭 인하하는 개선 방안을 추진하면서, 제약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제약업계는 "혁신 기업 육성은 구호 뿐, 현실은 R&D 동력 고사"라며 정부 정책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졸속 인하' 비판 목소리… "혁신 유도책은 실효성 없다" "혁신형 기업 우대는 명목뿐"
정부의 약가 개선방안은 주로 제네릭 품목의 약가 산정률을 낮추고, 동일 성분 품목 수에 따라 약가를 차등 인하하는 계단식 약가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로써 건강보험 재정 절감과 불필요한 제네릭 난립 방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제약업계는 정부의 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부는 신약 개발 기업이나 R&D 투자가 높은 기업에 약가 가산 등 우대책을 약속했지만, 업계는 가산 폭이 인하 폭을 상쇄하지 못하며, 가산 기간(예: 3년)이 지나면 결국 일괄 인하가 적용되는 구조라고 지적한다. 이는 실질적인 혁신 동기 부여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통상 의약품 개발의 3 요소로 자본, 인력, 기술을 꼽는다. 이번 약가 인하로 인해 기업의 수익성이 악화되고, 이는 곧 자본 투자의 위축과 고용 축소로 이어져 결국 기술력 유지 및 혁신 동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네릭 품목 판매에 매출의 80% 이상을 의존하는 다수의 중소 제약사들은 이번 인하가 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들은 당장의 수익성 악화가 고용 불안정 및 설비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제네릭 수익이 줄어들면 신약 개발을 위한 종자돈이 사라져 결국 R&D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는 재정 절감이라는 단기 목표에 매몰되어 산업의 장기적인 발전 가능성을 훼손하는 졸속 정책"이라는 비판으로 이어진다.
일본 사례, 외자사만 이롭게 한 '제네릭 약가 인하'
약가 인하 정책의 선례를 남긴 일본에서도 제네릭 약가 압박이 강해지자, 국내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동안 화이자, 노바티스 등 혁신 신약에 강점을 가진 외자사들이 일본 시장의 점유율을 오히려 확대했다.
일본은 2000년대 이후 주기적이고 강력한 약가 인하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 정책은 단순한 재정 절감 조치를 넘어, 제약 시장의 구조와 기업들의 생존 전략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으며, 특히 일본 국내사와 외국계사 운명을 갈랐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2년마다 모든 의약품의 약가를 조정(인하)하며, 제네릭이 출시되면 오리지널 약가의 가격을 낮추는 제네릭 연동 약가 인하 시스템을 강력하게 적용했다.
제네릭 의약품의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제네릭과 오래된 오리지널 의약품에 의존하던 많은 일본 국내 중소형 제약사들은 수익성 악화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수익성이 낮은 품목은 생산이 중단되거나, 기업 간의 인수·합병(M&A) 및 사업부 매각이 활발해졌다. 이는 생존을 위해 필수적으로 체질 개선을 요구했으며, 단순히 제네릭을 다수 등재하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
이로인해 많은 일본 제약사들이 제네릭 사업 부문을 분리하거나, 아예 신약 개발에만 집중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전환해야 했다.
일본의 약가 인하 정책은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강화'라는 방침을 병행했다. 이 틈을 글로벌 R&D 파이프라인이 강력한 외국계 제약사가 파고들었다.
일본은 획기적인 신약이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하는 의약품에 대해서는 약가 인하를 유예하거나, 높은 가격을 인정해주는 혁신 가산 제도를 운영했다.
화이자(Pfizer), 노바티스(Novartis), 로슈(Roche) 등의 외자사들은 주로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고수익의 혁신 신약을 일본 시장에 신속하게 투입했다. 일본 국내 기업들이 제네릭으로 고전하는 사이, 외자사들은 혁신 신약 분야에서 시장 지위를 더욱 확고히 했다.
그 결과, 2000년대 이후 외자계 기업들이 일본 전체 의약품 시장에서 차지하는 출하 금액 비중은 꾸준히 증가했으며, 특히 고가 신약이 많은 병원 시장에서는 그 점유율이 더욱 두드러졌다.
이 점을 미루어 봤을 때 국내 업계는 정부의 정책 역시 국내사들의 경쟁력만 약화시키고, 글로벌 신약 파이프라인이 풍부한 외자사들의 입지만 강화시켜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혁신 신약에 대한 보상 체계가 해외 선진국 수준으로 미흡한 상황에서 제네릭 수익까지 깎아내리는 것은 'K-제약의 미래'를 포기하는 행위라는 자조적인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장기적 관점의 혁신 유인책 마련해야"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순히 지출 통제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산업 발전과 혁신을 동시에 유도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약가 인하는 재정적 효율을 가져올 수 있으나, 산업의 혁신 의지를 꺾어서는 안 된다. 혁신형 제약기업이 개발한 신약에 대해 파격적인 약가 우대 및 장기간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함으로써, 기업들이 제네릭 경쟁 대신 신약 개발에 '올인'할 수 있는 명확한 유인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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