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첨생법 날개달다] 김선진 대표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치료제로 또 한 번 글로벌 간다"
유전자치료제 ‘KLS-2031' 'KLS-3021’ 앞세워 글로벌 진입 추진 중
데이터·기술·실행력으로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새 기준 제시
"기업과 규제기관 모두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 전하고자 하는 같은 목표"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11-10 06:00   수정 2025.11.10 06:15

「첨생법(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드디어 한국이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는 분야에 날개를 달기 시작했다. 세포·유전자·조직공학·재생 기술이 불치라 여겨지던 희귀·난치 질환의 치료 패러다임을 새로 쓰고 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첨생법을 중심으로 기술, 제도, 인프라,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순환하는 산업 생태계를 완성하는 일이다. 치료제와 법, 현장이 하나로 맞물린 지금, 한국의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이 비상하기 시작했다.<편집자 주>

코오롱생명과학 김선진 대표이사(코오롱제약·코오롱바이오텍 대표이사, 코오롱티슈진 최고의학책임자).©약업신문=권혁진 기자

첨단재생의료와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이제 산업의 무게는 제도와 규제를 넘어 과학과 기술, 데이터의 힘으로 옮겨가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에서 유전자치료제 개발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이제는 기술과 데이터가 시장에서 기업의 성패를 좌우합니다.” 김선진 코오롱생명과학 대표이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치료제 ‘KLS-2031’과 고형암 항암 유전자치료제 ‘KLS-3021’을 앞세워, 또 한 번 글로벌 시장 진입에 시동을 걸었다.

AAV 기반 신경 재생 플랫폼 및 종양 살상 바이러스(Oncolytic Vaccinia Virus) 기반 면역 활성 기술을 결합해, 질환의 근본 원인을 다층적으로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첨생법으로 연구·임상·사업이 하나로 맞물린 지금, 코오롱생명과학은 데이터와 기술, 그리고 실행력으로 유전자치료제 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써 내려가고 있다.

약업신문은 최근 서울 강서구 마곡산업지구에서 김선진 대표를 만나, 첨생법 시행 이후 코오롱생명과학이 그리고 있는 차세대 유전자치료제의 비전과 기술 전략을 들어봤다.

첨생법이 산업 전반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환자 입장에서는 선택권과 접근성을 넓혀주는 제도적 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존의 표준 치료로는 더 이상 치료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어려운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를 받아 볼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스폰서 입장에서도 불필요한 행정적 허들을 줄이고, 임상 진입 과정을 합리화하여 기존의 치료법에 반응을 하지 않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법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봅니다. 실제로 첨생법 개정 이후 연구자 주도 임상이나 치료실시 제도가 활성화되면, 기업이 초기 임상 데이터를 보다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첨생법은 설익은 치료법의 지름길이 아니라 검증된 치료가 더 빨리 환자에게 닿을 길이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제도가 정비된 지금 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제도가 바뀌었다고 산업이 곧바로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결국, 바뀌어야 할 것은 실행입니다. 첨생법이 문턱을 낮췄지만, 그 문을 열고 들어가는 건 제도가 아니라 기업의 실력입니다.

규제기관은 높은 전문성으로 두려운 존재가 되어야 하고, 기업은 말이 아니라 데이터로 설명하고 설득해야 합니다. 이것은 철학이 아니라 생존의 공식입니다. 임상은 우기고 주장하는 자리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논리적인 이론과 데이터로 증명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주어져야 합니다. 개발 성숙도와 안전성 근거가 충분히 확보된 물질이 환자에게 제공돼야 합니다. 제도가 열렸다고 해서 준비되지 않은 프로젝트가 시행된다면, 환자는 불필요한 위험이나 독성에 노출되고 산업 전반의 신뢰를 해칠 수 있습니다.

이제 산업은 제도보다 실행력으로 평가받는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결국, 남는 것은 데이터의 완성도와 일관성입니다. 제도가 길을 열어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을 안전하게, 그리고 끝까지 걸어가는 것은 기업의 준비된 기술과 검증된 실행력입니다.

핵심 파이프라인 ‘KLS-2031(신경병증성 통증 유전자치료제)’의 임상시험 현황과 주요 데이터를 소개해 주시겠습니까?

요추천추 신경근병증 통증 치료를 위한 미국 임상 1/2a상은 2025년 8월 기준으로 장기추적 4년 차에 진입했습니다. 현재까지 안전성 측면에서는 특이 신호 없이 안정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 중 하나인 장기 안전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입니다.

프로토콜상 장기추적 구간의 세부 효능 데이터는 현재 공개하기 어려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관련 분석은 추후 학술 발표나 논문을 통해 정식으로 공유 드릴 예정입니다.

KLS-2031은 전임상 단계부터 실제 임상 상황을 반영한 설계를 적용했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점에서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하셨나요?

KLS-2031 개발의 핵심은 임상적 유효성을 실제로 증명하는 것에 있습니다. 단순히 전임상에서 기전적 작용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환자 치료 환경에서의 반응성을 얼마나 유사하게 재현할 수 있는지를 중심에 두고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이를 위해 적응증으로 설정된 당뇨병성 족부 통증의 전임상 설계 단계부터 현실적인 조건을 반영했습니다.   기존 요천추 신경근병증(LSR) 외 후속 임상의 경우 스트렙토조토신(STZ)이라는 약물을 이용해 당뇨병으로 인한 신경병증을 유도한 동물 모델에서 통증 완화 효능을 확인했고, 나아가 인슐린으로 혈당을 치료 수준으로 유지한 상태에서도 동일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검증했습니다.

즉, 단순히 실험실 조건에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환자가 처한 실제 환경을 모델에 이식한 것입니다. KLS-2031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필요한 치료제로 작동할 수 있는가를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증명해 가고 있습니다.

KLS-2031은 재조합 아데노부속바이러스(rAAV)에 GAD65, IL-10, GDNF 세 가지 유전자를 적용해 통증 신호를 차단하고 면역 환경을 개선하는 기전을 갖고 있습니다.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차별성과 강점은 무엇인가요?

KLS-2031은 신경병증성 통증의 병태생리학적 핵심인 과도한 통증 신호 전달, 억제성 신호의 소실, 만성 염증 환경을 동시에 조절하는 다중기전 기반 유전자치료제입니다.

기존 진통제가 일시적으로 통증 전달 경로를 차단하는 데 그쳐 효과가 오래가지 않고 약물 의존성과 부작용 위험이 따랐다면, KLS-2031은 이러한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KLS-2031은 아데노부속바이러스(rAAV) 기반 플랫폼을 활용해 세 가지 유전자 △GAD65 △IL-10 △GDNF를 단 한 번의 투여로 전달합니다. AAV 벡터는 장기간 안정적인 유전자 발현이 가능해 반복 투여가 필요 없으며, 이에 따라 치료 지속성과 환자 편의성을 모두 확보할 수 있습니다.

세 유전자는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해 통증의 원인을 다층적으로 제어합니다. GAD65는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GABA 생성을 촉진해 손상된 억제성 신호를 회복하고, 과도한 흥분성 신호를 안정화합니다.

IL-10은 강력한 항염증 사이토카인으로 염증 매개 물질의 과발현을 억제해 만성 염증 반응을 완화하며, GDNF는 손상된 신경세포의 생존과 기능 회복을 돕는 신경영양인자로, 신경 재생을 촉진하고 통증 유발 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합니다.

KLS-2031은 통증 신호의 차단, 염증 완화, 신경세포 회복이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겨냥해 신경병증성 통증의 근본 원인을 조절합니다. 특히 통증 수용체를 직접 차단하지 않기 때문에 약물 의존성과 내성의 위험이 낮으며, 지속적이고 장기적인 진통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작용기전이 꽤 복잡한데요. 쉽게 말해 KLS-2031은 어떤 치료제인가요?

쉽게 말해, 기존 진통제가 ‘통증 신호를 일시적으로 끊는 스위치’라면 KLS-2031은 ‘고장 난 전기 회로 자체를 수리하는 기술’에 가깝습니다.

기존 진통제는 통증을 느끼는 길을 잠시 막아주는 거죠. 그래서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지고, 자주 복용해야 하며, 장기 복용 시 약물 의존성이나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

반면 KLS-2031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이 과도하게 흥분하지 않도록 진정시키고, 염증으로 손상된 신경세포를 회복시켜 통증이 생기지 않게 만듭니다.

세 가지 유전자(GAD65, IL-10, GDNF)가 각각 통증 신호를 억제하고, 염증을 줄이며, 손상된 신경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세 가지가 함께 작용해 통증의 근본 원인을 다층적으로 잡는 것이죠.

KLS-2031은 단순히 통증을 덜 느끼게 하는 약이 아니라 통증이 생기지 않도록 몸의 시스템을 바로잡는 치료제입니다. 그래서  약물 의존성이나 부작용 위험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난치성 만성 통증으로 오랜 기간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삶의 질을 근본적으로 회복시켜줄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는 이유입니다.

‘고장 난 전기 회로를 근본적으로 고치는 기술’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그렇다면 적용할 수 있는 질환의 폭도 넓을 것 같은데요, 후속 적응증은 어떤 방향으로 검토 중인가요?

KLS-2031의 기전은 통증을 일으키는 신경을 근본적으로 회복시키는 접근이다 보니, 적용할 수 있는 영역이 자연스럽게 넓습니다. 우선 당뇨병성 말초신경병증(DPNP)을 대상으로 임상 전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적응증은 이미 전임상에서 확실한 근거를 확보했으며, 실제 임상 상황을 반영해 인슐린 치료를 병행한 동물 모델에서도 통증 완화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현재 장기적인 안전성 및 내약성 데이터 확보를 위한 장기추적조사 진행 중으로, 약물 유효성 확인을 위한 후속 임상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학회 및 논문 발표를 통한 연구성과 홍보 및 라이선스 아웃 등을 지속 검토 및 추진 중입니다.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공동연구 논의도 추진 중인가요?

그렇습니다.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구체적인 내용을 지금 단계에서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든 절차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이후, 명확한 내용을 투명한 방식으로 공유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유전자치료제는 단순히 작용기전만으로 완성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제조·품질관리(CMC), 장기추적조사, 규제 대응 등 다층적인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경험 있는 글로벌 파트너와의 협업이 필수적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기술을 단순히 이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 단계까지 함께 가져갈 수 있는 협력 구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LS-3021(고형암 항암 유전자치료제)도 기술이전 가능성이 있나요?

KLS-3021 역시 글로벌 기업들과 논의가 진행 중입니다. 이 또한 모든 절차가 공식적으로 확정된 이후 발표하고자 합니다.

KLS-3021 소개 및 강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KLS-3021은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감염시켜 사멸시키는 재조합 백시니아 바이러스(Oncolytic Vaccinia Virus) 기반의 차세대 유전자치료제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보유한 종양 살상 바이러스 플랫폼에 PH-20, IL-12, sPD1-Fc 세 가지 치료 유전자를 조합해, 기존 치료제보다 강화된 항암 효과를 구현했습니다. 암세포 살상에 그치지 않고, 종양 미세환경을 개선해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더 효율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점이 핵심입니다.

PH-20은 세포 외 기질의 주요 성분인 히알루론산을 분해해 치료 바이러스와 면역세포가 종양 깊숙이 침투하도록 돕고, sPD1-Fc는 암세포의 면역 회피 경로인 PD-L1/PD-L2 신호를 차단해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유지합니다. 여기에 IL-12를 추가해 T세포와 NK세포를 활성화함으로써, 면역계 전반의 항암 반응을 극대화했습니다.

바이러스와 면역세포가 힘을 합쳐 암을 두 번 무너뜨리는 방식으로, 항암 효과를 극대화한 치료제입니다.

KLS-3021에서 확보한 주요 데이터와 향후 임상개발 계획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현재 KLS-3021은 피부 편평세포암(cSCC)과 전립선암을 대상으로 전임상 효능을 확인했습니다. 먼저 cSCC 연구에서는 사람 피부 편평세포암 세포주에서 높은 선택적 세포독성을 보였으며, 단 1회 투여만으로 종양의 현저한 감소와 소멸 경향이 관찰했습니다. 

특히 전이성 종양 모델에서 주 종양과 인접 림프절 모두에서 치료 효과가 나타나, 전이암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또한 KLS-3021 투여 후 세포외기질(ECM) 분해 촉진과 종양 내 면역세포 침윤 증가가 관찰돼, 단순한 세포 사멸을 넘어 종양 미세환경 개선을 통한 항암 효과 강화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전립선암 모델에서도 KLS-3021은 1회 투여만으로 종양 크기를 유의하게 감소시켰으며, 기존 항암제 도세탁셀(docetaxel) 대비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전이성 모델에서도 전이암 억제와 면역체계 개선 효과가 확인돼, 면역 기반 항암 치료제로서의 잠재력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에서도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한국에서도 여러 임상시험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으려 합니다.

이제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식품의약품안전처 모두 서로 이해하고 신뢰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다시 과학으로 평가받고자 합니다. 첨생법이 새롭게 정비된 만큼, 새로운 제도 안에서 다시 대화하고 협력하는 길이 열리기를 바랍니다. 

결국 기업도, 규제기관도, 환자에게 더 나은 치료를 전하고자 하는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그 마음으로 다시 시작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