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요법] 대상포진, 면역력 회복과 후유증 예방 위한 한의학적 접근
체내 면역력 약화로 잠복 바이러스 활성화…침·뜸·한약으로 치료
급성기에는 항바이러스제 병행, 만성기에는 후유증 완화·재발 방지
편집국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9-03 06:00   수정 2025.09.03 09:17

<필자 소개>
​유덕주 유덕경희한의원 원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한방재활의학을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수료했으며 대한한방재활의학과학회 평생회원 및 정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이자 통증 및 재활의학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유덕주 원장은 현재 경기도 안양시 소재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유덕주 경기 안양 유덕경희한의원 대표원장(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 들어가는 글 
대상포진(herpes zoster)은 수두-대상포진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의 재활성화로 발생하는 질환입니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부에 띠 모양의 수포와 해당부위의 극심한 통증을 동반한다고 되어있는데, 실제 임상에서는 발병 초기의 경우 피부의 수포가 없는 경우도 종종 관찰됩니다. 그래서 몸의 한쪽면으로 띠 모양의 통증이 발생할 경우 대상포진을 의심해 볼 수 있고, 보통 이러한 질환으로 내원하시는 환자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심하게 아프다’, ‘따갑고 쑤시고 찌르는듯하게 아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대상포진을 경험하며, 특히 50세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상승합니다. 이는 체내의 방어와 바이러스의 억제를 담당하는 기전인 면역력이 그 시점을 기준으로 급격하게 약화되기 때문입니다. 

바이러스의 전염력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전염은 대부분은 수포를 터트려 나오는 진물에 의한 접촉에 의해 발생하고, 공기전파도 가능성은 있지만 매우 드물기 때문에 면역력이 심하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장시간 밀접접촉을 한 경우가 아니면 전염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서양의학에서는 대상포진의 경우 항바이러스제 투여와 진통제·신경차단술을 통해 급성기를 관리하고 있으나, 보통 상당수 환자분들이 후유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한의학적 접근은 체내 면역 균형 회복과 후유증 완화, 재발 방지라는 점에서 보완적 가치가 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대상포진이란 이름 대신, 띠나 줄, 뱀의 모양으로 발생하는 증상의 특징을 빗대어 ‘전요화단(纏腰火丹)’, ‘사관창(蛇串瘡)’ 등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상포진의 발병은 대상포진바이러스가 체내에 침입해 있으면서 그와 동시에 바이러스를 억제시키는 면역력이 약화되어있을 때 발생합니다. 이 말은 곧 바이러스가 체내에 있다고 하더라도 면역력이 바이러스의 활성화를 저지하고 있다면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한의학 치료에서는 항바이러스제 투여와 병행하여 함께 인체의 방어를 담당하는 면역력을 높이는 쪽으로 관리하게 됩니다.

■ 대상포진의 한의학적 원인
한의학에서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 외부에서 침입하는 요인을 ‘사기(邪氣)’라 표현하고 있고, 이에 대항하는 우리 몸의 면역력을 ‘정기(正氣)’라고 표현합니다. 대상포진바이러스는 ‘사기(邪氣)’에 해당하여 이것이 체내에 침입하여 각종 증상을 야기한다고 표현합니다. ‘사기(邪氣)’는 우리 몸의 경락에 침입하여 몸의 문제를 일으키는데 이 중 ‘간장(肝)’과 ‘비위(脾胃)’에 ‘濕熱’을 일으켜 발생한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정기(正氣)’는 보통 면역력의 약화와 관련이 되어있는데, 스트레스(한의학에서는 일곱가지 감정이라 해서 ‘七情’이라 불립니다)나 식습관의 불량 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한의학적 원인은 다음과 같습니다.
간담습열(肝膽濕熱) :
붉고 뜨겁고, 심한 통증과 열감을 동반하는 대상포진 급성기가 이에 해당합니다.
간기범위(肝氣犯胃) :
스트레스는 주로 ‘간(肝)’을 침범하여 위장에 영향을 줍니다. 스트레스로 인해 위장이 약해지고 이로 인해 면역력이 저하되면 대상포진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비위허약(脾胃虛弱)
소화기능이 떨어져 체내에 습담이 정체되면 면역력이 약해지고, 회복력이 저하됩니다. 대상포진이 쉽게 낫지 않거나 재발하는 경우, 식습관이 불규칙한 경우 비위허약을 원인으로 봅니다.
기혈허약(氣血虛弱) :
고령, 과로, 만성질환으로 기와 혈이 부족하면 사기가 쉽게 침입합니다. 대상포진 후 장기간 신경통이 남는 경우는 대부분 기혈 부족과 관련됩니다.

교과서적인 원인은 저렇게 되어있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반드시 위의 네가지 원인으로만은 보지 않고, 기타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원인을 찾아 교정을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한의학적인 예방과 관리법
대상포진은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면역 저하 시 활성화되는 질환이므로, 예방의 핵심은 체질에 따른 면역력 유지에 있습니다. 한의학의 고서 <황제내경>에서는 ‘正氣存內 邪不可干’이라고 표현하여 ‘몸의 면역력이 양호하다면 외부침입 요인들을 물리칠 수 있다’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에 영향을 받은 동의보감에서도 역시 같은 구절을 인용하여 섭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적인 섭생법은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표현합니다.
1. 규칙적인 생활
과로와 불규칙한 수면은 ‘간(肝)’의 열(熱)을 조장하여 면역을 떨어뜨려 발병 위험을 키우기 때문에 규칙적인 생활 리듬으로 이를 피하도록 합니다.
2. 균형 잡힌 식사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과도한 음주는 피하고, 열을 꺼주는 녹두, 인진쑥, 결명자 등을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3. 계절별 보약 활용
기혈이 허약한 사람은 체질에 맞는 보약을 복용해 면역을 보강하는 것이 재발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4. 정신적 안정
스트레스와 분노는 ‘간기(肝氣)’를 뭉치게 만들어 면역력을 비롯한 몸을 허하게 하고 대상포진 발생 위험을 높입니다. 명상, 가벼운 운동 등 정신 안정이 필요합니다.

■ 한의학적 치료법 및 서양의학과의 융합적 관점
1. 체질에 맞는 한약 복용
한의학에서의 대상포진 치료의 핵심은 급성기에는 ‘간(肝)’의 ‘습열(濕熱)’을 빼주는데 초점을 둡니다. 대표적인 처방으로는 ‘용담사간탕(龍膽瀉肝湯)’이 있지만, 증상에 따른 처방이기 때문에 보다 근본치료를 위해서는 환자분의 체질과 증상에 따라 조금씩 다른 처방을 사용하게 됩니다.

만성기에는 체질별로 허약해진 몸을 보해주는데 초점을 둡니다. 보통 체질에 따라 취약해지기 쉬운 장기가 다르기 때문에 한의사의 처방을 통한 맞춤보약 복용은 대상포진 예방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체질에 따른 한약치료 방향은 다음과 같습니다.

태음인은 간에 열이 발생하기 쉽습니다. 거기에 체격이 크고 땀이 많아 습담이 쌓이기 쉽고 이에 대상포진이 잘 발생합니다. 습담을 제거하면서 간의 열을 꺼트려주는 처방을 많이 사용하고, 갈근, 황금 등의 약재가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 물집을 치료하는데 있어 길경 등의 약재를 활용합니다.

소양인은 상체로 기운이 몰려서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열이 치솟으며 대상포진이 나타납니다. 열이 성한 체질로 통증이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약은 위와 피부의 지나친 열을 꺼트려 주는 석고, 형개, 방풍 등이 사용됩니다.

소음인은 마른 체형이 많고 위장이 예민한 편으로, 음식 소화 흡수가 약합니다. 특히, 스트레스를 받고, 이를 적절히 해결하지 못하면 간기(肝氣)가 뭉치고, 소화흡수를 더 약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저하시킵니다. 기운을 보하고 순환을 도와 간기를 풀어주는 향부자, 작약 등의 약재를 활용합니다.

2. 침(약침)치료 및 응용 가능한 혈자리
침과 약침치료는 기혈순환을 촉진시키고, 몸의 열을 빼내어 빠른 증상 완화에 효과적입니다. 또한, 해당 대상포진부위 주변의 자침을 통해 회복물질들이 빠르게 모이도록 도와주고, 염증을 없애 통증 및 열감을 없애주는데 도움이 됩니다. 약침은 보통 염증이 심한 급성기에는 이를 제어해주는 황련해독탕 약침을 많이 사용하고, 만성기 기혈이 허해진 경우에는 자하거(태반) 약침을 사용합니다. 대상포진에 있어 침 혹은 약침치료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혈자리를 많이 응용하고, 종종 지압 등으로 눌러주시면 좋습니다.

대표적으로는 합곡(合谷)혈, 예풍(翳風)혈, 족삼리(足三里)혈, 곡지(曲池)혈, 관원(關元)혈 등이 있습니다.

3. 서양의학과의 융합적 관점
대상포진 예방에 있어 현대에는 백신 접종이 확실한 방법으로 자리 잡았고, 치료에 있어서는 서양의학의 항바이러스제의 사용이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입니다. 그러나 이미 바이러스가 활성화된 경우, 항바이러스제 단독 치료만으로는 회복이 더디고 신경통이 남는 사례가 적지 않는 걸로 보여집니다. 한의학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여, 급성기 통증 완화, 면역력 회복, 체질 개선, 후유증 예방까지 통합적 접근이 가능합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항바이러스제와 한방치료를 병행했을 때, 단독치료군보다 통증 지속기간이 단축되고, 후유 신경통 발생률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보고된 바 있습니다. 이는 한의학이 대상포진 치료에서 단순 대체의학이 아닌, 보완·융합의학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마무리하며
대상포진은 단순한 피부나 통증 질환으로 볼 것이 아니라, 노화, 면역 저하, 생활습관 불균형이 겹쳐 나타나는 전신성 질환입니다. 따라서 치료와 예방의 관점에서 체내의 정기와 기혈을 충실히 하고, 면역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대의학의 항바이러스제와 백신이 ‘급성 억제와 예방’의 기둥이라면, 한의학은 ‘체질 개선과 후유증 예방’의 또 다른 축이 됩니다. 두 체계가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될 때, 대상포진 환자의 고통을 줄이고 건강한 삶을 지켜내는 데 더욱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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