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농성 한선염은 환자들의 삶을 조용히 갉아먹는 진행성 염증성 피부질환으로, 반복적인 염증성 결절과 농양, 그리고 피부 속을 파고드는 누관이 사타구니, 겨드랑이, 엉덩이 등 민감한 부위에 나타난다. 이 질환은 단순히 신체적 불편을 넘어 일상생활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고, 때로는 극심한 통증과 더불어 환자에게 사회적 고립감과 수치심까지 안겨준다. 증상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특성상 단기적 처치로는 한계가 크며, 조기 진단과 장기적 치료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높은 난이도의 관리가 요구되는 질환이다.
국내에서는 최근 몇 년간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진단받는 환자 수가 빠르게 증가했다. 2023년 FT아일랜드 보컬 이홍기 씨가 참여한 인식 개선 캠페인을 계기로 질환명이 대중에 알려졌고, 이에 따라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은 환자가 눈에 띄게 늘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국내 환자 수는 1만 2490명으로, 2022년 1만 222명 대비 약 22% 증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환자 상당수는 어느 진료과에서 정확히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채, 피부과와 외과, 항문외과 등 여러 진료과를 전전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일부 환자들은 반복적인 절개 및 배농 수술을 경험하지만, 이는 일시적 증상 완화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재발 위험과 피부 손상이라는 또 다른 부담을 남긴다.
글로벌 연구 결과에 따르면, 피부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은 환자군은 다른 진료과에서 치료받은 환자들보다 치료 만족도가 2배 가까이 높았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한 경우 만족도가 가장 높게 보고되며, 이는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있어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관리가 환자의 삶의 질 개선에 핵심적임을 보여준다.
그러나 국내 현실은 여전히 제약이 따른다. 현재 TNF-α 억제제인 아달리무맙만이 보험 급여가 적용되고 있으며, IL-17A 억제제인 세쿠키누맙(코센틱스)은 허가를 받았음에도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해 환자 접근성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부족하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이어갈 수 없는 환자들에게는 선택지가 극도로 제한적인 현실인 것이다.
이에 약업닷컴은 최근 조선대학교병원 피부과 최훈 교수를 만나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과 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 그리고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는 무엇인지 심층적으로 돌아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Q. 최근 화농성 한선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환자 스스로 질환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는지?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실제 진료실을 찾는 환자 수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과거에는 화농성 한선염의 증상을 보이더라도 어떤 질환인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병원에 제 때 방문하지 못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정보가 온라인, SNS 등을 통해 확산되면서 스스로 질환을 의심하고 진료실에 내원하는 환자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특히, 화농성 한선염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까지 비교적 젊은 연령층의 환자가 많은 만큼 SNS나 유튜브 등을 통해 질환 정보를 접하고 본인의 증상과 화농성 한선염 증상을 비교한 뒤 이를 바탕으로 진료에 임하는 환자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환자들의 질환 및 치료 이해도를 보다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로 보고 있다.
Q. 화농성 한선염의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고 중증도에 따른 치료 방법은 어떻게 다른지?
화농성 한선염은 병변, 분포 위치, 만성 재발 등 3가지 기준을 바탕으로 진단될 수 있다.
첫 번째로 전형적인 병변이 확인되어야 한다. 이는 결절, 농양, 피부 밑 터널(누관) 등으로 나타난다. 두 번째로 병변이 겨드랑이, 사타구니, 항문 주위, 여성의 경우 유방 하부 등 피부가 접히는 전형적 부위에 위치해야 한다. 세 번째로 만성적 재발, 즉 6개월 이내에 두 차례 이상 재발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화농성 한선염을 진단할 수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증상의 정도에 따라 경증, 중등증, 중증 3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 경증은 터널이나 흉터 없이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농양이 나타나는 경우에 해당하며, 중등증은 하나 이상의 터널이나 흉터가 존재하되 병변이 국소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중증은 가장 심한 단계로, 병변들이 악화되어 이들끼리 광범위하게 연결되고 흉터와 궤양이 발생하는 상태이다. 화농성 한선염은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치료 전략이 단계적으로 달라지며, 경증 환자의 경우 클린다마이신(clindamycin) 도포제나 병변 내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와 같은 국소치료제 및 항염증제 등이 처방될 수 있으며, 재발이 반복될 경우 일정 기간 항생제 복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테트라사이클린(Tetracyclines)계 항생제를 약 3개월간 복용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중등증 환자에서는 국소치료제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스테로이드 제제나 항생제, 진통제 등이 처방될 수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일정 기간 여러 항생제를 병용해 복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증으로 진행된 환자는 항생제만으로는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 생물학적 제제나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생물학적 제제는 흔히 최후의 치료 옵션으로 인식되지만, 최근 해외 연구에서 조기에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하는 치료 전략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마련되고 있다. 화농성 한선염은 대부분 경증에서 시작해 중등증, 중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초기 단계에서 보다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한다면 중증으로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높은 약제 비용, 보험 급여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실제 임상현장에서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Q. 수술적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고, 약물치료와의 병행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수술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배농은 고름이나 농양이 생긴 부위에 절개를 가하여 내부에 고인 고름을 배출하는 방법으로 가장 기본적인 치료이다. 이 방법은 극심한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시킬 수는 있어도 재발률이 높아 근본적인 치료법으로 보기는 어렵다.
배농술보다 낮은 재발률을 보이는 수술 치료로는 피부 아래 고름이 차거나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터널과 낭종 위쪽의 피부를 제거해 병변을 열어주는 방법인 ‘Deroofing’이 있다. 이는 지속적인 소독을 통해 염증이 가라앉고 상처 부위의 안쪽에서부터 새살이 차오르며 회복되는 치료로, 배농 수술에 비해 재발률이 낮지만 회복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피부와 그 주변의 병든 조직을 넓은 범위로 완전히 제거하는 광범위 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이 방법은 재발률이 5~15%로 가장 낮은 치료법이지만, 일반적인 종양 절제술과 비교했을 때 수술 후에도 여전히 재발 위험이 남아 있어 약물 치료와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과거에는 수술만 시행하고 별다른 추가 처치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으나, 최근에는 수술적 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에 전문의들의 합의(consensus)가 형성되었다. 수술 전 약물치료를 통해 염증을 조절하면 수술 범위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수술 후에도 약물치료를 지속하면 재발 위험을 낮추고 회복 속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술과 약물 치료의 병행은 환자의 치료 만족도를 향상시키고 장기적인 예후 개선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실제 임상현장에서도 널리 채택되고 있다.
Q. 국내 도입된 생물학적 제제 종류와 특징은 무엇인지 설명 부탁드린다.
국내에서 화농성 한선염 치료에 사용 가능한 생물학적 제제는 두 가지로, 모두 특정 염증 매개물질을 표적으로 작용하여 염증 반응을 억제하는 기전을 가진다.
이 중 휴미라(아달리무맙)은 국내에서 보험 급여가 적용되어 비교적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2016년부터 국내 환자들에게 처방되어 이미 8년 이상 치료 경험을 축적해 왔다. 휴미라는 오랜 기간 사용해오며 치료 효과를 확인해왔으나, 장기간 사용 시 환자의 치료 반응이 저하될 수 있고 비교적 초기에 개발된 생물학적 제제로 상위 단계의 염증 경로를 차단하기 때문에 이상반응 발생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한계가 있다.
코센틱스(세쿠키누맙)는 염증성 면역질환에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터루킨 17A(IL-17A)를 직접 타깃하며, 보다 하위 단계의 염증 인자를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전으로 이상반응 위험은 낮고 임상적 효과는 우수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23년 화농성 한선염 치료로 적응증 승인을 받았으나, 아직까지 보험 급여 적용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제 임상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실제 장기간 휴미라로 치료를 받았음에도 반복적인 재발과 증상 악화를 경험한 환자가 있는데, 제약사의 의약품 지원 프로그램(MAP, Medication Assistance Program)을 통해 코센틱스로 치료를 전환한 뒤 증상이 호전되고 개선된 치료 예후를 보였다. 다만, 해당 프로그램이 적용되는 특정 의료기관에서만 치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서울에 거주하면서 2주마다 광주로 내원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향후 코센틱스의 급여화가 이뤄진다면 이러한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 환자처럼 기존 치료에 불충분한 반응을 보이거나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해야 하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Q. 국내 화농성 한선염 치료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 어떠한 부분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보는지?
중증 화농성 한선염 환자의 생물학적 치료에서 실질적인 치료 옵션이 한 가지뿐이라는 점, 그리고 제한적인 생물학적 제제 투여 기준이 보다 완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급여 기준에 따르면, 기존의 전신 요법에 적절한 반응을 나타내지 않는 환자에서 생물학적 제제를 투여할 수 있는데, 일부 호전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환자는 중증임에도 불구하고 항생제 등 기존 치료로 증상이 일시적으로 완화될 경우 생물학적 제제를 통한 치료가 불가능하고, 이후 증상이 악화될 경우 다시 항생제를 반복 투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치료 연속성을 저해하고 환자에게 새로운 흉터나 누공 등과 같은 불가역적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생물학적 제제를 보다 초기(중등증) 단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투여 기준이 완화된다면 치료의 연속성을 높이고 증상이 악화되는 것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추가적으로 요구되는 점은 치료 옵션의 다양화다. 해외에서는 이미 여러 생물학적 제제가 승인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상대적으로 새로운 약제가 도입되는 속도가 느리고, 보험 급여 적용까지 수년이 소요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보다 신속한 승인과 급여 적용이 이루어진다면 환자들이 조기에 치료 혜택을 받는 등 치료 환경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학회 차원에서도 국내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임상현장에서 더 나은 치료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의료진 대상 학술대회, 교육 등 화농성 한선염 최신 지견을 논의할 수 있는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있고, 질환 교육 콘텐츠 제작, SNS 채널 운영 등 환자 및 대중 질환 인식 개선을 위한 활동도 이뤄지고 있다.
Q. 국내 화농성 한선염 환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화농성 한선염은 명확한 발병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고 완치가 어려운 질환이다. 그러나 꾸준한 관리와 장기적인 치료를 이어간다면 증상을 충분히 조절할 수 있으며, 일상생활과 삶의 질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무엇보다 피부과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진단은 적절한 치료와 체계적인 질환 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이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최적의 치료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화농성 한선염 치료 환경은 비교적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 역시 점차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환자들에게 희망을 잃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꾸준히 질환을 관리하고 치료하기를 당부드리고 싶다.
특히, 수술적 치료는 결코 치료의 ‘끝’이 아니다. 일부 환자들은 수술 후 재발을 경험하며 치료를 중단하거나 낙담하기도 한다. 그러나 수술 이후에도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면 더 나은 치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포기하거나 낙담하지 말고, 장기적이고 적극적인 치료를 이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싶다.
01 | 환자는 늘어나는데 치료제는 제자리… 화농성... |
02 | KIMCo,157억원 '스타트업 코리아 펀드' 유안... |
03 | "항체 끝판왕, 이제 ADC" 삼성바이오로직스,... |
04 | 이연제약, 상반기 매출 2.4%↑..영업익 '적전... |
05 | "중국 'ADC' 물량 공세 맞서라" 리가켐·ABL·... |
06 | 셀트리온,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 3기 돌... |
07 | 인투셀, ADC 신약후보물질 'ITC-6146RO' 임... |
08 | "영차영차, 9부 능선 넘었다" 큐로셀 국내 ... |
09 | 테바, 1세대 GLP-1 제제 첫 제네릭 FDA 승인 |
10 | 한국파마,마인드차트와 디지털 정신건강 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