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약품유통협회(회장 박호영)는 회원사들과 함께 구성한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수차례 협의를 이어온 끝에, 유통 마진 조정안을 유통업계가 수용 가능한 수준으로 조율하고, 기존 도매 거래망을 유지하는 선에서 한국얀센과 입장을 정리했다.
이번 마진 갈등은 단순히 개별 제약사와 도매업체 간의 조건 조정 문제가 아니라, 의약품 유통 생태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업계의 위기감이 컸다.
한국얀센이 지난 5월 일부 거래처에 사후 유통 마진을 4%에서 2%로 인하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는 이를 기점으로 다국적 제약사를 중심으로 한 도미노식 마진 인하 움직임이 확산될 것을 우려했다.
실제로 이후 일부 중견 제약사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유통 조건을 조정하면서 불안감은 현실화됐고, 유통업계 내부에서는 '생존권의 문제'라는 강경한 목소리까지 나왔다.
협회는 사태 초기에 한국얀센 측에 정식 공문을 통해 입장을 전달했고, 이후 공개적인 항의 방문, 회원사 의견 수렴, 언론 대응 등을 병행하며 협상에 집중했다. 협회 내부에서는 "이번 사안을 넘기면 업계 전체의 기준선이 무너진다"는 위기의식이 공유됐고, 중소 도매업체를 포함한 전체 회원사가 단결해 대응에 나섰다.
결국 한국얀센은 유통 마진을 일정 수준 조정하되, 전체 유통 구조를 흔들지 않고 기존 거래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특히 기존 도매 파트너에 대한 축소나 일방적 구조조정 없이, 일부 거래 조건만 상호 협의를 통해 개선하는 방식으로 갈등을 마무리했다.
유통업계는 이번 결과에 대해 "의약품유통업계 전체가 단일대오로 움직인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박호영 회장은 "이번 사안을 통해 한국얀센이라는 진정성 있는 파트너를 얻게 됐다는 점에서 오히려 값진 경험이었다"며 "회원사들의 단합된 힘과, 얀센 측의 전향적인 태도가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업계의 공동이익을 침해하는 움직임에는 단호히 대응할 것이며, 유통 구조의 정당성을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얀센 측도 "의약품유통업체들과의 마진율 조정 논의에서 긍정적인 대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며 "환자 중심의 안정적 의약품 공급이라는 공동 목표 속에서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모색할 수 있음에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번 타결은 단순한 갈등 봉합을 넘어, 제약사와 유통업계가 건강한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공존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통업계가 자발적 결속을 통해 업권 방어에 성공한 사례로 남게 되면서, 향후 유사한 사안에서도 한목소리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