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생 임상연구는 혁신신약 '씨앗'…59.8% 부적합 판정 왜?"
심의위 "탈락보다 보완” 작성 미비·자료 부족·설계 오류가 핵심 원인
첨단재생의료 임상연구 187건 중 79건 부적합…연구자 제도 이해 부족 지적
'CGT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비임상·CMC 전략 심포지엄' 성료
권혁진 기자 hjkw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5-07-11 06:00   수정 2025.07.11 06:01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사무국 최환 팀장이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CGT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비임상·CMC 전략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약업신문

"임상연구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세상에 처음 드러내는 씨앗입니다. 그 씨앗이 좋은 땅에 뿌려져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심의위원회는 단순한 심사 기관이 아닌 성장 파트너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보건복지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사무국 최환 팀장은 지난 7월 9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CGT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비임상·CMC 전략 심포지엄’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CARM)가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이하 첨단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비임상시험 및 CMC 분야에 대한 전문 정보를 공유하고, 실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애로사항 해소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마련했다.

첨단의약품 실시기관이 연구계획을 제출하고 적합 판정을 받기까지의 과정은 매우 까다롭다. 이는 첨단의약품이 시장에 도달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 할 첫 관문이자, 제도와 현장 간 대화를 시작하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 4월까지 총 187건의 연구계획이 심의위원회에 접수됐다. 이 중 53건(40.2%)이 적합 판정을 받았다. 반면 79건(59.8%)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절반 이상의 과제가 첫 관문을 넘지 못한 셈이다.

적합 판정을 받은 임상연구 53건은 고위험 26건, 중위험 17건, 저위험 10건으로 구성됐다. 이 중 고위험 연구 26건 중 16건은 최종 승인을 받았고, 나머지 10건은 최종 불승인됐다.

 ‘CGT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비임상·CMC 전략 심포지엄’ 현장.©약업신문

왜 이렇게 많은 과제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을까. 심의위가 꼽은 주요 원인은 단순했다. 작성 미비와 근거 부족, 연구 설계의 오류다. 그러나 이면에는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바로 연구자와 기관의 제도에 대한 이해 부족이다.

최 팀장은 "심의위원회는 탈락시키기 위한 심의를 하지 않는다"라며 "실제 환자 치료로 연결 가능한 과제라면 보완의 길을 반드시 열어두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최 팀장에 따르면, 가장 많이 지적된 부적합 사유는 투여용 인체 세포의 취급 전반에 대한 제조·품질 자료 미비였다. 투여용 인체 세포의 채취, 처리, 검사, 보관 등 전주기 절차를 구체적으로 기술하지 않거나, 이를 참고문헌이나 외국 자료로 대체한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실험적 증거 없이 상업화 경험만을 언급하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주장하는 사례도 있었다.

안전성 및 유효성 자료 부족도 주요 부적합 사유다. 연구에 사용된 투여 방식과 관련된 비임상 자료가 누락되거나, 전혀 다른 방식의 투여 실험 결과를 제출하는 등 과학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다. 병용요법을 활용한 연구에서는 병용 약물의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문헌 또는 실험 근거가 없어 심의위 판단을 어렵게 했다.

연구 설계 자체 오류도 빈번히 지적된다. 연구 대상자 선정 및 제외 기준이 모호하거나, 대조군 설정이 불명확한 경우, 또는 실질적으로 치료 효과 입증이 어려운 설계로 인해 탈락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 팀장은 "실제 환자에게 투여하겠다는 계획이라면, 그 준비과정 하나하나가 과학적으로 설명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최 팀장은 초기 단계에서 사전 상담이나 피드백을 받는 것이 적합 판정 가능성을 크게 높이는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사전상담제도 △가이드라인 제공 △지방 설명회 △심의 사례집 발간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자와 소통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특히 고위험 과제는 2023년 7월부터 식약처의 비임상·CMC 검토를 병합해 동시에 심의하는 병합심사 제도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승인 절차 병목현상도 최소화했다.

최 팀장은 "현재 첨단재생의료 포털을 통해 최신 가이드라인과 예시 자료를 상시 제공하고 있으며, 연구자 대상의 사전 상담도 가능하다"면서 "실시기관과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과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고위험 과제의 경우, 심의위원회와 식약처가 비임상·CMC 자료를 동시에 심의하는 절차를 통해 전체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며 "연구자가 직접 임상연구를 수행하지 않으면 고위험 치료계획 자체가 접수되지 않기 때문에, 계획 수립 초기 단계부터 전략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의위는 적합 판정을 못 받았다고 해서 탈락시키는 것이 아니라, 보완 가능한 과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보완을 요청한다. 단순히 규제를 통과시키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상연구가 실제 의료현장에서 안전하고 유효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키우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과학적 증거, 정확한 설계, 충분한 이해가 뒷받침된다면 ‘부적합’은 걸림돌이 아니라 교정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CGT 신약개발 성공을 위한 비임상·CMC 전략 심포지엄’ 주최진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한편 복지부, 식약처, 산업계가 한자리에 모인 이번 전략 심포지엄에서는 국내 첨단의약품 개발 성공 전략과 정책 지원 방안을 모색하는 다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첨단재생의료산업협회 배병준 부회장은 "협회는 최근 정관 개정을 통해 회원 범위를 의료기관까지 확대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전반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으며, 정부 관계자, CGT 개발 기업, 임상기관의 실무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임상연구부터 품목허가까지 이어지는 전략을 공유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비임상은 질환 특이성과 투여 경로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 CMC는 벡터와 세포의 복잡성을 반영한 공정 및 품질 전략이 핵심"이라면서 "이 두 영역 모두 초기 단계부터 정밀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IND 승인 지연이나 허가 단계에서의 보완 요구로 이어질 수 있어, 개발 성공을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할 요소"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협회는 앞으로도 정부, 업계, 의료기관 간 협력의 장을 지속적으로 마련하고, 회원사들이 직면한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해결해나가며 첨단재생의료 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최영주 바이오생약심사부장은 "바이오 분야는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큰 기대를 받아왔지만, 그만큼 많은 어려움도 함께 존재해왔다"며 "최근 정부의 바이오 산업 육성 기조에 맞춰, 규제가 혁신의 걸림돌이 아니라 길잡이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임상과 품질은 업계가 가장 어려워하는 심사 영역"이라며 "심사부서 내부적으로도 민원 분석을 통해 반복적인 보완요구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평가원은 올해 초 업계 오피니언 리더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첨단바이오의약품 개발과 허가 과정의 병목 요인을 심층 청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식약처의 바이오챌린저 사업 대상을 비임상 단계까지 확대하고, 규제지원 협의체 CELL-UP을 통해 현장 대응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 노력을 진행 중이다.

보건복지부 정순길 재생의료정책과장은 "첨단재생의료는 한국의 미래 의료산업 핵심이자 차세대 유망 기술로, 정부도 산업계와 소통을 통해 다양한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제도적 기반과 연구개발 지원, 제2차 첨단재생바이오 5개년 기본계획 수립 등 정부 차원의 정책적 틀이 단계적으로 마련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상용화와 성과 창출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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