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요양급여비용 계약을 위한 1차 수가협상이 15일 서울 당산동 국민건강보험공단 스마트워크센터 대회의실에서 시작됐다. 첫 타자는 의원 유형,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다. 의협 수가협상단은 이날 협상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이 지속 가능한 운영 한계에 직면했다며,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공단)의 인식 전환과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강하게 촉구했다.
박근태 의협 협상단장은 모두발언에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한 운영이 불가능한 한계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지난해 기준 의원 이용 진료비 점유율은 20.7%에 불과하고, 연간 폐업 수는 170건을 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대구 최초 소아과 의원과 같은 상징적 의료기관이 30년 만에 문을 닫고 있다”며 “지역 기반 중소병원과 일차 의료기관이 무너지고 있으며, 이는 곧 의료 접근성 저하와 국민 불편 증가로 직결된다”고 경고했다.
의협은 지난해 공단이 적용한 ‘환산지수 쪼개기’ 방식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했다. 박 단장은 “0.5% 환산지수 인상과 1.4% 진찰료 인상이라는 방식은 형식만 협상일 뿐, 실질은 통계 왜곡에 의한 수가 인상 흉내였다”며 “진찰료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조차 실질 인상률이 0%에 가깝거나 오히려 마이너스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구조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키고, 필수의료 기반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우려하며, 수가구조 개편을 위한 원칙적 대응을 요구했다. 박 단장은 “행위별 수가는 상대가치 점수를 통해 조정하고, 환산지수는 원칙에 따라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명백한 불공정을 야기하는 환산지수 차등 적용은 국책연구기관의 충분한 검토 후 재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공단은 의원 유형을 SGR 기준 최하위로 분류한 채, 수가밴드까지 사실상 사전에 결정해 협상 자체를 형식화하고 있다”며 “수가 밴드 사전 공개, 재정운영위 공급자 대표 참여, SGR 방식의 중단 또는 별도 산식 적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재정 구조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박 단장은 “건강보험 재정의 어려움을 의원급 의료기관에 전가하는 방식은 제도의 실패를 공급자에게 떠넘기는 것”이라며 “최소 5천억 원 이상의 신규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 공단이 지속 가능한 건강보험을 원한다면, 지속 가능한 1차 의료 체계를 복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김남훈 공단 측 협상단장(급여상임이사)은 이에 대해 “올해 수가협상은 코로나19보다도 어려운 협상 환경”이라며 “상급종합병원의 진료실적 급감, 보험료 동결, 필수의료 확충에 따른 대규모 재정 투입 등으로 건보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수가 산정 방식은 진료 실적을 토대로 유형별 협상을 진행해 2026년 수가를 정하는 구조지만, 지난해 의사 단체의 집단행동 여파로 상급종합병원의 실적만 급감하면서 유형 간 실적 편차가 매우 커진 상황이란 것. 이로 인해 단체 간 형평성 확보와 균형 조정이 어느 해보다도 어려워졌다고 김 단장은 설명했다.
또 김 단장은 “보험료는 2년 연속 동결됐고, 경기 침체로 국민들의 소득이 정체된 상황에서 필수의료 정책에 따른 대규모 재정 투입까지 더해지며, 건강보험 재정은 지속적으로 압박받고 있다”며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과 의료 공급자의 경영 안정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는 협상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단장은 “공단은 제2차 건강보험 종합계획에 따라 상대가치점수와 환산지수를 연계해 보상 수준을 합리화할 계획”이라며 “공급자·가입자·정부가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간담회도 이어가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