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은 없다!
요사이 미국인들은 그들이 얼마나 편안한 수면(睡眠)을 원하고 있고, 따라서 수면제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는지를 새삼 절감하고 있다.
수면제를 장기간 남용할 경우 자칫 불면증을 치료하기도 전에 더욱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기존의 인식을 뒤엎는 새로운 연구결과들이 속속 발표되어 나오고 있다는 것도 최근들어 부쩍 눈에 띄는 현상이다.
실제로 많은 수면 전문가들은 신제형 수면제들이 기존 제품들에 비해 한결 안전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따라서 수면제 과량복용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것.
특히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불면증이 단지 삶을 불편하게 하는 성가신 존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매우 심각한 질병이라는 공감대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오하이오州 데이튼 소재 보훈병원 수면연구소의 마이클 H. 보넷 소장은 "불면증이 나타났을 경우 공격적인 치료가 필요함을 환자들에게 일깨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면제 마케팅의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는 제약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내년 말까지만 2종의 새로운 수면제가 발매되어 나올 수 있으리라 예상되고 있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
해당 제약기업들은 신제형 수면제들이 기존의 제품들에 비해 훨씬 광범위한 적응증과 장기간 사용을 허용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화이자社와 세프라코社(Sepracor)가 바로 그들.
이 중 화이자는 뉴로크린 바이오사이언시스社(Neurocrine)가 개발한 신제형 수면제 '인디플론'(Indiplon)에 대한 라이센싱권을 확보한 케이스이다.
뉴로크린社의 게리 A. 라이언 회장은 "불면증 환자들 가운데 지극히 일부만이 처방용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따라서 수면제 분야는 잠재적 성장가능성이 가장 큰 시장의 하나"라고 강조했다.
라이언 회장의 언급은 10여년 전 썰社가 '앰비엔'(Ambien; 졸피뎀)을 선보였을 때 입증된 바 있는 사실이다. 당시 홍보대행사인 에델만社가 썰측의 의뢰로 美 국립수면재단(NSF)과 공동으로 진행했던 시장조사 결과 불면증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수면제 복용에 큰 부담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던 데다 다수가 자신의 불면증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던 것.
에델만의 조사결과는 많은 환자들이 운전 또는 작업 중 졸음이 왔을 때 수반될 수 있는 안전성 문제를 부각시켰을 뿐 아니라 수면제 시장의 잠재성을 주지시켜 줬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수면제의 위험성에 목소리를 높이는 견해가 여전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캘리포니아大 샌디에이고분교(UCSD) 의대의 대니얼 F. 크립키 교수같은 이는 "수면 전문의와 제약기업들이 불면증의 위험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또 수면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이 수면의 질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임을 입증한 연구결과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듀크大 수면연구소의 앤드류 D. 크리스탈 소장은 "불면증은 심각한 질병의 하나일 뿐 아니라 안전성을 제고한 새로운 수면제들이 출현하고 있다"며 크립키 교수의 주장을 반박했다.
따라서 의사들은 수면제를 적극 처방해야 하고, 환자들도 수면제 복용을 주저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서 불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을 집계한 통계자료들은 상당한 편차를 보이고 있다.
국립수면재단(NSF)에 따르면 전체 미국성인들의 40%가 어떤 형태로든 불면증을 경험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여기에는 업무관련 스트레스로 인한 일시적인 불면증까지 포함된 것이다.
중증 또는 만성 불면증 환자가 전체 성인들의 10~15%에 달한다는 통계도 있다. 우울증이나 심한 관절염에 원인을 둔 불면증 등이 이에 속하는 사례들이라는 것. 근본원인에 해당하는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 중요함을 뒷받침하고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불면증 환자들의 경우 우울증에 빠져들 확률이 훨씬 높다거나, 수면부족이 혈당조절 메커니즘에 장애를 유발시켜 당뇨병을 재촉할 수 있음을 시사한 연구결과들도 보고된 바 있다.
반면 수면제 복용을 통해 불면증을 치료할 경우 우울증 발병을 예방할 수 있음을 입증한 연구사례는 아직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수면제가 발매되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여러 세대 전의 일. 그 가운데 바르비투르염(barbiturates)의 경우 의존성 문제가 뒤따르고, 과량복용으로 인한 사망사례들을 유발했던 약물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따라 1970년대에 들면서 벤조디아제핀系(benzodiazepines) 약물들이 대체약물로 각광받기 시작했다. '할시온'(Halcion)이나 '레스토릴'(Restoril), 신경안정제 '바륨'(Valium) 등이 대표적인 케이스들이다.
문제는 벤조디아제핀系 약물들도 알코올과 병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데다 의존성과 내성이 나타나 장기간 복용할수록 효과가 떨어진다는 핸디캡이 입증됐다는 점이다.
급기야 지난 1983년 美 국립보건연구원(NIH)은 벤조디아제핀系 수면제를 3~4개월분 이상 장기처방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심지어 마약단속국(DEA)까지 남용 가능성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고 나섰다.
1990년대에 안전성을 제고한 '앰비엔'과 '소나타'(Sonata) 등의 비-벤조디아제핀系 수면제들이 출현한 것은 이 같은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결과였다. 시장조사기관 IMS 헬스社는 "사노피-신데라보社가 발매 중인 '앰비엔'이 오늘날 비-바르비투르염 계열 수면제 처방량의 3분의 2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사실 '앰베인'은 구형(舊型) 수면제들과 화학구조는 달리하지만, 작용기전을 같은 약물이다. 신경계 내부에서 신경전달물질의 일종인 감마아미노부틸산(GABA) 수용체와 결합하는 기전을 지니고 있는 것.
다만 구형 수면제들이 모든 유형의 GABA 수용체들과 결합하는데 비해 '앰비엔'은 수면을 촉진하는 특정 수용체에만 결합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앰비엔'은 동물실험을 통해 부작용 수반률이 낮다는 장점이 시사되기도 했다. 임상에서는 아직 수 주 이상의 장기간에 걸친 시험이 진행된 바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 때문에 '앰비엔'의 제품라벨에는 "7~10일 동안 복용토록 하고, 10일분 이상은 처방을 삼가야 할 것"이라는 권고사항이 삽입되어 있다. 아직 의존성과 내성증가 문제점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는 의미인 셈.
이와 관련, 피츠버그大 의대의 대니얼 J. 바이세 교수는 "치료가 필요한 것은 만성 불면증 환자들인데도 단기간에 한해 사용토록 하고 있다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국립수면재단(NSF)의 제임스 K. 월시 박사는 "일부 환자들의 경우 수면제 대신에 OTC 항히스타민제나 처방용 항우울제를 복용하고 있지만, 이들은 불면증 적응증을 승인받지 못한 상태임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많은 수면 전문의들은 국립보건연구원(NIH)에 새로운 수면제 가이드라인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NIH측도 내년 또는 내후년에 개정된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장기적인 수면제 복용의 필요성을 원하는 견해가 고개를 들자 신제형 수면제들이 발매를 예약한 상태에 이르렀다.
수 주 대신에 수 개월에 걸친 임상시험을 진행한 끝에 발매를 앞두고 있는 신제형 수면제의 하나가 바로 세프라코社가 내놓은 '에스토라'(Estorra; 에스조피클론). '에스토라'는 6개월까지 효과가 떨어지지 않아 내성문제를 개선한 수면제로 임상에서 플라시보 복용群에 비해 1일 수면시간을 35분 연장하는 효능을 지녔음이 입증됐다. 또 혼미함(hangovers)을 유발하지도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FDA는 2월 말까지 '에스토라'에 대한 최종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화이자가 뉴로크린과 공동으로 발매할 '인디플론'도 막바지 임상이 진행 중이어서 내년에는 시장에 합류가 가능할 전망이다.
'에스토라'와 '인디플론'이 환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기 위해서는 좀 더 장기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과 함께 체내에서 대사되는 데도 보다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장점을 부각시켜야 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뉴로크린의 경우 '인디플론'을 속효성 제형과 서방형 제형 등 두가지 형태로 개발 중이다.
속효성 제형은 심야 또는 꼭두새벽에 잠에서 깨는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위한 것이며, 서방형 제형은 잠을 청한 직후부터 약물이 방출되어 나오기 시작한 뒤 지속적으로 꾸준히 작용해 숙면 상태를 유지토록 하는 용도이다.
사노피측의 경우 파장을 방출하는 '앰비엔'의 신제형(pulsed-release version)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신제형은 2005년 말경에 발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오는 2006년 '앰비엔'이 제네릭 제형들의 도전에 직면케 될 것임을 대비한 방어전략의 일환.
그러나 전문가들은 새로운 메커니즘을 지닌 약물이 출현할 때 수면제 분야의 획기적인 진전도 비로소 가능할 것으로 입을 모으고 있다. 가령 신체의 자연적인 수면-기상 사이클을 조정하는 약물 등을 염두에 둔 언급.
일본 다께다 케미컬 인더스트리社가 후기임상을 진행 중인 '라멜테온'(Ramelteon)이 그 같은 여망에 부응한 새로운 형태의 수면제로 주목되고 있다.
'라멜테온'은 뇌 내부에서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기전을 모방토록 디자인된 첨단 후보신약이다.
다께다의 스티븐 M. 사이나티 R&D 담당부회장은 "남용가능성을 원천봉쇄했다는 장점까지 겸비한 '라멜테온'이 2005년 초에는 허가절차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랫동안 수면(水面) 밑에서 선잠에 빠져 있던 수면제(睡眠劑) 시장이 바야흐로 동면에서 깨어나고 있다.
일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