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동반자의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이 최종 확정됐다. 동성 부부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대법원 최초 판결로, 향후 동성혼 법제화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8일 오후 김용민(34)씨의 배우자 소성욱(33)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낸 '부험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재판관 다수 의견으로 상고를 기각하며 원고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김씨와 소씨는 동성커플로 지난 2019년 결혼식을 올린 부부 사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이날 늦은 오후 "대법원 판결을 존중한다"면서 "판결내용을 확보하는 대로 내부적으로 면밀하게 살펴보고,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배우자와 직계존속, 형제자매로 한정된다. 공단은 다만, '사실혼 배우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이 초기엔 있었던 만큼 자격관리 업무지침을 바탕으로 사실혼일 경우 피부양자 자격도 인정해 왔다.
법적 다툼은 여기서 발생했다. 소 씨는 지난 2019년,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인 배우자 김 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공단에 문의 후 취득할 수 있었지만, 이후 관련해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성별을 이유로 피부양자 인정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며 2020년 자격을 박탈당했다. 이에 소 씨가 공단을 상대로 건보료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공단이 사실혼 관계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동성 동반자에 대해선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는 헌법상 평등원칙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동성 부부 역시 동거하는 관계를 넘어 부부공동생활에 준할 정도의 경제적 생활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어 사실혼과 차이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 동성 동반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한다고 해서 피부양자의 숫자가 불합리하게 증가한다거나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을 유의미하게 해친다고 볼 수 없는 것으로 봤다.
앞서 1심에선 '동성과 남녀 결합을 본질적으로 같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소 씨가 패소했으나, 2심은 차별을 인정하며 소 씨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다만, 동성혼 자체를 인정하진 않았다. 이번 사안과 민법 내지 가족법상 '배우자'의 범위를 해석하고 확정하는 문제는 충분히 다른 국면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
소 씨와 김 씨 부부는 동성혼 법제화에 앞장설 계획이다. 부부는 이날 판결을 징검다리 삼아, 앞으로 성소수자도 평등하게 결혼하고 부부로서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