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해야...민간 주도는 부작용 우려"
약사회,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비용 문제 등' 심평원 DUR 활용 방안 주장
전하연 기자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3-11-15 06:00   수정 2023.11.15 06:01
대한약사회가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 시스템 활용을 제안했다. ©픽사베이

대한약사회가 공적 처방전달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Drug Utilization Review) 서비스 활용방안을 제시했다. 공적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과 관련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가운데, 민간업체와 손잡고 전자처방전 서비스를 도입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 주도의 전자처방전달시스템 구축과 운영 관련 내용을 담은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된 데 대해 정부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법안 통과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의사-약사-병원-환자 간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기획재정부는 특정 시스템의 구축은 예산측면에서 정부에 강제화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대한약사회 정일영 정책이사는 14일 "현 정권이 공적 영역에서 전자처방전달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산업 육성에 중심을 두고 있어 설득하기 어렵다"면서도 "우린 공적 영역에서 최소한 '인증'이라도 해야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정 이사는 이어 "정부도 '디지털헬스케어-마이헬스웨이' 등을 통해 건강정보빅데이터를 구축하고 유통 준비를 하고 있다"며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서 전자처방전도 법제화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적 전자처방전' 법제화는 약사 사회의 숙원 중 하나다.

약사회는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을 토대로 공적 전자처방전을 도입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약사회 조은구 정보통신이사는 지난 6월 약사회의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인 PPDS의 가동을 시작하며 "공적처방전달시스템이 잘 정착된다면 보건복지부에 성과를 제시하고 공적 전자처방전을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당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서영석 의원도 "비대면진료 전자처방전의 경우 관리기전 부재로 환자 개인정보 및 건강정보 등 민감정보가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는 등 여러 문제점에도 정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정안을 통해 연간 5억장에 달하는 종이 처방전 발행‧보관에 드는 비용 절감, 의료이용 시간 단축, 처방전 입력 오류 감소 등을 도모하기 위해서"라고 법안 발의 취지를 설명한 바 있다.

몇몇 민간업체들은 병원과 손잡고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데이터 플랫폼 레몬헬스케어는 올해만 제주대학교병원과 충북대학교병원, 중앙보훈병원 등의 모바일 앱에서 연이어 전자처방전 전송 서비스를 오픈했다.

지난달 충북대학교병원에서 전차처방서비스 도입을 발표하자 청주시 약사회는 즉각 입장문을 내고 ‘문전 약국’ 보이콧을 선언했다. 청주시약사회는 전자처방 서비스 가입 약국과 병원간 담합의 소지가 있고, 약사의 처방 중재가 용이하지 않거나 불가할 수 있어 약사 직능이 침해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민간업체의 판단에 따라 언제든 무료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할 수 있어 약국-약사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반대' 입장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전자처방서비스 도입은 찬성하지만 '민간업체'가 주체가 되면 안된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는 "법적인 기반과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에서 민간사업자 주도의 전자처방전 전달체계는 개인정보보호의 취약성, 의료소외계층의 발생, 의약품 오남용의 우려, 불필요한 의료비용의 발생 등 문제가 적지 않다"며 "정부 주도의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 마련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가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대한약사회, 대한병원협회 등과 전자처방 전달 시스템 구축을 위한 회의체를 구성해 3차례에 걸쳐 논의한 바 있다. 환자 편의성 증진과 안전한 처방전 전달을 위한 '전자처방전 표준화 필요성'에는 공감을 이뤘지만, 시스템 구축 방식에 대해선 의견 차이가 있어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회의가 중단된 상태다.

정 이사는 “의협은 전자처방전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고, 병협은 데이터가 병원에 쌓이므로 정부 운영보다 민간 참여를 바람직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협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 때문인데 우리 입장과 일맥상통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약사회는 민간 업체가 아닌 정부가 주도하는 공적 처방전달시스템을 도입해  개인정보 유출 염려를 잠재울 수 있다면 의협도 설득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약사회는 공적 전자처방전 전달체계 도입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DUR(Drug Utilization Review) 서비스를 활용을 추천했다. 심평원의 DUR시스템은 이미 개발돼 있어 추가 비용 및 작업 투입이 비교적 적고, 개발 과정에서 안정적인 서버와 구축된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어 유리하다는 것이다. 

정 이사는 "실시간으로 의료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데다, 전자처방전의 전달 속도도 보장돼 환자들의 의료 이용 시간뿐 아니라 의-약사의 처방 및 조제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며 "이미 전국 약국과 의료기관에 DUR 서비스를 연결한 경험이 있고 기술적 역량도 충분히 갖추고 있어 DUR 시스템이 공적 전자처방전달체계 구축에 가장 부합하는 모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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