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오 시장, 우크라戰 여파로 임상시험 피해 속출
4월 우크라이나서 진행한 400여개 임상시험, 전쟁으로 축소‧중단
이주영 기자 jylee@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2-06-09 06:00   수정 2022.06.09 06:01
▲2020년 진행 중인 임상 시험 수에 따른 국가별 순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제약바이오 시장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이던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시험이 축소 또는 중단되면서,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요구하는 인허가 평가를 위한 임상시험 조건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에 임상을 진행하던 기업들은 시험 성공 여부와 별개로 임상 계획과 타임라인을 전면 수정해야 할 난관에 봉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지난 8일 보건산업브리프 357호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제약‧바이오 업계가 겪을 피해를 크게 3가지로 분석하면서, 우리나라도 필수 원자재 구입처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국제사회의 대 러시아 수출 제동에 따른  첨단 의료기기 매출 감소 ▲원유와 천연가스, 팔라듐과 네온 가스 등 공급망 차질 심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내 임상시험 차질 등 미국 제약바이오 기업의 피해를 낳고 있다. 

우선 미국과 NATO 동맹국들, EU 국가들은 러시아를 규탄하면서 고강도 경제 제재 시행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첨단 진단기기 및 수술기구 등과 관련한 핵심 기술과 재료들의 수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 미국에서 만들어진 의료기기에 제공되는 소프트웨어의 경우 역시 의료 목적이 아닌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가능성에 따라 이같은 위기에 놓였다는 분석이다. 
 
또한 미중 무역 분쟁,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지속돼온 국제 공급망 차질이 러시아 침공으로 더 심화되면서 미국의 휘발유 가격과 전기 가격의 폭등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 내 바이오 업계를 비롯한 모든 업계는 유통 및 생산단가 상승으로 인한 간접적인 피해를 겪고 있으며, 헬스케어 업계 성장 둔화는 신규 투자와 IPO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많은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줄어드는 투자와 실적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투자 중지, 정리해고 등으로 몸집을 줄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첨단기기 생산에 필수 원자재로 꼽히는 팔라듐과 네온가스의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의료기기 생산 차질과 비용 상승, 첨단 실험기기 생산 차질을 초래했고, 신약 연구‧개발 등 전반적인 헬스케어 산업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도 분석했다.  

무엇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 중이던 미국 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임상시험이 축소 또는 중단됐다는 지적이다. 과거 다수의 제약 회사들은 높은 인구와 낮은 병원 문턱, 값싼 인건비 등으로 중국에서 임상을 진행해 미국 시장을 공략했으나, 미국 FDA가 최근 중국 임상 결과가 미국 국민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중국 임상 결과를 거부했다. 이에 따라 제약 바이오 기업들은 미국의 다양한 인종을 대변할 수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로 임상시험 무대를 변경했으나, 전쟁으로 인해 진행 중이던 임상시험의 중단 또는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아스트라제네카, BMS, 존슨앤존슨, 머크,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화이자, 로슈 등 글로벌 제약사와 카루나 테라퓨틱스, 베루 등 스타트업 업체들이 임상시험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시험의 성공 여부와 별도로 시험 계획과 타임라인을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박순만 진흥원 미국지사장은 “아직 구체적인 피해 내역은 분석되지 않았으나, 이번 사태를 통해 국제 공급망 재편성의 중요성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며 “특정 국가에 대한 원자재 의존도가 높을 경우 발생하는 부작용을 단적으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국 또한 우크라이나산 네온 가스와 러시아산 팔라듐을 다량 수입해오던 국가로 차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점을 고려해 필수 원자재 구입처를 다각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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