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주목받는 대한민국의 젊은 작곡가 김택수
세계적 오케스트라 뉴욕필과 초연, 디트로이트 심포니· L.A 필 러브콜 쇄도
이종운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1-05-13 13:35   수정 2021.05.14 08:54

작곡가 김택수씨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젊은 작곡가라는 안팎의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라는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로 부산시향이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한 바 있다. 최근 발표한 초연곡 '짠!!'이라는 곡은 참신한 제목과 더불어 클래식에 트로트를 가미했다고 화제를 모았다. 약업신문에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곡가 김택수교수와의 특별인터뷰를 기획하고 최근의 코로나19상황을 감안, 비대면 서면인터뷰방식으로 진행했다.<편집자주>

- 서울대 화학과 출신이라는 이력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촉망받는 화학도에서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작곡가로 변신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사실 음악을 워낙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어 했었어요.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하면서 음악가가 되는 꿈을 키웠었는데, 현실이 녹록치 않음을 깨달으면서 중학교 때 그 생각을 접었고요.  과학고등학교를 가려고 준비하던 중에 화학경시대회에서 입상을 하면서, ‘과학자가 되야 하나보다’고 생각했어요.  고 3때 국제 화학올림피아드에서 수상하게 되면서 책임감 같은 것도 생기더라고요.

그런데, 막상 화학 전공을 시작하니 이 전공을 해서 무엇을 하겠다 하는 감이 잘 안 잡히더라고요.  종교 동아리 활동 및 동아리를 통한 음악 활동에 매진했는데  당시에는 종교를 음악보다도 더 우선시했어요.  전공 공부는 물론 음악 보다 뒷전이었고요  졸업할 때 쯤, 종교 vs. 음악 vs. 전공 중에서 고민을 하다가, 사실 이 중에서 끌리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어요.

어떻게 음악의 길로 다시 들어설 수 있을까 여러가지 방법을 모색하던 중에, 제대로 공부를 다시 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용기를 내어 학교 작곡과 전공수업들 청강을 시작하고 그것이 수강이 되고, 그것이 학사 편입으로 이어지면서 화학전공을 유지한체로 작곡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본의 아니게 화학과를 5년 다녔지요,

- 부산시향에서 올해의 예술가로 선정되셨습니다. 특히 최근 발표하신 초연곡 '짠!!'이라는 곡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참신한 제목과 더불어 클래식에 트로트를 가미했다고 화제를 모았는데 '짠!!'이라는 곡이 탄생한 배경과 더불어 간략한 작품설명 부탁드립니다.

짠!!의 경우는, 두 가지 발상이 합쳐진 결과였어요.  제가 한 10년 전부터 한국의 근, 현대 문화를 음악에 담는 작업을 해오고 있거든요. 그러면서 오래 전부터 트로트를 현대음악으로 재해석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고, 또 한국 특유의 음주 문화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어요.  알고 보니 이 둘은 하나로 엮일 수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래서 트로트 적인 선율과 화성을 현대적/관현악적으로 바꾸고, 또 술잔 부딪히는 소리 (실제로 술잔을 소도구로 사용합니다), 젓가락으로 접시 두드리는 소리, 환호성 소리 등 술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을 더했어요.  맥락을 구체화 하다가, 부산 해운대 근처의 포장마차라는 설정이 더해졌고, 그럼 밤바다의 파도소리, 부산 야경 등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것까지 생각이 닿았지요.  마침 부산시향을 위한 작품이니, 모든 것들이 잘 들어 맞았고요.

삶의 애환을 풀어내는 것 – 술과 음악은 거기서 만난다고 보거든요 – 이 궁극적으로 이 작품이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점에서 ‘술잔을 부딪히는 소리’와 ‘애잔하다’는 뜻을 담은 ‘짠!!’이라는 제목이 나온 거고요.  곡이 서곡의 느낌이 강해서 ‘surprise’의 뜻도 될 수 있다는 것은 덤이었어요.

- 코리안 심포니 상주 작곡가로 활동하시며 작곡한 '더부산조'는 전통 산조를 서양악기로 구현해낸 곡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통 궁중합주를 서양오케스트라속에 녹여낸 작곡가 윤이상의 '예악'이라는 작품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도를 하게된 계기와 국악기를 서양악기로 표현해내기위해 어떤 작곡기법을 사용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윤이상 선생님의 작품 활동, 그리고 그 영향은 현재 작곡을 하는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하나의 큰 귀감이 아닐까 해요.  유학 전에 몇몇 선생님들께서 국악과 양악을 접목시키는 것이 윤이상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이기 때문에 오히려 우리 세대는 그것을 지양해야 자기 소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거기에 크게 동조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또 개인적으로 국악이 서양음악에 비해 익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도 있고요.

꽤나 서구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던 제가, 유학을 막상 가보니, 한국인으로서의 자각이 생기게 되었어요.  국악은 여전히 낯선데, 그럼 도대체 무엇이 나를 한국인으로 만드는 걸까 고민하다가 아래 질문에서 말씀하신 한국의 근, 현대를 담는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고요.  분명히 그러다 보면 한국만의 무언가를 추출해낼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갖게되었고요.

그러면서 어렸을 때 했던 모든 경험들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의외로 제가 나름 접한 국악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누구나처럼 단소도 배우고, 서편제나 쓰리랑 부부 등을 통해 판소리도 접했고, 초등학교 때에는 사물놀이도 했었거든요.  주로 민속악에 속하는 이것들은 윤이상 선생님께서 접하셨던 궁중 음악과는 결이 다른지라 같은 ‘한국’ 음악을 사용해도 다른 결과가 나오게 되더라고요.

다만, 기억에만 전적으로 의존할 수는 없는 일이고 또 너무 전통을 왜곡하면 안되는 지라 공부를 다시 시작했어요.  2015년에 국립 국악 관현악단 위촉을 받으면서 국악기 공부들도 좀 더 자세하게 할 수 있었고 그 이외에 판소리와 산조에 대해서도 공부를 했어요.  더부산조는 사실 산조 연구의 일환으로 가야금 산조를 관현악 작품으로 치환한 거고요. 지금도 서양 악기들을 통해서 국악적인 느낌을 내는 것을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 그 외에도 찹쌀떡, 빨리빨리, 국민학교 환상곡등 흥미로운 제목을 가진 작품들을 선보이셨습니다. 일반인의 일상속에서 친숙한 소재들을 선택하시는 것 같습니다. 현대음악은 난해하다는 선입견이 존재하는데 친숙하게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작곡가의 의도인지 아니면 단순히 작곡가의 취향인지 궁금합니다.

위에서 어떻게 그런 작품들을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드렸는데 몇 가지 부연 설명을 드리자면, 우선 저희 부모님께서 음악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아니고 저 또한 클래식보다는 대중 음악(그것도 그다지 고급스럽지 않은 취향의 대중 음악)을 주로 듣고 자랐거든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나 저의 부모님과 같은 분들과 어떻게 접점을 찾을 지 고민을 많이 했고요.  현대음악, 아니 좋은 음악은 꼭 진중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장난끼 뒤섞인 반항이라고도 할 수 있고요.  원래 질문이 많고, 까불까불한 성격이거든요.

- 여러 인터뷰에서 '재미'에 가치를 두신다고 하셨는데 작곡가 김택수에게 '재미'라는건 어떤 의미인가요?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약간 가벼운 느낌을 선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클래식 음악가로서 라벨, 하이든, 모차르트 등은 좋은 모델이 되었어요. 그림으로 따지면 달리, 마그리트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제 은사이신 진은숙 선생님도 간간이 작품에 유머를 넣으시는데 거긴 보다 진한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이라면 저는 시트콤 정도의 느낌인 것 같고요.

물론 단지 분위기만 재미있는 음악을 추구한다는 것은 아니고요, 연주하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배우고 연주하는 성취감,  즉 누가 연주할 것이냐에 따라 그에 맞는 적당한 난이도를 항상 고려하고요. 또 음악의 구조를 생각할 때 반전 매력 같은 것들도 있으면 좋지요.  감상자의 입장에서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할 거리도 풍성하면 좋겠죠? 또, 혹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지만 제 음악을 공부할 수도 있을 분들에게는 뭔가 발견할 만한 것들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요.  이런 것들이 모두 합쳐져서 ‘재미’라고 할 수 있어요 – 물론 가장 중요한 건, 이런 모든 과정이 저에게 또 즐거움을 준다는 것이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네모네모 로직이나 스도쿠 같은 퍼즐이랑 비슷하거든요.

- 해외에서도 반응이 뜨겁습니다. 특히 미국에서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 뉴욕필과의 초연을 비롯해서 디트로이트 심포니, L.A 필등 러브콜이 잇따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작품목록을 살펴보면 한국어 곡 제목을 그대로 살린 작품이 눈에 많이 띄는데 한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호평받고있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제 음악이 특별히 뭐가 어때서 초청을 받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열심히 쓴 작품들이 연주가 되니 감사할 따름이죠!  확실한 것은 많은 작품들이 한국에서 먼저 연주가 된 것들이거든요 – 그리고 이 연주 실황 녹화본들을 보고 단체들에서 연락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 연주자들의 훌륭한 기량이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 분들이 연주를 잘 했으니까, 음악이 좋게 들리고, 그렇기 때문에 다른 분들도 연주해 보고 싶어하는 거죠!

- 클래식 레퍼토리에있어 아직도 베토벤, 말러, 브루크너와 같은 과거 작곡가들의 비중이 현저하게 높습니다. 현대를 대변하는 현대음악이 더 넓은 관객층과 함께 호흡하기위해 지향해야할 지점이 있을까요?

현대음악 소개가 더 많이 되고 관객들로부터 좋은 피드백을 받는 것이 중요하겠죠?  현대음악 소개는 우선 온라인, 오프라인 음악회들을 프로그래밍하는 기획자나 연주자들의 역할이 크다고 보고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 클래식계가 조금씩 현대음악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관중들이 ‘아, 현대 음악도 좋은 작품들이 많구나’ 하는 발견 내지 인식이 생기고 그 좋은 피드백이 선순환을 하게 되는 거죠.  물론, 작품이 좋고 또 어느 정도 접근성이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제가 볼 때에 많은 현대 작곡가들(당연히 한국 작곡가들을 포함해서요)이 이미 그런 작품들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대부분의 작곡가들은 어떻게 하면 작품 연주가 더 많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을테니까요.

- 코로나 여파로 공연예술계는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며 많은 사람들이 포스트 코로나는 코로나 시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작곡가 김택수가 바라보는 클래식의 미래는 어떠한가요?

당장은 편성이 작은 연주, 그리고 대면/비대면이 함께 이루어지는 연주가 더 많이 이루어 지지 않을까요?  이것이 실제 공연보다 스트리밍 중심(가상현실이 될 수도 있고요)의 소비 양식으로의 전환으로 바뀔 지는 조금 더 지켜 보아야 하겠지만, 비대면 공연이나 녹화의 경우 감상자들의 프로덕션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지겠다 싶어요.  감상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 각지에서 보내는 양질의 연주회들을 즐길 수 있다는 이점도 있을 것 같고, 음악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전 세계를 상대로 비즈니스를 하게 되는 것이 더 큰 기회일 수도 있지만, 그만큼 더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요.  

궁극적으로 팬데믹은 공연을 통한 인간적 교감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 변수인지 판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제가 그 답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음악을 직접 체험하는 것의 중요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 앞으로의 국제적 행보와 더불어 한국에서 새로운 작품발표가 계획되어있는지 궁금합니다. 

디트로이트 심포니, 포틀랜드 청소년 오케스트라, 그리고 시카고에서 열리는 대규모 여름 음악제로 잘 알려진 그랜트 파크 뮤직 페스티벌 등 관현악 연주들과 각종 오프라인/온라인 실내악 작품들 연주가 잡혀있습니다. 이외에도 위촉 작품들의 초연이 계획되어있는데 일정이 확정되는대로 공개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는 부산시향이 12월에 연주할 에정인 Flash!!를 포함해서 몇 작품들이 올해와 내년에 걸쳐 발표될 예정입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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