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들이 익명으로 리뷰와 평점을 남기는 국내 벤처캐피탈(VC) 평가 사이트 ‘누구머니’가 화제가 되고 있다. 서비스와 리뷰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철저한 인증 절차를 통과한 창업자들만이 리뷰를 남길 수 있다는 누구머니는 스타트업 업계 내 창업가와 VC 간 정보의 비대칭을 해소한다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누구머니에서는 모든 리뷰가 익명으로 게시되며 평가점수는 10점 만점 기준으로 10점은 스타트업 시선에서 VC에 대한 가장 긍정적인 리뷰를 의미한다. 갑질 등의 사례가 적나라하게 등장하는 평가점수 10점 만점에 2점 이하의 부정적 평가를 받은 VC에 대한 사유를 살펴봤다.
스타트업은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 기반의 창업 초기 회사로 고위험 대비 고수익과 고성장 등의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자금력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해소하고자 VC로 알려진 투자 주체가 등장하며 스타트업의 가치를 올려서 이익을 창출하는 목적에 부합하는 투자 집행, 창업·경영 컨설팅, 시장 조사, 타기관 투자 유치 등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한다.
VC도 각각의 투자 선호·성향이나 추구하는 원칙과 가치관을 자체적으로 갖고 있다. 그런 이유로 스타트업과 투자사도 서로의 선호·성향이나 가치관이 부합하고 잘 맞는 합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합이 잘 맞는 VC 투자사를 만나는 것이 스타트업에게는 전략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투자사나 VC들은 자신의 돈이 아닌 타인의 돈으로 투자를 하고 다른 기관 및 정부 자금을 맡아서 투자 대행을 하면서 나름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명확한 투자 원칙과 가치관이 없는 VC의 경우 처음에는 자신이 좋다고 결정한 내용들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경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불안한 상황이 오면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자신의 걱정과 한탄을 늘어놓는가 하면 지속적으로 판단과 결정사항을 번복하고 바꿔버리는 사례도 등장한다.
구체적으로 VC를 직업이 아닌 '신분'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빈도 높게 언급됐다. 전형적인 강자에 약하고 약자에 강한 스타일로 스타트업 창업자보다 VC 투자자 본인이 더 똑똑하고 인사이트가 많다고 생각하며 훈계를 일삼는 갑의 신분이다. 무성의한 미팅 태도, 거만하고 깔보는 말투, 시종일관 비웃움, 중요하지 않은 부분들에 트집 잡기, 인적 네트워크 자랑 등 전형적인 갑질을 서슴 없이 자행한다.
익명의 스타트업 대표는 "VC 모임이 있는데 그 곳에 (좋지 못한) 평판을 내가 흘리면 넌 끝이다라는 뉘앙스로 수준 이하의 협박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표는 "미국시장에서 잘 되려면 여성 창업자인 당신 대신 백인남성이 대표가 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라는 성차별적 경험을 회상하면서 삶을 걸고 사업하는 스타트업의 노력이 물거품 되는 참담한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모든 길을 알 수가 없음에도 스스로 걸어온 길 만이 정답으로 생각하는 VC의 태도가 을의 입장에서 상당히 불편하다는 것이다.
창업자들은 VC를 가장한 '기업 염탐꾼' 사례도 전했다. 기업설명(IR) 자리를 VC 본인들이 미공개 핵심 정보를 얻는 기회로 삼으면서 스타트업의 기술과 사업 내용들을 적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익명의 스타트업 대표는 "IR때 우리 회사 내용이 어느 정도 새어 나갈 것은 각오했지만 이렇게 왜곡되어서 나갈 줄은 몰랐다"며 "그 내용을 해명하느라 진땀 흘렸던 경험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다른 대표는 "회장님이 관심 있다고 사업과 관련한 모든 자료를 달라고 대놓고 얘기했다"는 황당한 사례도 전했다.
스타트업이 속해 있는 산업 분야의 속성이나 창업팀을 면밀히 파악해서 옥석을 가려내려는 의지와 노력의 부족도 등장했다. 익명의 창업자는 "단순 돈만 밝히는 (VC) 투자자로써 창업자에 대한 존중도 없고 돈 되는 것들만 찾아다니며 돈 이야기 밖에 안하는게 뭔가 돈이 궁해 보이고 욕심이 많아 보인다"라는 경험을 공유했다. 다른 창업자는 "다른 투자사가 투자할 때 따라 들어가는 의사결정을 하는 듯 하다"며 "타 엑셀러레이터(AC), VC와 많이 묻어가다 보니 평판이 같이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투자에 집중하는 VC만큼 창업자들의 마음을 이해해주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생각보다 이 부분이 초기 창업 및 펀딩 과정에서 굉장히 힘이 되고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