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상장해도 미래 두려운 제약바이오?..'칼바람' 여전
파이프라인 '전도유망'해도 임상실패시 자본잠식 우려..'가욋일' 선택 아닌 필수
이권구 기자 kwon9@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0-11-24 12:55   수정 2020.11.24 12:56

"자본이 여유가 있으면 가욋일에 눈을 돌려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러면 신약을 누가 개발하겠습니까"

국내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고 있던 바이오(제약)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기술특례 방식으로 상장했지만 당장 밥 벌이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하소연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작된 바이오업계에 대한 부정적 이슈가 올해도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인보사 사태로 곤혹을 치루고 있는 코오롱티슈진은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서 상장폐지를 선고받았다. 지난해 간암 임상3상에 실패한 신라젠도 이르면 이달 말 기업심사위원회를 통해 상장유지 여부가 판가름 난다. 핵심 파이프라인 엔젠시스로 한차례 실패를 맛봤던 헬릭스미스는 고위험 금융 상품에 투자했다가 손실이 발생하면서 고초를 겪고 있다.

바이오산업 경우 자본 구조가 매우 취야한 분야로 꼽힌다. 상장 바이오업체 경우 대부분의 자본이 주주들 투자로 운영되고, 기술수출이나 국책사업을 통해 수익이 일부 발생하는 구조다.

자본 대부분은 임상을 위한 연구개발 비용으로 투입된다. 과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던 관행도 손질됐다. 신약은 임상 3상, 바이오시밀러는 임상 1상, 복제약은 생물학적동등성시험부터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처리해야 한다.

과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하던 방식 보다 깐깐해진 셈이다. 일반적으로 기술특례로 상장하는 기업들 경우 임상 2~3상이 많다. 비용은 높아지는 대신 성공률은 더욱 희박해지는 단계다. 임상에서 실패할 경우 자본잠식 우려가 공존하는 셈이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에 따르면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에서 연결기준 자기자본의 100분의 50을 초과하는 법차손이 있는 기업은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간암 임상3상을 실패한 신라젠 경우 2017년 348억원, 2018년 379억원, 2019년 690억 등 연구개발비가 지출로 인식됐다. 임상 실패 1건이 자본잠식 우려까지 불러왔다.

고위험 금융 상품에 투자한 헬릭스미스 경우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이하  법차손)이 발목을 잡았다. 헬릭스미스는 지난해 1,082억원의 법차손이 발생해 자본총계 약 1,990억원 대비 54.3%를 육박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법차손은 505억원으로 하반기 유상증자가 성공해야 관리종목 이슈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결국 모 기업 투자없이 자력으로 상장한 바이오기업 경우 여력이 생기면 밥 벌이 수단을 만들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바이오기업들이 화장품, 건강기능식품 사업을 벌리거나 금융상품 재투자, 부동산 구입 등 안전자산을 늘리기 바쁜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악조건이라 해도 외부 자금을 수혈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는 게 업계 판단이다.

앞서 언급한 신라젠 사례가 대표적이다.

신라젠이 개발중인 항암제 '펙사벡'을 프랑스, 호주 국가기관에서 임상약물로 선정했다는 소식이 이달 초 전해졌다. 그리고 최근 가장 뜨거운 글로벌 제약사로 부상한 리제네론의 유일한 아시아 파트너 기업임이 알려지면서 관심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내서는 한국거래소 거래정지 및 상장폐지실질심사를 겪고 있다. 정반대 신세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신라젠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을 시작하거나 외부자금을 수혈해야만 한다. 업계 내부에서 전도유망한 바이오기업이라는 평가를 여전히 받고 있는 '상장사'가 국내 상장 기준을 맞추기 위해 엉뚱한데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부업을 전개하는 바이오기업 경우 본업인 연구개발, 제품 판매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만 임상실패 여파나 자본잠식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다. 특히 부동산(사옥 또는 생산 공장) 경우 시세차익 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어 다수 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는 상황이다.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도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며 " 바이오업종 경우 미래가치를 기다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상황을 대비해 '가욋일'을 고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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