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RA’는 어떻게 개발됐나…기전적 이점 재조명
100년 전 발견 후 분자 구조 변형…당뇨·비만 시장서 각광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9-06-28 16:32   수정 2019.06.28 16:37
최근 제2형 당뇨병 시장 및 비만 시장에서 GLP-1 RA(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s, GLP-1 유사체)의 역할과 비중이 커지면서 개발 역사가 재조명되고 있다.

28일 열린 트루리시티 출시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릴리 의학부 한정희 전무<사진>는 GLP-1 유사체 개발의 역사와 향후 전망에 대해 소개했다.

GLP-1 유사체의 모태가 된 인크레틴(incretin)은 음식물이 장을 통해 지나갈 때 장에서 배출되는 호르몬이다. 인크레틴은 췌장 베타세포에서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키고, 알파세포에서 글루카곤 분비를 억제한다.

인크레틴은 약 100여 년 전에 처음으로 존재가 가시화됐다가 1960년대 들어 과학적인 근거가 정립됐다. 당시 진행된 연구에 의하면, 사람을 대상으로 포도당을 정맥으로 투여했을 때보다 경구로 투여했을 때 인슐린 분비량이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혈당 강하 효과를 두고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여러 번의 실험 끝에 인류는 1970년대 이르러 GLP-1, GIP라는 두 가지 인크레틴을 발견하게 된다.

GLP-1과 GIP는 공통점과 차이점 모두 가지고 있다. 공통점은 GLP-1와 GIP는 모두 DPP-4의 영향을 받으며, 글루카곤을 억제하고 인슐린을 분비시킨다. 또 뇌에 직접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며, 장에서 콜레스테롤 흡수를 차단하고 심근허혈이 있을 때 이를 개선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GLP-1은 GIP보다 더 강력한 혈당 강하 효과를 나타내며, GIP는 지방을 합성해 체중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이후 GLP-1은 2형 당뇨병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각광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숙제가 한 가지 있었다. 체내에서 GLP-1을 어떻게 더 분비시킬 것인가였다.

방법은 두 가지였다. 분비된 GLP-1이 분해되지 않도록 DPP-4를 억제하거나, 분자 구조를 바꿔 GLP-1 작용제(agonist)를 만드는 방법이다.

그러나 DPP-4를 분해해 GLP-1의 양을 늘리게 되면 생체 내에서 만들어진 농도 이상으로는 올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 반면, GLP-1 작용제는 농도를 더 올릴 수 있었다. 이것이 현재 출시돼 있는 GLP-1 유사체의 시초가 됐다.

2000년대 들어 전 세계적으로 GLP-1 유사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지며, 여러 제품도 출시됐다. 이들은 인간의 GLP-1와 ‘얼마나 동등한지’를 입증하는 것부터, 기전, 반감기, 디바이스,대사(metabolic)의 차이에 따라 구분돼 왔다.

현재 GLP-1 유사체는 2019년 당뇨병 진료지침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 지표가 우수한 등급으로 평가돼,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을 동반한 환자에게 심혈관질환 예방 혜택이 확인된 SGLT-2 억제제와 함께 우선 사용되고 있다.

또 GLP-1 수용체 작용제에 대한 권고안 항목이 별도로 마련돼, GLP-1 유사체의 처방 가이드가 구체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엑세나타이드, 리라글루타이드, 릭시세나티드, 둘라글루타이드까지 총 4가지의 GLP-1 유사체가 출시돼있다.

이들은 최근 당뇨 치료제 및 비만 시장을 주도해 갈 제제들로 각광받고 있다. 둘라글루타이드는 지난해 전체 당뇨병 주사 치료제 시장 1위에 오른 바 있으며, 리라글루타이드는 체중 감소 이점을 살려 3.0mg의 용량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비만 치료제로서 인기를 구가중이다.

간담회에 참석한 정인경 교수(강동경희대병원 내분비내과)는 “최근 당뇨 치료는 저혈당이나 체중증가 없는 지속적 혈당조절, 동반질환(비만,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개선, 심혈관질환 안전성, 투약편리성, 비용 등을 고려해 환자의 상황에 맞는 개별화된 치료가 필요하다”며 “이런 추세 속 GLP-1 유사체는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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