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라이 릴리社의 정신분열증 치료제 '자이프렉사'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이와 관련, 릴리의 본사가 소재한 美 인디애나州에서 발행되는 '더 인디애나폴리스 스타'紙는 16일자에서 "릴리의 톱-셀러로 꼽히는 '자이프렉사'가 당뇨병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는 소송이 워싱턴 D.C.와 다른 4개州에서 최소한 5건이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릴리측도 이번 소송이 자칫 매우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보고, 대처방안 마련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이프렉사'가 지난해 37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전체 매출실적의 3분의 1 정도를 점유한 간판품목이기 때문.
'자이프렉사'는 지난 1996년 발매되기 시작한 이래 1,100만명 이상이 복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 블록버스터 품목이다.
릴리에서 제약사업 담당 부회장으로 '자이프렉사'의 마케팅팀을 총괄하고 있는 앨런 브라이어(의사)는 "소송에 대응하기 위해 '자이프렉사'와 당뇨병 발병의 상관성을 관찰하는 2건의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이 약물이 부작용을 특별히 심각한 수준으로 증가시키지는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다만 좀 더 구체적인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하리라는 점에 대해서는 브라이어 부회장도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사실 '자이프렉사'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은 그리 새삼스런 일은 못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자이프렉사' 이외에 신제형에 속하는 다른 정신분열증 치료제들도 대부분 당뇨병과의 관련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투자회사인 크레디트 스위스 퍼스트 보스턴社에 따르면 정신분열증 치료제는 올해 매출이 19%가 뛰어오른 85억달러대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 가고 있는 품목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지난 1920년대부터 정신분열증과 당뇨병의 상관성이 강력히 시사되어 왔다는 점에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정신분열증 치료제가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주장은 이를테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식의 논리도 적용된다고 말할 수 있는 셈.
전문가들은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경우 항정신병 약물의 복용 여부와 무관하게 당뇨병의 발병가능성이 최대 4배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정신분열증 환자들의 경우 좌식(座式) 생활에 익숙해질 개연성이 높은 데다 양질의 치료혜택을 받기 어렵고, 영양공급이 불량한 식생활에 빠질 소지도 다분하며, 비만해지는 사례 또한 상대적으로 빈번하다는 것이 그같은 주장의 근거들.
이에 따라 5건의 소송을 대행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州 샌프란시스코 소재 로펌 허쉬 허쉬社(Hersh Hersh)는 현재 정신분열증 치료제 복용과 당뇨병 발병의 상관성을 명확히 입증하는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쉬 허쉬라면 지난 1970~80년대에 걸쳐 유산을 방지하는 약물 DES와 관련, 릴리측과 소송전을 치른 바 있는 로펌. 릴리 역시 1990년대 초에 항우울제 '푸로작'이 폭력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제기되었던 일련의 소송을 승리로 이끈 바 있는 유경험자이다.
한편 영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약무당국이 릴리측에 '자이프렉사'의 제품라벨에 당뇨병 유발가능성을 주의하는 문구를 삽입토록 했었다. 미국의 경우 FDA가 지난 수 년 동안 정신분열증 치료제와 당뇨병의 상관성을 주목해 왔으나, 아직까지 별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은 상태이다.
메릴 린치社는 지난주 "FDA가 '자이프렉사'의 제품라벨에 관련내용을 보강토록 지시할 경우 릴리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릴리측 대변인 마니 레몬즈는 "우리는 법정에서 '자이프렉사'의 효용성을 입증한 연구결과들을 제시하며 안전한 약물임을 적극 주지시키는데 힘쓸 것"이라는 말로 결의를 내비쳤다.
브라이어 부회장은 "아직까지 정신분열증 치료제들이 당뇨병을 유발함을 명확히 입증한 연구사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2건의 임상을 진행한 결과 '자이프렉사'가 췌장의 작용에 간섭하거나, 체내의 인슐린 감수성을 변화시키는 등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아낼 수 없었다는 것.
이밖에도 브라이어 부회장은 '자이프렉사' 복용자들의 절반 정도에서 체중증가 현상이 눈에 띄고 있으나, 이는 대부분의 정신분열증 치료제들에 수반되는 현상이며, 이로 인해 당뇨병이 유발되는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미흡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노스 캐롤라이나大 당뇨병 치료센터의 존 B. 부즈 소장은 "물론 릴리측의 주장이 검토할만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피험자 숫자가 48~54명으로 지나치게 적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다만 부즈 소장도 '자이프렉사' 등의 정신분열증 치료제들이 당뇨병을 유발한다는 확실한 증거자료 또한 부재한 상황임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자이프렉사'의 당뇨병 유발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현재 이 시장이 워낙 치열한 경쟁이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데에 따른 부작용일(?) 수도 있다고 피력했다. 다시 말해 흠집내기 시도로 인해 불거진 문제일 수도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