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LT-2 억제제는 어떤 계기 통해 개발됐나
‘신장 배설’ 기능 착안해 개발…품목별 이점 뚜렷
전세미 기자 jeonsm@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8-12-11 06:20   수정 2018.12.11 06:47
근래 가장 핫(Hot)한 당뇨병 신약을 꼽으라면 단연 ‘SGLT-2 억제제’다. 이들은 기존의 당뇨병 치료제가 대사에 미치는 기전과는 전혀 다른 대사 작용을 통해 혈당 강하, 혈압 강하, 체중 감소 등 부가적인 이점까지 한 번에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처럼 당뇨 치료제로서 여러 긍정적인 요소들을 지니고 있는 SGLT-2 억제제들은 어떤 계기를 통해 개발에 성공했을까.

최근 진행된 자디앙 관련 미디어세션에서 자디앙의 개발을 주도한 베링거인겔하임 심혈관대사질환 연구 부문의 글로벌 총괄 책임자인 마이클 마크(Michael Mark) 박사를 통해 이 같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마크 박사에 따르면, 애초 SGLT-2 억제 성분은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는 영향이 전혀 없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따라서 SGLT-2를 억제한다면 신장에서의 안전성, 내약성 측면에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2001년 SGLT-2 억제제와 관련해 발견된 것은 분자학적으로도 존재했다. 초기 발견된 SGLT-2 억제제 성분은 유효성이 없었다. 성분 자체는 대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았고, 상대적으로 반감기가 짧으며 대사가 돼서 결국 배설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실은 하나의 출발점이 됐다. 많은 제약사들이 ‘배설’이라는 포인트에 착안해 SGLT-2 억제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은 O-글루코시드(O-glucoside) 계열의 약제 연구에 매달렸다. 또 다른 글루코시드인 C-글루코시드(C-glucoside) 계열은 비교적 개발이 더뎠다.

그러나 O-글루코시드 관련 연구들은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용량, 복약순응도에서 차이가 있었다. 적절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고용량을 1일 2회 투여해야 했던 것이다.

대신 C-글루코시드 연구들은 점차 약제로서의 가능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O-글루코시드와 달리 저용량으로 1일 1회만 복용하는 것이 가능했다.

현재 시중에 출시돼 있는 엠파글리플로진(상품명: 자디앙), 다파글리플로진(상품명: 포시가), 카나글리플로진(상품명: 인보카나) 등의 SGLT-2 억제제는 대부분 C-글루코시드 계열이다.

문제는 또 있었다. 글루코시드 성분은 일반 제약사에서 통상적으로 개발에 이용하던 성분이 아니었다. 따라서 약제로서의 가능성은 확인했지만 개발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처럼 SGLT-2 억제제들은 개발 초기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개발됐다. 최근에는 존재를 알리는 단계를 넘어 당뇨병 신약으로서의 가치와 의미를 입증해 나가고 있지만, 많은 치료제들의 그렇듯이 첫 개발 과정은 미약하고 우연했다고 할 수 있다.

SGLT-2 억제제 시장을 견인하고 있는 일부 품목들의 특징도 눈여겨볼만 하다.

먼저 엠파글리플로진은 분자가 지방과 친한 성질을 나타내는 ‘친지성’이 비교적 낮다는 장점이 있다.

친지성이 높을수록 뇌세포를 포함한 세포에 침투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지고, 뇌세포에 약제가 침투하게 되면 이상 반응이 속출할 위험 또한 높아진다. 그런 면에서 엠파글리플로진은 타 약제 대비 두 개 내 이상 반응을 일으킬 위험이 적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서양인 뿐 아니라 한국인 당뇨병 환자에서도 혜택을 입증한 약제다. 지난 8월 발표된 국내 시판 후 조사인 PARADIGM 연구에 따르면 서양인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그간의 임상 연구와 비슷한 수준의 혈당강하 효과를 나타냈다.

카나글리플로진은 심혈관계 질환을 동반한 성인 2형 당뇨병 환자들에서 심근경색, 뇌졸중 및 심인성 사망 등의 주요 심혈관계 부작용(MACE)이 수반될 위험성을 감소시키기 위한 용도로 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경구용 당뇨약제다.

마크 박사는 “최근 SGLT-2 억제제는 심혈관계에서의 효능을 입증해가며 적응증과 혜택을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게임 체인저’로 인정받는 분위기”라며 “따라서 혈당만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분을 종합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