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사업 부문에 대한 매각 시나리오를 배제하지 않았던 바이엘 그룹이 계속적인 존립을 모색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현재 제약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롤프 클라손 회장이 13일 가진 한 인터뷰에서 독자적인 생존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요지의 발언을 흘렸기 때문.
클라손 회장은 다만 독자생존이 최선의 해결책은 아닐 수도 있다고 밝혀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이제까지 파트너를 찾기 위한 노력에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했던 바이엘측의 자세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음을 뒷받침하는 언급이라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클라손 회장은 제약사업 부문을 인수할 파트너와 조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다른 내용의 시나리오들도 충분한 가능성을 확보하고 있는 것 또 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클라손 회장은 "많은 기업들이 우리의 제약사업 부문에 높은 관심을 표시해 왔으며, 우리 또한 다른 기업들에 대해 관심이 높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바이엘의 제약사업 부문이 볼륨 측면에서 보면 세계 제약업계에서 준척급(sub-scale)에 가까운 편이어서 적절한 파트너를 만나 몸집을 불릴 수 있다면 회사의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리라는 것.
그러나 금융街와 애널리스트들은 시장에서 회수조치된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로 인해 바이엘의 주가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volatility)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 가까운 시일 내에 빅딜 논의가 결말에 도달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런던에 소재한 베어 스턴스 증권社의 케미컬 담당 애널리스트 조나산 타일러는 "회수조치된 '바이콜'과 관련한 소송이 '현재진행형'인 상황 하에서는 제약사업 부문의 향배에 대해 뚜렷한 움직임이 진전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임박한 '바이콜' 관련 소송에 소요될 비용과 별도로 경우에 따라 50~100억달러에 달하는 보상금을 지급해야 할 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제약사업 부문에 대한 가치를 매기기란 지극히 어려운 일일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
이에 앞서 바이엘 그룹의 베르너 베닝 회장은 지난해 11월 제휴 파트너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바이엘이 최대주주의 지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임을 처음으로 내비친 바 있다. 열린 자세로 파트너와 건설적인 협상에 임할 각오가 준비되어 있음을 밝혔던 것.
그러나 13일 경영실적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바이엘측이 공개한 내용은 합의도달에 임박한 협상이 전혀 없는 상태라는 인상을 짙게 풍겼다는 지적이다.
베닝 회장도 이날은 "제약사업 부문의 강화가 전략적 제휴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전제조건으로 요구될 것"이라고 밝혀 그같은 분석에 한층 무게를 실어줬다.
런던에서 활동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바이엘측이 지난해 공개했던 제약사업 포기의향을 사실상 거둬들인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한편 바이엘 그룹은 현재 제약·진단기기·생물학적 제제·컨슈머 케어·동물용 의약품 등의 사업부문들로 구성된 헬스케어 사업부를 두고 있다. 이 헬스케어 사업부는 한해 평균 100억유로(108억7,000만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약 3만4,000여명의 인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중 제약사업 부문은 지난 2001년의 경우 헬스케어 사업부가 올린 전체 매출액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실적을 기록했었다.
클라손 회장은 "헬스케어 사업부 가운데 제약파트를 제외한 나머지 분야에서는 제휴 파트너를 찾기 위합 협의가 오갔던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때 제약사업 부문에 높은 관심을 내비쳤던 후보기업들도 현재는 모두 발을 뺀 상태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아벤티스, 쉐링 AG, 베링거 인겔하임, 룬드벡, 악조 노벨 등이 모두 지금은 제휴성사 가능성으로부터 멀찌감치 비켜나 있다는 것.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 한동안 유력한 후보자로 떠올랐던 글락소스미스클라인도 현재로선 대화가 끊어진 상태로 추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가지 예상가능한 시나리오는 바이엘이 산쿄, 다이이찌 등 일본쪽 제약기업들 가운데 마땅한 파트너를 물색할 가능성이라는 견해도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