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등 신속 등재를 위한 '선등재 후평가'에 적정한 가격이 A7 조정 최저가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18일 대한종양내과학회가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제16차 정기 심포지움 KCCA 특별세션에서는 중앙대 약대에서 연구된 '비급여 약제의 신속급여화 방안(책임연구자 중대약대 서동철 교수)'이 소개됐다.
연구 결과를 발표한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김요은 교수는 "고령화 등에 따라 암발생률·유병률이 증가해 30여년간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며 "맞춤형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등 신약개발이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은 OECD 20개국보다 상대적으로 긴 신약 등재 소요기간(20개월)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암 신약을 긴급히 필요로하는 환자들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허가에서 급여까지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모델이 필요하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우리나라와 A9 국가(A7+호주·캐나다)의 항암제 등재 약가를 비교해 건강보험 재정영향을 분석하고 항암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등재 제도를 제안했다.
대상 약제는 식약처 분류코드 421(항악성종양제) 및 429(기타의 종양치료제)에 해당하는 약제 중 비급여 의약품, 제네릭 의약품, 위험분담제 및 경제성 평가 면제 대상 의약품, 부작용 과리 대상 의약품, 국외에 해당 약제가 없는 의약품을 제외한 19개 품목이다.
제외국 약가와 국내 등재가격 가격비를 보면, 우리나라 약가(1.0)는 A7 조정 평균가(2.05)와 A9조정 평균가(1.93)보다 낮은 수준이었으며, A7조정 최저치(1.18)·A9 조정치(1.02)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연구팀이 이번 분석에서 사용한 '선등재 후평가' 모형은 현재 경제성평가 기간에서 임상적 유용성 평가 3개월, 건보공단 협상 계약 2개월 정도를 감안한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환급계약을 하고, 나머지 절차는 그대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후 후평가를 통해 복지부 가격고시가 되고 차액이 발생하면 그에 대해 제약사가 금융비용 등 관련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선등재 후평가' 모형에 A7 및 9개국의 조정 평균가와 조정 최저가를 적용할 경우 연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건강보험 재정(IMS 적용)은 A7 조정 평균가 적용시 약 1,373억원, A7 조정 최저가 적용시 약 87억5천만원, 9개국 조정 평균가 적용 시 약 1,223억원으로 나타났다. 9개국 조정 최저가 적용시에는 약 111억원의 재정 절감 효과를 나타냈다.
연구에서는 최종적으로 제도 수용성 및 등재시기 단축 가능성을 고려해 '선등재 후평가' 모형에 적정한 가격을 'A7 조정 최저가(87억5천만원)'로 결론내렸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A7 최저가 수준으로 항암제를 '선등재 후평가' 적용하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최종 평가금액에 따른 차액금을 제약사가 환급하므로 건보 재정 중립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건보 지속 가능성과 접근성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다만 선 등재 후 정해진 기간 내 약제에 대한 경제성 평가 방법에 대해서는 이후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기도 했다.
김요은 교수는 "예를 들어 후평가 결과에 대한 제약사 수용성 제고와 관련해 평가결과 합의가 도출되지 않는다면 약제급여조정위원회를 거쳐 복지부 장관이 직권으로 고시할 수 있는 방법이 제시될 수 있지만,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고 규정을 정비하는 등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