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많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ACE 저해제 또는 이뇨제를 투여할 경우 거의 동등한 수준의 혈압강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ACE 저해제의 효능이 이뇨제 보다 좀 더 우수한 것으로 사료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같은 내용은 새해들어 항고혈압제 처방패턴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공개된 것이어서 매우 주목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에만 고혈압으로 분류되는 인구수가 성인 4명당 1명 꼴에 해당하는 약 5,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
이와 관련, '美 의사회誌'(JAMA)는 지난해 12월 18일자에서 舊型 이뇨제에 속하는 치아짓系(thiazide) 약물들이 나타내는 고혈압 치료효과와 합병증 예방작용이 값비싼 신약들에 못지 않은 것으로 입증됐다는 요지로 상충되는 내용을 담은 美 웨스턴 리저브大 연구팀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본지 인터넷신문 2002년 12월 19일자 및 2003년 1월 10일자 참조>
호주 멜버른 소재 베이커 심장연구소의 크리스토퍼 라이드 박사팀은 13일자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ACE 저해제를 복용한 고혈압 환자들의 심혈관계 질병 발병률 및 사망률이 이뇨제 투여群에 비해 11%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다만 ACE 저해제의 심혈관계 질병 발병률 및 사망률 감소효과는 남성환자들에 한해 눈에 띄게 나타났다고 라이드 박사는 덧붙였다. 즉, ACE 저해제를 복용했던 남성환자들의 경우 이뇨제 투여群에 비해 발병률 및 사망률이 17% 낮게 나타났으나, 여성환자들은 양 그룹 사이에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
아울러 ACE 저해제 투여群에서 심근경색 발병률은 확실히 낮은 수치를 보였으나, 뇌졸중 발병률은 대동소이한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 라이드 박사의 설명이다.
그의 연구팀은 65~84세 사이의 고혈압 환자 6,083명을 대상으로 의사의 조언에 따라 ACE 저해제의 일종인 에날라프릴(enalapril) 또는 이뇨제 히드로클로로치아짓(hydrochlorothiazide)을 복용토록 한 뒤 4.1년 동안 추적조사를 계속하는 방식으로 시험을 진행했었다.
그러나 라이드 박사는 "이번 연구가 당초부터 남성 고혈압 환자들이 여성환자들에 비해 ACE 저해제 투여를 통해 보다 나은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 진행되었던 것이 아니므로 좀 더 확실한 결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후속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저널에 관련논문을 게재한 美 루이지애나州 뉴올리언스 소재 옥스너 클리닉 재단(Ochsner)의 에드워드 D. 프로릭 박사도 "중요한 것은 ACE 저해제와 이뇨제가 모두 고혈압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약물이라는 점"이라며 "실제로 환자에게 어떤 약물을 투여해야 할 것인지는 개인차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고 피력했다.
그는 또 두 연구가 상반된 결론에 도달한 사유에 대해서는 "美 연구팀의 경우 피험자들의 35%가 흑인들이었던 반면 호주에서 진행된 연구에서는 피험자들의 95%가 백인들이었던 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美 조지아州 애틀란타 소재 에모리大의 W. 댈라스 홀 박사도 "호주 연구팀은 시험과정에서 이중맹검법을 택하지 않았던 관계로 특정한 약물을 선택한 데에 따른 기대효과가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며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뇨제는 지난 50년 이상 항고혈압제로 사용되어 왔으며, ACE 저해제는 1981년에야 환자들에게 존재를 알린 신제형이다. 체내의 수분과 염분을 배출시키는 기전을 지닌 이뇨제와 달리 ACE 저해제는 동맥을 압박하는 안지오텐신 전환효소(ACE)의 생성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 을 발휘하는 약물이다.
현재 미국에서 이뇨제의 가격은 한 정당 13센트 정도에 불과한 반면 ACE 저해제는 35센트~1.58달러에 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