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엘 제약사업 향배 여전히 오리무중
'바이콜' 소송·노조 반대 등 걸림돌 산적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3-01-24 06:50   
제약사업 부문의 매각을 불사할 방침임을 시사하며 '히든카드'까지 내보였던 바이엘社가 앞으로도 최소한 3개월 이상은 뚜렷한 협상 파트너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통신사는 22일 제약업계 소식통들의 언급을 인용하며 "한때 15개 제약기업 정도가 바이엘의 파트너로 거론됐으나, 회수조치된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과 관련한 책임문제, 제약사업 부문을 매입할 경우 구조조정 과정에서 뒤따를 해직수당 지급, 노조의 매각반대 등 산적한 걸림돌로 인해 교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엘의 제약사업 부문은 지난 2001년도에 그룹 전체 헬스케어 사업부문 매출액 기여도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최근 어려움이 지속되어 왔다. 현재 바이엘 그룹의 헬스케어 사업부문은 제약·진단용약·생물학적 제제·컨슈머 케어·동물약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와 관련, 바이엘 그룹의 베르너 베닝 회장은 지난해 "협상과정에서 바이엘이 최대주주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포기할 수도 있다"며 제약사업부에 대한 처분 가능성을 처음으로 시사한 바 있다. <본지 인터넷신문 2002년 11월 11월 14일자 참조>

그러나 이후로도 협상 파트너 물색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12월 이후 바이엘의 시장가치는 25% 가까이 하락했다. 그리고 베닝 회장의 발언은 오히려 그같은 시장가치 하락에 한 원인을 제공했다는 분석이다.

일부 소식통은 메이저 메이커들이 협상과정에서 뒤로 물러섬에 따라 바이엘측에 선택의 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바이엘 제약사업부가 독자행보로는 미래가 없는 상황임을 베닝 회장이 사실상 인정한 셈이지만, 협상에 진전이 없는 현 상태가 지속될 경우 시장에서 신뢰도가 갈수록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

베닝 회장은 지난해 11월 "몇몇 잠재적 파트너측과 건설적인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이 회사의 대변인은 22일 "베닝 회장의 발언은 아직도 유효하다"면서도 더 이상 구체적인 언급은 생략했다.

실제로 아벤티스社의 이고르 란도 회장은 지난 14일 '르 몽드'紙와 가진 인터뷰에서 "바이엘에 관심이 없다"며 항간의 소문을 부인했다. 독일 베링거 인겔하임·덴마크 룬드벡·네덜란드 악조 노벨 등도 현재는 바이엘과의 협상에서 등을 돌린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로슈·쉐링 AG 등도 바이엘과 관련한 루머의 주인공으로 얼굴을 내비쳤으나, 지금은 물 건너간 상황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과 관련, 잇달아 제기되고 있는 소송이 바이엘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게다가 마땅한 협상 파트너를 찾더라도 노조를 설득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견해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노조가 최대주주의 지위를 양보하는 어떠한 협상 案에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소식통은 "독자행보를 택하더라도 대량해고가 불가피한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프로포즈가 들어오면 상황이 뒤바뀔 수 있다"며 다른 시각을 피력했다. 바이엘 제약사업부의 인수를 원하는 기업은 약 2만7,000여명에 달하는 생산직 인력의 고용을 승계해야 할 것으로 사료되고 있다.

웨스트LB 팬뮤어 증권社의 애널리스트 안드레아스 타이젠은 "바이엘이 오는 2006년까지 매출은 연평균 1% 정도, 이익은 제약업계 평균치를 밑도는 증가세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며 불투명한 전망을 내놓았다.

몇몇 애널리스트들은 항생제 '씨프로'의 특허가 지난해 12월 만료됨에 따른 매출잠식과 올해 발기부전 치료제 '레비트라'를 런칭하는데 소요될 비용부담 등이 바이엘의 이익전망을 어둡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들은 "바이엘이 초기단계의 개발을 진행 중인 약물들 가운데 몇몇 유망한 케이스가 눈에 띄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막바지 단계까지 연구가 진전된 신약후보들은 찾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바이엘이 산쿄·다이이찌 등 일본계 제약기업들 중에서 파트너를 물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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