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 팀의료 약사 역할, 제도화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서울대병원 심포지엄서 병원약사 역할 강조…수가 등 정책적 논의는 걸음마
이승덕 기자 duck4775@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09-01 06:00   수정 2017.09.01 06:12
병원 내 환자 안전을 위한 다학제 팀의료 활동에서 병원약사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가운데, 법제도 개선을 통한 활동 근거 마련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다만, 아직 수가책정을 확신할 수 없는 등 법제도 적용을 위한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31일 서울대학교병원 약제부가 개최한 '환자 안전과 병원약사의 역할' 주제 심포지엄에서의 발제·토론을 통해 확인된 분위기였다.

발제를 맡은 오정미 한국임상약학회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병원시스템이 선진화되면서 병원약사의 역할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현대는 고령화를 맞아 대부분이 만성질환 및 복합질환을 갖고 있어 환자의 임상 상황에서 어떤 치료방법이 적합할지 요구되는 시대"라며 "고용정보원 예측 데이터를 보면 약사의 68%가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약사의 단순조제를 넘어 로봇이 할 수 없는 역량을 갖춰 그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약물 부작용을 잡아내기 위해 의약품 사용 전 과정에서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안전사용을 위해 환자 사용레벨에서의 의약품 사용 노력부터 시작해 의료기관의 약 안전사용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을 거쳐 정부 제도화·규정화 시스템 단계까지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 회장은 "현재 서울대병원에서 팀기반 약료서비스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를 복합질환 고위험 고가약물 등 우선순위부터 시작해 최종적으로는 환자 전반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울대병원 약제부 안전관리위원회 임정미 약사는 서울대병원에서 이뤄지는 환자 안전을 위한 약사 약물사용 오류 예방활동을 소개됐다.

소개에 따르면, 2010년부터 현재까지 7년째 운영되고 있는 안전관리위원회는 각 조제파트 위원 총 9명이 매달 1회 회의를 통해 조제오류 분석·개선활동을 하고 있으며, 주요 처방중재내역을 공유하는 등 환자 안전문화 조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더불어 1990년대 영양집중지원팀(NST) 협진과 신생아중환자실(NICU)팀, 장기이식팀, 혈액종양팀을 시작으로 현재 총 23개 팀에서 다학제 팀의료를 활발하게 하고 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한양대 약대 이주연 교수는 병원약사 팀의료 약료서비스 참여에 대한 제도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약사의 다학제 팀의료활동 참여는 약물안전에 대한 서포트를 해줄 수 있고 환자 약 조제시 도움이 된다"면서도 "이는 약제부의 '열정페이'로 이뤄진 성과로 이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없다면 약사가 업무부담을 견기디 힘들어진다"고 피력했다.

이어 "약사들이 단순 처방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여러 의료요소에 따라 처방검토 등을 경험하다보니 시스템 측면의 접근이 필요해졌다"며 "약사들이 환자 약물요법에 있어 안전하게 기여할 수 있는지 여부가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이현주 교수는 의사입장에서 약사와 함께 일하는 효과성을 언급하면서 더욱 긴밀한 실시간 의견교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새롭게 약사들이 역할을 확대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미 병원에서 의사로 근무하면서 그동안 약사들이 맡아왔던 일에 대해 혜택을 누리고 있었고 감사하고 있다"며 "약사들은 투약 시에도 환자 개별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투여 경로, 투여 방법, 환자 상태에 따른 약물대사와 관계된 투여 용량 등을 결정하는데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업무가 지속되기 위해 환자 상태 변화에 따라 매일 의료진과의 회진이나 의견 교환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들이 있지만, 최근 다학제적 접근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추세로 가고 있어 약사가 앞으로 더 더 많은 부분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소영 연구조정실장은 병원약사 문제 중요성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수가적용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실장은 "2000년대 초반부터 환자중심성을 이야기하면서 환자 안전을 국가적 아젠다로 잡고 여러 지침이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의료행위를 이해하고 이를 동의하면 치료 협조가 잘돼 의료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전제했다.

병원약사 제도화 논의에 대해서는 "시기적으로 때가 됐다. 좀 더 구체화시켜야 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라며 "수가 적용을 위해서는 각 병원 안에서 여러 서비스가 안에서 이미 포함돼 있는 부분은 아닌지, 다른 직능과 중복되는 영역들은 없는지, 약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인지 구체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큰 영역에서 다학제 팀의료는 전문의사의 영역으로, 확진이 전문의영역으로 약사가 역할로 들어갈 수 없다"면서 "그간의 경험을 통해  직능영역으로 부각할 때 약사만의 수가 상담료라기보다 전체적 다학제의 틀 안에서 협진의 틀로 풀어내고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윤병철 약무정책과장도 병원약사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정부의 역할 확대와 재조명 노력에 대해 언급했다.

윤 과장은 "약사들이 환자와 접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성공적 병원약사제도로 이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자동조제기가 병원에 투입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로 인해 경영부담을 이유로 근무약사 인력을 줄이지 말고 팀 의료 등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병원약사회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병원약사들이 병원 내에서 인력이나 대우 등을 확인하고 방향성을 탐색하기 위한 내용"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한편, 심포지엄 참석자 가운데서도 병원약사에 대한 역할에 대한 발언들이 이어졌다.

KFDC법제학회 권경희 회장은 "현행 약사법이 보건의료환경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수가의 행위 중심의 법령이 준비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약사법에 대한 개정 업무가 진행돼야 한다"며 "다양한 논의가 있을 수 있을 것. 법적인 근거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공전만 이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약제부 김상건 자문교수는 "오늘 토론회에서는 다학제 팀의료에서 병원약사 역할이 제도화되면서 가질 수 있는 이점을 염두해두고 있지만, 제도화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부분도 분명히 있다"면서 "문제가 됐을 때 책임소재 측면에서도 법적기반이 만들어져야하는 등 구체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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