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 치료제 가바펜틴(gabapentin)이 수면장애의 일종인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을 지닌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가바펜틴이 그 동안 하지불안 증후군에 사용되어 온 바륨(Valium)이나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 등을 대체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가바펜틴은 화이자社가 '뉴론틴'(Neurontin)이라는 브랜드명으로 발매 중인 약물. 올해 3/4분기에만 전년동기 보다 29%나 급증한 5억6,700만달러의 매출액을 기록했으며, 한해 20억달러대의 실적을 올리고 있는 거대품목이다.
하지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은 전체 미국인들의 10% 정도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증상. 반복적으로 자통(刺痛; 얼얼한 느낌), 하지(下肢) 부위의 작열감, 다리를 움직이고자 하는 억제할 수 없는 충동, 만성적인 불쾌감,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 등이 계속 나타나는 특징을 보인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만성적인 수면방해와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지금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가바펜틴은 떨림 증상을 치유하거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과 관련이 있는 다리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효험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었다.
스페인 마드리드大 디에고 가르시아-보레게로 박사팀은 26일 발간된 '신경학'誌 11월호에 24명의 하지불안 증후군 환자들에게 가바펜틴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던 시험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환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6주 동안 한 그룹에는 가바펜틴을, 나머지 한 그룹에는 플라시보를 투여했다. 뒤이어 일주일 동안은 약물투여 휴지기를 갖도록 한 후 이번에는 가바펜틴을 투여받았던 그룹에 플라시보를, 플라시보를 투여받았던 그룹에는 가바펜틴을 6주간에 걸쳐 투여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환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수면의 질을 면밀히 모니터링했다.
보레게로 박사는 "이번 시험을 통해 가바펜틴을 투여했을 때 환자들의 하지불안 증후군 증상이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경감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다만 보다 장기간에 걸친 후속연구를 통해 가바펜틴의 효능과 내약성을 좀 더 확실히 입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화이자社는 현재 '뉴론틴'의 후속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뉴론틴'은 내년 초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