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도매상으로부터 사람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을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소식에 동물약국이 반발하고 있다.
엄격하게 관리되는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병원에서 손쉽게 들여와 사용하도록 하면, 관리는 어떻게 할 것이고 발생되는 또다른 피해는 어떻게 감수할 수 있냐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동물약국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처방이 잦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의약품(인체용 의약품)을 동물병원이 의약품도매상을 통해 직접 구입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초 이미 농림축산식품부에서 핵심 규제개혁과제로 선정된 사안이다.
법안이 개정되면 따로 특정 동물에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것도 아니고, 안전성 시험을 하지도 않은 인체용 의약품을 동물병원에서 쓸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이같은 내용이 알려지면서 동물약국은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부처가 동물병원의 이권을 챙겨준다며 반발하고 있다.
동물약국협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의 유통채널 다변화를 위해 동물병원에서 손쉽게 들여 동물에게 적용한다는 발상은 그야말로 행정편의주의"라며 "농림부가 동물병원 이권을 챙겨주는 곳인지, 국민건강을 생각이나 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강조했다.
동물을 위해 허가도 받지 않았고 안전성 시험도 하지 않은 인체용 의약품을 근거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면서, 동물병원에서 처방전 발행은 거부하게 두는 것은 농림부가 의료독점구조를 고착시킨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인체용 의약품인 발기부전치료제가 동물병원으로 공급되는데 얼마의 양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파악조차 안된다는 것이 동물약국협회의 설명이다. 정확하게 동물에게 사용되는지 조차 관리가 안되는 상황인데 이같은 정책이 현실화되면 피해는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은 누가 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동물약국협회 관계자는 "인체용 의약품은 병의원이나 약국에서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며 "안전하게 관리되고 있는 인체용 의약품 마저 허술한 동물용 의약품 유통시스템으로 풀겠다는 발상이 누구로부터 나온 것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동물용 의약품의 허가권을 쥐고 있는 검역본부가 동물용 의약품 제조 허가를 받을 때 안전성, 유효성, 임상시험성적서를 요구하는 이유는 동물에게 안전하고 나아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동물에게 쓰는 인체용 의약품에 대한 처방전 발행은 중장기 과제로 규정하고 상대적으로 동물병원은 인체용 의약품을 마구 갖다 쓰라는 식의 법안을 핵심 규제개혁과제로 삼은 농림부의 방침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동물병원에게 인체용 의약품을 갖다 쓸 수 있는 권한을 주면서 의료독점체제를 고착화하는 농림부의 태도가 올바른 것인지, 국민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게 동물약국협회의 설명이다.
동물약국협회 관계자는 "농림부가 국민의 건강에는 관심이 없고 특정 직능 밥그릇을 챙기는데 급급한 것 아니냐"며 "앞으로 사람과 동물에게 함께 발생할 수 있는 인수공통전염병이 다시 발생했을 때 책임을 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