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약국이나 병원 약국에서의 500정, 1,000정 등 대용량 단위 의약품 관리책임 소재를 두고 제약사와 약사 간 신경전이 그치질 않고 있다.
최근 모 제약사 영업사원이 코팅이 훼손되거나 변색된 약을 반품하는 것은 약사의 의약품 관리 부주의를 제약사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반품을 거절, 이 문제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국민들은 변질된 약품이 유통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구심 속에 괜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제약사 입장=나정(裸錠)의 변색, 당의정 코팅훼손은 약사의 맨손 조제와 보관 부주의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의약품 관리에 보다 신경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여름철이나 평상시 땀을 많이 흘리는 약사가 맨손으로 조제할 경우 당의정 코팅 훼손과 나정의 변색 유발은 더욱 심하다고 자체 분석하고 있다.
일례로 3정만 필요할 때도 5∼6정씩 꺼내 조제한 뒤 되 넣는 경우 당의정 훼손, 변질, 파손 등이 쉽게 일어난다고 꼬집었다.
이런 일은 개국가 뿐만 아니라 병원 약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훼손 의약품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제 약사에게 있는 만큼 반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개국가 입장=소규모 약국에서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자동약정제분포기를 들여다 놓을 수도 없는 상황에서 맨손조제는 불가피하고 특히 위생장갑을 이용한 조제는 수없이 끼고 벗는 불편함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호소다.
때문에 제약사의 지적은 일부 수긍할 수는 있어도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고 일축한다.
무엇보다 제약사가 소포장 공급을 확대하고 훼손이나 변질 가능성이 있는 의약품의 경우 포장방법에 대해 보다 신경 쓰는 것이 우선이라는 지적이다.
성남시에서 개국하고 있는 P약사는 "특히 7월부터 제조물책임법이 도입돼 유통과정의 훼손·변질에 대한 책임소재는 제약사 측으로 기운만큼 각별히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제약사에서 품질관리를 한다는 한 약사조차도 "마모가 쉬운 거라면 소포장 공급을 하고 변색이 염려되면 차광용기를 쓰는 것이 당연하다"며 "약사의 섬세함이 부족한 면도 있지만 제약회사 측에서 개선해야 할 점이 더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해법은 없나=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것은 자체 논리가 틀리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물책임법이라는 '변수'의 등장으로 제약사 입장이 다소 난처하게 된 것만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약국의 맨손 조제로 인한 의약품 훼손이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제에 사용되는 장용피코팅의 경우 당의정이 벗겨지면 자칫 장이 아닌 위에서 붕해될 우려가 있는 등 정확한 약리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양측의 지적대로 약사는 자동약정제분포기나 위생장갑 등을 이용, 가급적 의약품을 직접 손대는 일이 없어야 한다.
또 정제카운터 판을 이용하거나 때로는 숟가락이나 집게를 이용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다.
조제시간이 많이 들어 문제라면 "바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병원약국의 경우 괜히 서둘러 인력부족으로 어려운 현실을 덮어버리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다.
제약사는 약국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특히 제조물책임법이 적용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코팅훼손, 변색 품목에 대해서는 포일, 피티피, 소포장, 차광용기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수익성 개선분을 이런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같은 방안이 당장 어렵다면 제품설명서에 이같은 내용을 반드시 명시, 제조물책임법에 저촉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