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에서 고령층 환자들이 가장 많이 처방받은 50대 의약품들의 약가인상률 평균치가 인플레이션率의 3배에 육박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50대 다빈도 처방약들의 약가가 지난해 평균 7.8% 인상된 데 반해 2001년 1월부터 2002년 1월까지 최근 1년 동안의 인플레率은 2.7%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인플레率은 변동이 심했던 에너지와 식품 부문의 가격을 제외한 가운데 도출된 수치.
이와 함께 1997년 이후 발매된 42개 의약품들의 약가 또한 28%가 인상되어 최근 5년 동안의 인플레率을 2배 이상 앞질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진보적인 소비자 보호단체로 워싱턴 D.C.에 본부를 두고 있는 '패밀리 USA'는 최근 공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이 보고서는 향후 10년간 고령층 환자들에게 처방약 약제비 3,500억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화당 지지법안과 관련, 26일 하원에서 시작될 심의를 앞두고 공개된 것이다.
여기서 50대 다빈도 처방약은 펜실베이니아州 정부가 65세 이상의 고령층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처방약 프로그램에서 도출된 자료에 근거를 두고 선정된 것이다.
패밀리 USA의 론 폴락 사무총장은 "일부 다빈도 처방약들의 경우 약가가 8~9배까지 치솟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고령층 환자들에게 많은 처방약들이 그림의 떡(unaffordable)과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폴락 총장은 "합당한 근거도 없이 약가가 치솟고 있어 갈수록 많은 고령층 환자들이 처방약을 계속 복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로슈社가 발매 중인 이뇨제 '데마덱스'(Demadex)와 와이어스社의 에스트로겐 대체요법제 '프레마린'(Premarin) 경우 약가인상률이 각각 17.8%와 17.5%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인플레率의 7배에 육박하는 수치.
사노피-신데라보社의 항응고제 '플라빅스'(Plavix)는 인상률이 16.8%에 달해 인플레率을 6배 이상 상회했으며, 화이자社의 콜레스테롤 저하제 '리피토'(Lipitor)와 아스트라제네카社의 심장병 치료제 '제스트릴'(Zestril)도 인플레率에 비하면 5배를 추월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보고서에 따르면 50대 다빈도 품목들 중 10개는 제네릭 제품이었으며, 이 중 9개의 약가가 인상되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10개 제품들의 평균 한해 약제비는 375달러였다.
나머지 40개 브랜드명 의약품들 가운데서는 불과 3품목만이 지난해 약가가 인상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40개 제품들의 평균 연간 약제비는 1,106달러.
폴락 총장은 "제네릭 제품들이라고 해서 반드시 가격이 저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들 제품들의 약가인상률은 브랜드명 제품들에 비해 한결 낮은 수준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베타차단제에 속하는 테바 파마슈티컬社의 항고혈압제 메토프롤롤의 경우 지난해 약가가 20.3%나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예외적인 케이스일 뿐이라는 것.
그는 "이처럼 약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의회가 처방약 지원案을 통과시킬 경우 정부측에 상당한 비용부담을 안겨주는 셈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美 제약협회(PhRMA)의 제프 트레위트 대변인은 "보고서가 같은 지역에 소재한 약국들이더라도 소매약가(retail prices)는 천차만별이기 마련인 현실을 간과하고 있다"며 "왜곡된 내용을 담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부 품목들은 약가차이가 100%를 넘어설 경우도 있는 만큼 같은 약물이더라도 똑같은 약가가 책정되어 있지는 않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것.
트레위트 대변인은 또 "그래도 약가는 수술을 받거나 입원에 소요되는 비용에 비하면 훨씬 저렴한 편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상기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