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약품안전성위원회(CSM)가 "열이 많은(feverish) 12세에서 15세 사이의 청소년들에 대해서는 아스피린 투여를 삼가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이 연령층에 속하는 청소년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라이증후군(또는 라이에증후군)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
라이증후군은 바이러스 감염에 걸린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뇌압 항진과 간 장애로 인해 심한 구토와 혼수상태에 빠지는 증상. 특히 5세 이하의 소아들에게서 가장 많이 발생하며, 전체적인 발생건수는 드문 편이나, 일부에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의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CSM은 지난 1980년대 중반 이후로 영국에서 아스피린 복용과 관련이 있는 라이증후군 발병사례가 뚜렷이 감소해 온 데다 최근들어서는 발병사례가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 이 같은 내용을 권고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CSM은 지난 86년에도 12세 이하 어린이들에 대해서도 아스피린을 복용하지 말도록 권고한 바 있다.
이번 권고에 따라 현재 영국시장에 발매 중인 150여 품목들이 앞으로 3~6개월 이내에 라벨 표기내용을 변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SM는 "의학적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닐 경우 12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아스피린을 투여하지 말아야 하며, 열이 많은 15세 이하의 청소년들도 복용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이라는 요지의 라벨 표기내용을 채택토록 권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86년 이래 영국에서는 총 17건의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라이증후군 발생사례가 보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건은 12세 이하, 10건은 12세 이상의 연령층에서 발생한 케이스였다.
CSM측은 "이밖에 12세 이상의 청소년층에서 5건의 발생사례가 추가로 보고됐으나, 이들은 아스피린과의 관련성을 입증할만한 자료가 부재한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영국 소아과 감독국(BPSU)에 따르면 지난 99년 8월부터 2000년 4월 사이에 아스피린 복용으로 인한 라이증후군 발생사례는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BPSU는 라이증후군 발병사례가 확인되었을 경우 엘로카드를 작성해 보고토록 하고 있다.
BPSU의 결정은 영국정부가 16년 전 아스피린 복용과 라이증후군의 관련성에 대해 신속한 주의조치를 내려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 2달만에 취해진 것. 이 소송은 올해 22세의 한 여성이 지난 86년 당시 수두에 걸려 아스피린을 복용한 후 라이증후군이 나타났다며 정부에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으로 제기한 것이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영국 보건당국의 이번 결정이 유럽 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여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EU 회원국들은 아스피린 복용과 라이증후군 발생의 관련성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