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머크, 머크-메드코 분리키로
처방약 사업 주력, R&D 비용확보 위해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02-01-31 06:24   
미국 2위의 거대 제약기업 머크社가 올해 말경 계열사의 하나인 약국사업부(pharmacy benefits management business) 머크-메드코社를 공개매각할 방침이라고 29일 발표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머크의 주가는 92센트(1.6%)가 뛰어올라 57.92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에이멕스 제약지수'(AMEX Pharmaceutical Index)에 주가가 반영되는 제약기업들 가운데서는 가장 높은 상승율을 기록한 것.

이 회사의 대변인 그레그 리브즈는 "좀 더 높은 이윤이 보장되는 처방약 부문에 주력하기 위해 올 여름 머크-메드코의 주식 일부를 공개한 후 시장상황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앞으로 12개월 이내에 나머지도 모두 처분해 분사시킨다는(spin-off) 방침"이라고 말했다.

머크-메드코의 분리가 검토되기 시작한 것은 머크측이 지난달 올해의 이익규모가 제자리 걸음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을 내놓으면서부터.

주요 제품들의 특허만료에 따른 제네릭 품목과의 경쟁가열,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와 콜레스테롤 저하제 '조코' 등 양대품목의 매출성장세 둔화 등으로 성장을 견인할 요인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불투명한 예상치를 공개해야 했던 이유였다.

월街의 제약 애널리스트들은 당초 머크가 올해 8.3% 안팎의 이익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해 왔다.

이와 관련,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머크가 개발 중인 신약들 중 블록버스터급으로 잠재력이 기대되는 케이스가 눈에 띄지 않아 투자자들에게 주식매입을 부추길 호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머크株는 최근 12개월 동안 27%가 떨어진 상태. 같은 기간 중 에이멕스 제약지수는 7.5%가 하락했다.

한편 머크는 지난 19993년 당시 60억달러를 지불하고 메드코를 인수했었다. 현재 머크-메드코는 매년 5억3,700만달러値의 각종 처방약을 취급하고 있으며, 온-라인 약국 경영을 대행하는 에이전트만 1,700여명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총 매출액은 260억달러로 머크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었다. 머크에 인수되기 전이었던 92년의 매출실적은 고작 22억달러. 일부 투자자들은 이처럼 엄청난 매출증대가 가능했던 요인으로 머크-메드코가 미국시장에서 머크의 의약품 공급채널 역할을 해 왔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실에도 불구, 머크는 최근 몇 년 동안 머크-메드코를 처분하라는 주주들의 압력에 직면해 왔던 입장이다. 일라이 릴리社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도 PCS社와 디버시파이드 파마슈티컬 서비스社 등 그 동안 보유해 왔던 약국사업부를 이미 처분했기 때문.

사실 머크가 메드코를 인수했던 90년대 초에는 클린턴 행정부가 의료비 절감책을 적극 모색하던 시기였다. 이 때문에 제약기업 경영자들은 자칫 클린턴의 보건정책이 약가인하 압력으로 이어져 이익이 감소하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클린턴의 정책이 의회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한 이후 지금까지 약국사업부를 유지해 온 제약기업은 머크가 유일했던 상황이다.

이날 머크社의 레이먼드 V. 길마틴 회장은 미리 준비한 발표문에서 "현재의 머크-메드코는 9년 전과는 사뭇 달라진 기업이 됐으며, 경영환경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앞으로 머크와 머크-메드코가 목표하는 바를 달성하고, 회사의 가치를 높일 수 있기 위해서는 양자가 독자적인 경영을 모색하고, 주력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것.

내셔널 시티 프라이빗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社의 애널리스트 존 파랄도 "양사가 분리되어 각자 살길을 찾아 나서는 것이 서로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머크-메드코를 처분할 경우 머크측은 M&A를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막대한 수준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분석되고 있다. 또 R&D에 과감한 투자를 가능케 할 여력을 확보하게 될 것임은 물론이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애널리스트들은 머크-메드코의 매각금액이 60~150억달러에 달하리라 추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쮜리히에 소재한 뱅크 쥴리어스 베어&컴퍼니社의 애널리스트 케빈 린네는 "험난한 전도가 예상되고 있는 시점에서 핵심사업에 주력하는 것이 머크에 보약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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