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때 이시이부대(또는 731부대) 얘기가 아니다.
체내에서 적혈구와 동일한 작용을 하는 혈액대체제가 9일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세계 최초로 발매허가를 취득했다.
혈액대체제를 개발한 美 바이오퓨어社(Biopure)의 칼 라우쉬 회장은 "미국産 암소의 헤모글로빈을 원료로 제조된 '헤모퓨어'(Hemopure)가 혈액에 비해 저장가능기간이 훨씬 길고, 잘못된 수혈로 인해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없으며, 혈액형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제공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10일 발표했다.
한편 생명공학기업들은 지난 20여년 가까이 혈액대체제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바이오퓨어社 외에 최소한 3개 기업들이 개발 후기단계까지 연구가 진전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 의료전문가들은 '헤모퓨어'가 혈액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으며, 일시적 효과만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美 적십자의 의료책임자 레베카 헤일리 박사는 "심한 상처나 수술 등 응급을 요하는 상황에서 이 제품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남아공 국립혈액센터의 안톤 헤인즈 소장도 "혈액이 약 한달간 산소를 운반할 수 있는 반면 '헤모퓨어'는 1~2일이면 효능을 상실하므로 보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뿐"이라며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헤모퓨어'가 혈액과 달리 혈소판이나 혈액을 제공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수혈안전 책임자로 일하는 루크 노엘 박사는 "안전한 혈액공급의 부족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경우 '헤모퓨어'가 매우 중요한 혈액대체제로 각광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상반된 견해를 제시했다.
라우쉬 회장은 "남아공의 경우 허가절차가 신속했기 때문에 최초승인국이 될 수 있었다"고 언급한 뒤 "올해 안으로 미국과 유럽에서도 허가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들 시장에서 '헤모퓨어'는 이미 애완견용 혈액대체제로는 사용이 허가된 상태이다.
그는 또 "남아공 약무국이 허가한 내용도 수술시 혈액대체 용도로 '헤모퓨어'의 사용을 제한한 것이지만, 이 제품의 사용범위는 훨씬 다양하다"고 강조했다. '헤모퓨어'에 함유된 산소운반물질은 적혈구에 비해 1,000배나 적기 때문에 이미 예전에 막혀버린 혈관이나 종양 속으로도 진입할 수 있어 항암 방사선요법 등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는 것.
이와 함께 오염된 혈액을 수혈받아 유발되는 AIDS 등 각종 감염성 질환에 걸릴 위험이 없으며, 냉동보관을 필요로 하면서도 유효기간이 42일에 불과한 실제 혈액과는 달리 상온에서 2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지닌다고 설명했다.
특히 라우쉬 회장은 '헤모퓨어'가 암소의 혈액을 원료로 제조된 것이지만,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엄격한 모니터링 과정을 거친 데다 제조과정에서 혈중 단백질을 완전히 제거하므로 牛患(?)을 염려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광우병은 변형단백질로 인해 유발된다.
한편 '헤모퓨어'는 위 통증·피로·고혈압·황달·구역 등의 부작용을 수반할 수 있으나, 증상의 정도는 실제 혈액을 수혈받았을 때에 비해 경미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