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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우주와 별을 바라보며 천문학 외길을 걷다가 ‘작은 우주’로 연구 대상을 바꾼 사람이 있다. 그는 자신이 배워온 데이터 분석과 영상처리 기술로 세상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 소망은 우연히 의료AI를 만나면서 인간의 건강을 더 면밀히 진단하도록 돕는 신기술을 탄생시켰다. 우주를 바라보듯 건강 데이터를 연구하고, 새로운 행성을 발견하듯 기존에 없던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 바로 대우주에서 소우주로 연구 대상을 바꾼, 프로메디우스 배현진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약업신문은 지난 3일 프로메디우스 본사에서 배현진 대표이사를 만나 천문학 박사에서 의료AI 창업자로 변신한 계기와 골다공증 조기 진단 보조 소프트웨어 ‘Osteo Signal’을 개발하게 된 경위를 들었다. 자연과학으로 시작해 의료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그의 여정은 ‘세상에 도움이 되고픈’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천문학 박사에서 의료AI 창업까지…‘사회문제 해결’ 기여하고파
배현진 대표는 중학교 3학년 시절 천문학에 처음 빠진 후 2017년 천문학 박사가 되기까지 약 20년간 천문학만을 바라보며 살았다. 당연히 천문학자가 될 것으로 믿고 달려온 그는 박사과정 기간 정부로부터 많은 연구비를 지원받으며 공부를 마쳤다. 그 사이 세상에는 알파고를 비롯한 AI가 출현하며 과거엔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사건들이 이어졌다. 그러자 그에게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졸업 후 그동안 배워 온 데이터 분석이나 영상처리 기술을 통해 사회 문제 해결에 기여하고 싶어진 것이다. 천문학이라는 외길만 걷던 그에게 새로운 항로가 펼쳐진 순간이다.
배 대표는 “자연과학을 연구하는 것은 개인의 호기심을 채우는 데 정부가 도움을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채워진 개인의 호기심들은 장기적으로 결국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이 있다. 저 역시 저의 호기심을 정부 덕분에 많이 풀 수 있었고, 그것들을 다시 사회에 적절하게 기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진로를 새롭게 고민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동안 쌓은 지식으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서울아산병원 영상의학과 연구실에 박사후연구원으로 합류했고, 2년간 의료영상과 의료데이터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했다. 배 대표는 “그 과정에서 개발한 여러 기술들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빛을 보기 위해서는 회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며 교수들과 뜻을 모아 창업에 이르게 됐다고 전했다.
◇골다공증, ‘암’보다 위험한데 심각성 몰라…국내 환자 500만명 추산
프로메디우스의 골다공증 진단 보조 AI 소프트웨어 ‘Osteo Signal’은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조 허가를 획득했다. 흉부 X-ray를 기반으로 골다공증을 선별하고 의료진의 진단을 보조하는 AI 소프트웨어다.
골다공증은 초기 증상이 없어 조기 진단이 어렵고, 질병이 진행될 겨우 골절로 이어져 심각한 건강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골다공증성 골절은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발생 후 1년 내 사망률이 20~3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하다. 고령층에서는 고관절 및 척추 골절이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배 대표는 골다공증을 ‘암보다 위험한’ 질환이라고 표현한다. 결국 골다공증성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골다공증을 빠르게 찾아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무증상 질환이다 보니 골절이 발생하기 전엔 심각성을 알 수 없다는 것. 이에 배 대표는 일상에서 사람들이 쉽게 접하는 흉부 X-ray를 통해 골다공증을 진단하는데 도움을 주는 AI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됐다고 전했다. Osteo Signal은 이를 목적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제품이다.
배 대표는 “Osteo Signal은 지난해 12월 골다공증 분야 최초로 혁신의료기기로 선정됐고, 성공적으로 확증임상시험을 마무리한 뒤 올해 3월 국내 식약처 인허가를 획득했다”며 “제품에 적용된 기술은 2021년 JBMR을 통해 세계에서 처음 공개됐고, 이후 해외 일부 업체에서 유사한 방식으로 X-ray 영상을 통한 골밀도 예측 혹은 선별 제품을 시장에 선보였다. 해당 제품들과 비교해 저희가 유일하게 골다공증 진단 기준에 따른 선별 결과를 제시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골다공증 진단보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차별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20건이 넘는 임상 근거, 매우 우수한 분류 성능 등을 통해 시장에서 우위를 이어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배 대표는 골다공증에 대한 낮은 인지도와 높은 급여 기준으로 진단받지 못한 골다공증 환자가 국내에만 약 5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환자들은 결국 골절에 이르러 심지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며 “이렇게 치명적인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결국 골다공증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세계 첫 개발된 ‘신의료기술’…‘임상적 유효성’ 근거 확보 중요
프로메디우스의 ‘Osteo Signal’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된 신의료기술이다. 그렇다보니 제품의 성능과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근거를 확보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배 대표는 “서울척병원, 중앙보훈병원 등 다수의 국내 병원과 미국의 MGH, 네덜란드의 Erasmus Medical Center, 말레이시아 UM에 이르기까지 다수 국가의 병원에서 데이터를 수집해 성능을 검증하는데 집중했다”며 “그 결과 모든 병원에서 높은 분류성능이 유지되는 것을 확인했고, 저희 제품이 여러 임상 환경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독일, 일본 등 주요 3개국에서 비용효과성에 대한 증명 연구를 수행한 결과, 3개국 모두 높은 수준의 비용효과성이 증명됐고, 독일의 경우 논문으로 출판이 완료됐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신의료기술의 시장 진입에 있어 아쉬움이 있다는 것. 배 대표는 “국내에서는 신의료기술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급여나 비급여 등 수가가 없으면 임상에서 사용되기 어려운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며 “적어도 임상적으로 위해도가 낮은 신의료기술에 대해서는 급여‧비급여 등 수가가 보장되고, 시장에서 필요한 제품이 자연스럽게 선택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AI로 ‘건강한 나이듦’ 추구…‘대사질환’ 전주기 관리 기업 목표로
‘프로메디우스’라는 사명은 신에 맞서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의 예지력에서 영감을 얻어 지었다. 이같은 가치관은 인류의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격차를 좁힌다는 ‘AI로 건강한 나이듦을 만든다(Healthy Aging through AI)’는 브랜드 미션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프로메디우스는 골다공증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대사질환을 전주기로 관리하는 AI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배 대표는 “기대수명은 100세인데 건강 나이가 80세이면 20년 동안 아파야 한다. 20년 동안 침대에 있다가 죽을 순 없지 않나”라며 “우리는 모든 사람이 건강하게 나이들기를 소망한다. 향후에는 근감소증과 근지방증에 대한 바이오마커 발굴 등으로 영역을 확장해 장기적으로 노화와 대사질환을 전주기 관리하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좋은 의료AI 기업은 ‘신뢰받는’ 기업이라고 생각한다”며 “저희는 AI 기술을 활용하지만 결국 사람에게 적용되는 ‘의료기기’를 만드는 기업이며, 의료기기의 핵심은 신뢰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는 의료진과 환자에게 신뢰받는 의료기기를 공급함으로써 모든 이들에게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잡고 싶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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