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약력 놓친 처방오류↑…"비대면진료·약배송, 약사 중재 공백 우려"
약준모 3분기 처방오류 1065건 분석…'환자 정보·약력 미숙지' 12.9%→14.55%
약물누락 14%→17.56%로 증가…"단골약국 등 기존 약력 확보할수록 중재 가능성 높아"
전하연 기자 │ hayeon@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26-11-02 09:36   수정 2026.11.02 09:36
약준모의 2026년도 3분기 처방오류 원인 분석. ‘환자 정보 및 약력 미숙지’에 따른 오류 비중은 2분기 12.9%에서 3분기 14.55%로 증가했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환자의 기존 복용약이나 과거 약력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 발생한 처방오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처방전 자체나 DUR만으로 발견하기 어려운 ‘약물 누락’ 오류 역시 늘면서,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확대될 경우 약사의 처방 중재가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약사의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이하 약준모)이 2일 공개한 ‘2026년도 3/4분기 병·의원 처방오류 약사 중재 수가사업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약사들이 보고한 처방오류 중재 사례는 총 1065건으로 집계됐다.

약준모는 지역 약사들의 처방오류 중재에 대한 자료를 수집·데이터화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해당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증 약사와 회원을 대상으로 실제 처방전에서 확인된 오류와 약사의 중재 내용을 수집하는 방식이다.

사업이 시작된 지난 4월부터 9월까지 126명의 약사가 보고한 처방오류 중재 사례는 모두 2397건이다. 2분기 1332건, 3분기 1065건이 각각 보고됐다.

3분기 처방오류 원인을 보면 ‘단순 입력 실수’가 733건, 68.83%로 가장 많았다. 다만 2분기 70.4%와 비교하면 비중은 소폭 감소했다.

반면 ‘환자 정보 및 약력 미숙지’로 인한 오류는 155건으로 전체의 14.55%를 차지했다. 2분기 12.9%에서 1.65%p 상승한 수치로, 보고서가 분류한 원인 가운데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약물 정보 미숙지 역시 7.6%에서 8.73%로 증가했다. 이 밖에 비슷한 약품명 3.57%, 기타 3.00%, DUR 미점검 1.31% 순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약물 누락’이다.

전체 처방오류 가운데 약물 누락은 187건으로 17.56%를 차지해 용법·용량 오류 360건(33.80%), 투약일수 오류 201건(18.87%)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2분기 약물 누락 비중은 14.0%였지만 3분기에는 17.56%로 3.56%p 상승했다.

반면 용법·용량 오류는 38.9%에서 33.80%, 중복처방은 10.5%에서 7.70%로 감소했다. 금기약 처방은 3.7%에서 6.29%로 증가했다.

약준모는 약물 누락 오류의 특성에 주목했다. 처방전만 보고서는 오류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고, DUR 등 전산 시스템으로도 걸러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보고 사례 가운데는 기존 환자의 약력을 보유한 약국에서 과거 처방과 비교하는 과정에서 빠진 약을 발견한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약준모는 단골약국처럼 환자의 기존 약력을 보유한 경우 중재 가능성이 크게 높아지는 반면, 비대면진료는 이 같은 중재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요소라고 분석했다.

실제 환자 안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약물 누락 사례도 확인됐다.

한 당뇨병 환자는 여러 종류의 경구 혈당강하제와 함께 기저 인슐린 주사제를 사용하고 있었지만 처방에서 인슐린 주사제가 빠졌다. 과거 투약 이력을 확인한 약사가 이를 발견해 중재했다. 보고서는 기저 인슐린이 누락될 경우 혈당 조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쳐 고혈당이나 당뇨병성 케톤산증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항혈전제가 빠진 처방을 약사가 발견한 사례도 있었다. 처방 검토 과정에서 기존에 복용하던 클로피도그렐 성분 항혈전제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한 약사가 의료기관과 통화한 뒤 처방을 수정했다. 항정신병약이 기존 7mg에서 2mg으로 처방되면서 5mg 제제가 누락된 사례 역시 환자 상담과 확인을 거쳐 처방이 변경됐다.

약준모는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비대면진료와 의약품 배송이 병행되는 환경에서는 처방의와 약사 모두 환자의 기존 정보와 약력을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환자 정보와 약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처방 단계에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질 뿐 아니라, 의약품이 환자에게 전달되기 전 마지막 단계에서 이뤄지는 약사의 처방 중재 역시 상당 부분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약사의 중재가 실제 처방 수정으로 이어지는 비율도 높았다.

3분기 중재 1065건 가운데 1056건(99.15%)은 ‘즉시 조치 완료’됐다. 오류의 심각도는 경미가 849건(79.72%)으로 가장 많았고 보통 164건(15.40%), 심각 52건(4.88%)이었다.

의료기관과의 소통은 전화가 832건(78.12%)으로 가장 많았고 카카오톡·문자 169건(15.87%), 직접 방문 57건(5.35%) 등이었다. 처방 중재에 걸린 시간은 1분 이내가 366건(34.37%), 1~3분 299건(28.08%), 3~5분 269건(25.26%)이었다.

소아·청소년 처방에서는 용법·용량 오류가 두드러졌다. 3분기 미성년자 관련 오류 가운데 용법·용량 오류가 52.5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실제 보고 사례에는 환아 체중을 잘못 입력해 약 2배 용량이 처방된 경우와 소수점 입력 오류로 항생제가 의도한 용량의 10배로 처방된 경우 등이 포함됐다.

약준모는 현재 지역 약국의 처방 중재가 별도의 제도적 보상 없이 사실상 약사의 역할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약준모는 이번 사업을 통해 지역 약사들의 처방오류 중재 사례를 지속적으로 수집·데이터화하는 한편, 환자 안전을 위한 약사의 처방 중재 업무에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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