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사가 환자들에게 항상 양질의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국 소비자협회(CA)가 발간하는 소비자 매거진 '휘치?'(Which?)誌가 최신호에 이 같은 요지의 조사결과를 공개해 시선이 쏠리고 있다고 BBC가 3일 보도했다.
'휘치?'측이 지난해 10월 12명으로 암행조사팀을 구성한 뒤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및 웨일즈 등의 도심 번화가에 산재한 약국 총 84곳을 방문해 본 결과 전체의 42%에 해당하는 35곳에서 불만족스러운 수준의 정보를 제공받았다는 것이 보도내용의 골자.
이들 84개 약국 가운데는 부츠(Boots)·로이드(Lloyds)·모스(Moss) 등에 가입되어 있는 대형 체인약국들과 할인매장 내에 문을 열고 있는 소형 체인약국 '슈퍼드럭'(Superdrug)의 가맹점, 영세한 동네약국 등이 골고루 포함됐다.
특히 이번 조사결과는 영국 정부가 최근 약사직역의 강화와 환자의 약국방문 유도방안을 적극 강구하고 있는 시점에서 공개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되는 것이다.
이 잡지의 말콤 콜 편집장은 "따라서 약사 또는 약국보조원들에 의해 제공되는 상담정보(advice)를 환자들이 100% 신뢰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본다"고 말했다.
콜 편집장은 "우리는 이번 조사를 위해 암행조사팀에게 약국을 방문한 뒤 내용이 다른 4가지 상황을 가정해 질문을 던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한 예로 조사팀은 "최근 말레이시아를 다녀온 뒤 설사 증세가 그치지 않는다"며 치료법을 문의했다.
그 결과 이 경우에는 항생제로 치료하는 것이 통례임에도 불구, 치료법을 문의한 21개 약국 중 7곳만이 개원의를 찾아 처방전을 받아오도록 했고, 나머지 14곳에서는 적절치 못한 치료제를 판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환자가 적기에 병원을 찾지 못하거나, 설사에 부적절한 약물을 복용하거나, 또는 증상을 더욱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었을 것임을 의미하는 대목.
두 번째 조사항목은 응급피임제를 요구한 후 반응을 살피는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조사팀이 피임제를 주문했던 21개 약국들 가운데 6곳에서 불충분한 것으로 사료되는 정보를 제공했다. 심지어 2곳에서는 이미 임신을 했는지 또는 다른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지 유무조차 확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세 번째 항목은 서양에서 예전부터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사용되어 온 제절초(弟切草)를 구입토록 한 시나리오. 제절초(또는 서양고추나물)는 세례자 성 요한 축제일인 6월 24일경 밝은 노랑색 꽃이 만개한다는 특징을 감안해 통상 '성 요한의 풀'(St. John's Wort)로 불리우는 약초이다.
최근들어서는 피임약 등과 병용할 경우 약효를 저하시킬 수 있다는 문제점 등이 제기되면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럼에도 불구, 제절초를 주문했던 21개 약국 중 5곳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2곳에서는 약사의 복약지도 없이 제절초를 판매했으며, 약사보조원이 "피임제와 병용해도 괜찮다"고 응답한 사례도 눈에 띄었다.
콜 편집장은 "환자들이 약국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전폭적으로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약사측이 항상 준비된 자세로 충실히 상담에 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영국 왕립약사회(RPSGB)는 즉각 유감을 표시했다.
RPSGB에서 약사실무·자질향상소위원회를 총괄하고 있는 데이비드 프루스 위원장은 "조사과정에서 일부 약국들의 경우 환자측이 기대하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약국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소비자단체측과 공동보조를 통해 대책을 강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