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갈 때와 나올 때는 생각이 전혀 딴판이라고 했던가!
신약의 발매를 허가할 때 FDA가 전제조건으로 요구하는 '시판 후 조사'(post-marketing research) 의무를 많은 제약기업들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반해 조기허가(fast-track approval) 대상 의약품들의 경우에는 제약기업들이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비교적 충실히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허가제도'란 치명적인 질병이거나, 아직까지 다른 치료약물이 존재하지 않는 증상을 적응증으로 하는 신약후보물질들의 경우 효능과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기 전이라도 신속하게 허가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FDA는 22일 인터넷 웹사이트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시판 후 조사는 예기치 못했던 부작용 발생유무 등을 추적조사하는 절차로 갈수록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 최근의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 과연 제약기업들이 시판 후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약속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논란이 따라 왔었다.
한편 FDA가 이날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제약기업측이 시판 후 조사를 약속했던 총 1,339개 의약품들 가운데 60%, 223개 생물학적 제제들의 30%가 아직까지 조사작업에 착수조차 하지 않은 채 '나 몰라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수 년째 시간을 끌면서 뒷조사(?)를 미루고 있는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파악된 것.
FDA측이 마감시한을 제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같은 현상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실제로 데드라인이 설정되었던 의약품들 중에서는 2%, 생물학적 제제들의 경우 8%만이 시판 후 조사 착수를 미루고 있는 케이스로 분석되어 그같은 지적을 뒷받침했다.
또 조기허가를 취득했던 의약품들 가운데는 50% 이상이 이미 약속한 시판 후 조사작업을 완료한 것으로 집계됐으며, 아직 작업이 착수되지 않은 경우는 28%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6%는 인정된 사유로 인해 공식적으로 조사착수가 지연되고 있는 케이스였다.
FDA 신약개발국을 총괄하고 있는 존 젠킨스 박사는 "이번에 공개된 내용은 FDA와 제약기업측 모두 개선의 여지가 많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보호단체인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의 시드니 울프 박사는 "현재 발매 중인 베스트-셀링 의약품들 가운데서도 안전성 문제에 대해 충분한 입증과정이 뒤따르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며 깊은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또 "FDA가 의회에 요청해서라도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제약기업측에 대해 높은 수준의 벌과금(fines)을 납부토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美 제약협회(PhRMA)의 앨런 골드해머 부회장은 "시판 후 조사가 지연되고 있는 건수가 당초 예상했던 것 보다는 적은 편이었다"며 상반된 시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