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제 복용은 여성의 전유물? 그런데 말입니다..
57~65%가 남성용 있다면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이덕규 기자 abcd@yakup.com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2017-09-21 06:10   수정 2017.09.21 09:38

오랜 기간 만남을 이어오고 있는 상대방이 있을 경우 피임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투여받겠다고 응답한 남성들이 65%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짧은 기간 만난 상대가 있더라도 피임을 위해 스스로 호르몬제를 복용하거나 투여받을 것이라고 응답한 남성들 또한 57%에 이르러 버금가는 수치를 내보였다.

이 같은 사실은 미국 구스타브 아돌퍼스 칼리지가 시장조사기관 입소스 퍼블릭 어페어스社에 의뢰해 새로운 남성용 호르몬 피임제가 존재함을 전제로 소비자들의 의식을 평가하기 위해 미국 본토와 알래스카 및 하와이에 거주하는 18세 이상의 성인 총 1,872명을 대상으로 지난 7월 7~11일 진행한 온라인 면접조사에서 밝혀진 것이다.

앰허스트대학이나 스미스모어 칼리지처럼 리버럴 아트를 중시하는 미네소타州 세인트 피터 소재 학부 중심대학으로 알려진 구스타브 아돌퍼스 칼리지는 ‘생식기술: 어디까지?’를 주제로 다음달 3~4일 열릴 이 대학 주최 제 53차 연례 노벨 컨퍼런스(The Nobel Conference)에서 발표하고자 이번 면접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구스타브 아돌퍼스 칼리지는 이번 조사에서 도출된 결과의 개괄적인 내용을 컨퍼런스에 앞서 14일 공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응답한 남성들의 29%는 남자가 경구용 피임제를 복용했거나 주사제형 피임제를 투여받았을 경우 사내답다는 느낌이 줄어들(feel less masculine) 것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들의 경우에는 10%만이 같은 답변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이처럼 남성용 피임제 복용과 성적(性的) 정체감의 퇴행을 연결지은 응답률은 18~34세 연령대 남성들에게서 52%에 달해 35세 이상 남성들의 20%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나 강한 자존심을 드러냈다.

18~34세 연령대 남성들은 아울러 여성들도 남성용 피임제를 복용한 남자들에 대해 사내다움이 덜하다고 느낄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44%로 집계되어 35~54세 연령대 남성들의 응답률 21%를 2배 이상 상회했다.

남·녀 응답자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낸 반응은 남성용 피임제가 발매될 경우 콘돔을 계속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 부분이어서 남성들의 74%와 여성들의 69%가 “그렇다”고 속내를 밝혔다. 이 수치는 18~34세 연령대 남성들의 경우 8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구스타브 아돌퍼스 칼리지에서 서양고전학을 강의하고 있고, 컨퍼런스 좌장을 맡을 예정인 유리 홍 부교수는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응답자들이 성병 감염 가능성보다 임신 가능성을 더욱 걱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뒤이어 “우리는 10월 컨퍼런스에서 남성 피임법 뿐 아니라 유전자 편집, 미토콘드리아 대체(mitochondrial transfer) 등 새로운 생식기술들에 내재된 과학적·윤리적 함의를 집중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작업의 취지와 관련해서는 피임(managing reproduction)에 대한 남·녀의 성향을 좀 더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컨퍼런스에서 좀 더 풍부한 토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도출된 결과를 좀 더 소상하게 짚어보면 단기간 만남을 가진 남성이 경구용 피임제를 복용하거나 주사제형 피임제를 투여받겠다고 할 경우 신뢰할 것이라고 답변한 여성들은 30%에 그쳤다.

이와 달리 장기간 만난 남성이 같은 답변을 내놓을 경우 신뢰할 것이라고 응답한 여성들은 80%에 달해 현격하게 차이나는 클라스가 눈에 띄었다.

남성의 피임제 복용에 건강보험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여성들의 78%가 지지의사를 표시해 남성들의 66%를 적잖이 웃돌았다. 반대로 남자의 피임제 복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선 안된다고 반대한 남성들은 24%에 달해 여성들의 비토 비율 11%를 2배 이상 상회했다.

또한 58%의 남자들은 설령 자신이 남성용 피임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더라도 보완적인 의미에서 여성 파트너도 기존의 피임법을 지속하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여성들의 경우 자신의 이성 파트너가 남성용 피임제 복용에 착수했더라도 정제든, 자궁 내 삽입기구(IUD)이든, 가로막(diaphragm)이든 또는 기타 다른 피임법이든 현행대로 지속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이 69%로 파악됐다.

하지만 새로운 남성용 피임제가 남성의 性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이 없지 않다는 데는 남·녀 응답자 모두 49%가 동의했다. 세부그룹별로 보면 남성들의 64%와 18~34세 연령대의 63%, 부모의 58% 및 대학생의 51%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밖에 남성 응답자들의 30%는 새로 개발된 경구용 또는 주사제형 남성 피임제를 복용한 후 부작용이 수반되었을 경우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여성들의 21%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반면 여성들은 설령 남성들이 피임제를 복용한 후 리비도 증가, 주사부위 통증 및 체중증가 등의 부작용이 수반되었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변률이 한결 높게 나타났다.

차후 ‘남자의 자격’에 피임제 복용이 추가되는 날이 도래할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