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社는 지난 4월 25일 "FDA가 새로운 콜레스테롤 저하제 '크레스토'에 대해 당초 예상했던 수준 이상으로 오랜 기간 동안 허가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 중이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로부터 5일이 지난 뒤 이번에는 일라이 릴리社가 벌써부터 이목을 집중시켜 온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와 관련, 아스트라제네카측과 비슷한 내용의 입장을 토로했다.
이처럼 신약허가와 관련해 최근 FDA가 보이고 있는 지나치게 신중해진 태도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제약기업은 비단 아스트라제네카와 일라이 릴리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인 듯, 제약기업들은 부시 행정부가 출범한 이래 FDA 최고책임자 자리가 공석인 채로 남아 있는 것이 신약허가에 지나친 안전일변도 입장을 노정시키게끔 하고 있는 한 원인이라며 볼멘소리를 감추지 않고 있다.
문제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은 어디서도 엿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복잡 미묘하기 이를 데 없는 보건관련정책들로 인해 새로운 FDA 책임자의 임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데다 설령 적임자가 임명되더라도 FDA의 전반적인 신약허가정책 기조에는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뒤따르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
이에 따라 제약기업들도 달라진 현실에 적응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연구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의약품 모니터링 시스템 전반을 개선하기 위해 아낌없는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
이 같은 움직임은 신약허가 지연이 상당수 제약기업들에게 미래의 이익감소를 예상케 하고 있는 데다 가뜩이나 잇단 특허만료로 보유품목 현황이 빈곤해지고 있음에도 불구, 적기에 후속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유전자 기술을 응용한 신약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휴먼 게놈 사이언스社의 윌리암 A. 헤이젤타인 회장은 "최근 FDA의 분위기는 제약기업들의 R&D 방식에 상당한(chilling)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확실히 최근 FDA의 신약허가 검토절차에는 갈수록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나의 신약에 대해 허가를 신청한 제약기업측이 발매 여부에 대한 최종결론을 전달받기까지 1998년에는 평균 13.4개월이 소요되었던 것이 지난해에는 19개월로 늘어났을 정도라는 것.
이에 대해 FDA에서 신약 관련부서를 총괄하고 있는 존 젠킨스 박사는 "최근들어 업무부담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는 데다 재정적 문제(譯註; 사용자料와 관련한 언급으로 사료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제약업계 소식통들에 따르면 최근 FDA가 보이고 있는 신중한 자세에는 또 다른 원인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社의 헨리 A. 맥키넬 회장은 "FDA가 지나치게 위험회피적(risk-averse)인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FDA는 최근 몇 년째 당뇨병 치료제 '레쥴린'과 콜레스테롤 저하제 '바이콜' 등의 잇단 제품회수로 인해 흠집이 가버린 자신들의 명성을 회복하느라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는 형편이다.
젠킨스 박사는 "잇단 제품회수 사태로 인해 FDA는 간 독성 등의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사전에 판별해 낼 수 있는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긍정적 측면도 간과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제약기업들이 현재 빠져있는 딜레마 상황을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묘안을 찾기란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가지 실행 가능한 방안은 제약기업측이 연구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소지를 안고 있는 것으로 사료되는 문제점들을 신속히 제거하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한 예로 화이자社는 새로운 분자생물학적 방법을 응용해 개발 중인 신약후보물질들에 장차 수반될 수 있으리라 예상되는 간 독성과 심장 부작용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했다.
이와 관련, 두달 전 제약업계가 유례없이 FDA로 하여금 사용자料를 인상해 징수할 수 있도록 합의해 주었던 것도 신약들의 부작용 모니터링에 소요될 자금마련을 뒷받침하기 위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지 인터넷신문 3월 15일자 참조>
그러나 당시 합의를 통해 조성될 규모의 자금으로는 신약이 발매된 후 2~3년까지 소요될 비용만을 충달할 수 있으리라는 전망이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美 의사회誌'(JAMA)가 5월호에서 "지난 75년부터 99년까지 새로 허가를 취득한 의약품들로 차후에 부작용 이슈가 불거졌던 품목들의 절반 정도가 발매 후 7년 이상이 경과한 다음에야 문제가 확인되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음을 감안할 때 서둘러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할 대목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