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롱 아일랜드州에 소재한 롱 아일랜드 유대교병원에서 일하는 병원약사 제임스 애버튼은 요사이 의약품 공급부족으로 직무를 수행하는데 애로를 겪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최근에는 골수이식 수술을 행하던 한 의사가 항암제 조제를 주문했지만, 마침 여유분이 없었던 관계로 서둘러 서류를 작성하고 제약기업에 팩스를 발송해야 했을 정도였다.
애버튼 약사는 "5년 전에는 골수이식 수술시 필요한 항암제를 400병씩 구입해 적기에 제공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한 환자당 한병씩을 필요할 때마다 겨우 공급받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AIDS 환자들의 중증 감염증상에 사용되는 간시클로버(ganciclovir) 주사제형은 환자당 1회분 꼴로도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항진균제 카스포펀진 아세테이트(caspofungin acetate)가 필요할 때면 환자를 해당 제약기업측에 등록시킨 후 7일분을 제한적으로 공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카스포펀진의 경우 추가로 투여하기 위해서는 약사가 새로 서류를 작성해야 7일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 칸시클로버는 로슈社가 '사이토빈'(Cytovene) 제품명으로, 카스포펀진은 머크社가 '칸시다스'(Cancidas)라는 이름으로 발매하고 있는 약물들이다.
애버튼 약사는 "이로 인해 약사의 업무시간이 늘어나고 있다"며 "이건 말도 안되는 현실"(It's ridiculous)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의약품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됨에 따라 일부 약사와 의사들은 효과가 떨어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사례도 빈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美 병원약사회(ASHP)에서 활동하고 있는 조셉 디펜바우 약사는 "환자의 안전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실과 관련, 로슈社는 최근 의사들에게 공문을 띄워 올해 말까지는 간시클로버 주사제형을 충분히 공급하기 어렵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간시클로버의 경우 경구용 정제는 다소 여유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는 주사제형에 비하면 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의사들의 지적이다.
일부 주사용 스테로이드 약물들도 재고부족으로 주문량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의사가 "제약기업들이 한 주당 25바이알의 주사용 스테로이드를 공급하고 있지만, 우리는 매주 30바이알을 필요로 한다"는 요지의 불만을 FDA에 접수시켰을 정도.
마취과 의사들 또한 사용빈도가 높은 몇몇 의약품들의 공급이 중단됐거나, 공급량이 부족해져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후문이다.
와이어스-에이어스트社는 안과수술에 사용되어 온 '와이다제'(Wydase)의 생산을 중단키로 최근 결정했다. 진통제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약물 과량복용을 치료하는데 사용되는 '나르칸'(Narcan)의 생산시설도 제한적인 수준에서 가동키로 했다.
FDA 산하 의약품평가조사센터에서 공급부족 의약품 조정관으로 재직 중인 마크 골드버거 박사는 "국경을 넘어 캐나다에서 의약품을 구입해 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FDA는 제약기업들과 공동으로 의약품 공급부족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원인을 조사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상태이다.
골드버거 박사는 "어떤 제약기업이 수익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오랫동안 생산해 왔던 의약품에 대한 생산을 중단할 경우 비슷한 약물을 발매 중인 다른 제약기업들은 수요를 맞추느라 혼란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제약기업간 M&A도 생산품목에 대한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면서 특정한 의약품들의 공급부족 현상을 낳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FDA 관계자들은 "해당 제약기업측에 제품생산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한 곳의 제약기업이 특정한 한가지 의약품을 생산해 오다 제조중단을 결정할 경우 최소한 6개월 동안의 통보기간을 두도록 하고 있으나, 여러 제약기업들이 생산해 온 의약품일 경우에는 이마저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다는 것.
현재 대다수의 제약기업들은 신약의 출현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 직면하거나, 투약착오(medication errors)가 최고조에 달할 경우 오랫동안 생산했던 의약품을 미련없이 포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디펜바우 약사는 "얼마나 많은 수의 환자들이 의약품 공급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롱 아일랜드 유대교병원에서 일하는 마취과 의사들의 경우 애보트社가 발매 중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을 매주 1,000도스씩 주문하고 있다. 애버튼 약사는 "우리 병원의 약사들은 소요량을 맞추기 위해 소량이라도 확보가 가능한 인근의 펜실베이니아州까지 찾아가 원정주문을 하고 있지만, 의사들은 이 같은 어려움을 모르는 것 같다"고 푸념했다.
그는 "4달 전에는 발작증상 치료제 페노바르비탈(phenobarbital)의 주사제형이 불과 8바이알 분이 남아 있을 뿐이어서 불가피하게 로라제팜(lorazepam)으로 스위치해야 했다"며 "예전같으면 페노바르비탈은 전혀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았던 약물"이라고 회고했다.
최근에는 300배나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캘리포니아州에서 200바이알을 구입하기도 했다며 애버튼 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어찌됐든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자들에게 필요한 의약품을 제공하는 것 아닙니까!"
현재 이 병원은 매주마다 공급이 부족하거나 아예 공급이 중단된 의약품들을 게시판에 써붙여 의사들에게 알리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한편 美 병원약사회와 FDA는 홈페이지를 통해 공급이 부족한 의약품들의 리스트를 공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