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국내 화장품시장이 새로운 10년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1990년대 업계 대표주자 중 하나였던 나드리화장품이 최근 부활의 신호탄을 장전했다. 그 스토리는 드라마틱하다. 1993년 나드리화장품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던 이강욱 씨가 20여년이 지나 나드리화장품의 신임 대표이사가 된 것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M&A와 부도를 반복하던 나드리가 이번엔 정말로 역사 속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노센스 조영식 회장이 실적부진으로 청산 절차를 밟고 있었기 때문이죠. 이에 저는 회사를 다시 일으켜보겠다는 생각으로 고심 끝에 인수 제안을 했습니다. 나드리는 저에게 화장품과 연을 맺게 해준 고향과도 같은 곳이라 이렇게 마침표를 찍기엔 너무나 아쉬운 마음이었습니다.”
이강욱 대표가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했다는 소식에 1990년대 나드리화장품의 전성기를 함께 했던 김덕록 회장 등 OB 멤버들은 “물심양면으로 돕겠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그의 결심은 아름다웠다. ‘의리’가 인기 키워드였던 올해 이 대표는 진정한 의리가 무엇인지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감격의 순간은 잠시, 이제는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기 위해 신발끈을 질끈 동여매야 하는 시점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 그리고 20년 넘게 화장품업계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제대로 발휘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저의 기본적인 경영 방침은 ‘강점을 강화하고 약점은 보완한다’는 것입니다. 흔히 새로운 CEO들은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모든 것을 바꿔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기존에 해왔던 것을 안정화시키면서 새로운 전략과 아이디어를 하나씩 추가해 점진적인 도약을 이끌어나갈 계획입니다.”
그의 내년 목표는 흑자 전환이다. 이를 위해 유통의 근간인 시판시장을 탄탄하게 다지는 동시에 신유통에 대한 도전과 실험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해외 시장 개척도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회사가 정상화되면 평택 공장과 연구소를 리뉴얼, OEM·ODM 부문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나드리화장품은 다양한 신소재 및 제품 개발로 이미 42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있습니다. 트렌드에 신속하게 부응하되 앞으로 남들이 선보이지 않은 신제품 출시와 전략적인 마케팅·영업으로 5년 이내에 과거의 명성을 되살릴 것입니다.”
이 대표는 10년 동안 화장품회사에서 영업과 조직 관리를 배우고, 또 다른 10년 동안 화장품 유통사업을 하며 혜안을 가진 화장품 전문가로 거듭났다. 20년이 지나 고향으로 복귀한 그는 단순히 직장인의 꿈을 이룬 데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신화의 주인공이 되겠다는 각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