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메이크업 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정면승부가 펼쳐질 전망이다. 지난달 24일 아모레퍼시픽이 에스쁘아의 독립 법인을 신설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독립 시점은 2015년 1월 1일. 에뛰드에 속해 있던 에스쁘아는 내년부터 독자적으로 사업을 운영하게 되며, 이에 따라 LG생활건강의 대표 메이크업 브랜드 VDL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에스쁘아의 독립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에뛰드하우스가 메이크업에 강점을 갖고 있긴 했지만 ‘프로페셔널 메이크업 브랜드’를 지향하는 에스쁘아와는 성격이 상이했기 때문이다. 특히 한 둥지에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실질적인 영업과 마케팅은 사실상 분리된 형태로 진행돼 왔다.
에스쁘아는 1999년, 당시 태평양이었던 아모레퍼시픽의 향수 벤처 형태로 출범했다. 이때 이름은 빠팡 에스쁘아. 빠팡 에스쁘아는 2002년 별도 법인을 통해 국내 최초의 향수 전문 브랜드로 거듭났으나 2006년 4월 에뛰드와 합병되며 메이크업 전문 브랜드로 전환됐다. 해외 향수업체들의 벽을 넘기 힘든 상황에서 향수보다는 메이크업 쪽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에뛰드 내에서 8년간의 인큐베이팅을 마친 에스쁘아는 차별화된 메이크업 전문 서비스와 완성도 높은 메이크업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메이크업 1위 브랜드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책임경영 및 민첩한 의사결정을 통해 메이크업 시장과 소비자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 올해 250억원의 매출 규모를 2020년 1,000억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에스쁘아의 이런 움직임으로 업계는 에스쁘아와 VDL의 한판 승부가 어떤 양상으로 펼쳐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달리 말해 이는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색조 전쟁인 데다 에스쁘아와 VDL 모두 장기적으로 바비브라운, 맥과 같은 전 세계적인 메이크업 브랜드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LG생활건강은 VDL 외에도 2011년 인수합병한 보브, 북유럽 감성을 강조한 코드 글로컬러 등 다양한 색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주력 브랜드는 역시 VDL이다. 2012년 10월에 런칭된 VDL은 웬디 로웨와 길리안 등 여러 메이크업 아티스트,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메이크업 시장에 빠르게 안착했다. 현재 VDL은 국내 30여개 매장과 더불어 이미 홍콩,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상태. 올해 8월에는 세계적인 톱 모델 제시카 스탐을 새로운 얼굴로 발탁, 글로벌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에스쁘아와 VDL 가운데 어느 브랜드가 색조 시장의 패권을 장악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들의 경쟁이 국내 메이크업 및 브랜드숍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에뛰드가 최근 매출 부진을 겪고 있음에도 과감하게 에스쁘아를 독립시킨 것은 아모레퍼시픽이 색조 시장에서 확실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의 발로”라며 “에스쁘아가 홀로서기, 나아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을 위해 더욱 적극적인 제품 개발과 전략적인 마케팅,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칠 것이 확실한 만큼 VDL을 비롯한 색조 중심 브랜드들은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에스쁘아와 VDL이 첨예한 경쟁 구도를 이어가는 사이 여타 브랜드숍들의 색조 부문 매출은 곤두박질칠 확률이 다분하다”며 “K-뷰티의 미래를 위해 바비브라운, 맥과 같은 글로벌 메이크업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이지만, 이로 인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의 양강 체제가 더욱 공고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